■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 - 김남순 경상남도연합회장

김남순 회장은 마치 아이를 길러내듯 실력 있는 임원들과 시·군 회장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김남순 회장은 마치 아이를 길러내듯 실력 있는 임원들과 시·군 회장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고향에 남다른 애정 “김해가 가장 살기 좋아요”
농번기 탁아소에서 아이들과 보낸 시간은 큰 추억
“경남엔 농사실력과 리더십 뛰어난 회장님 많아요”
하동세계차엑스포·산청항노화엑스포 등서 존재감 발휘

남다른 김해사랑
경남 김해에서 나고 자라 동향인 남편을 만나 여전히 고향을 지키고 있는 김남순 한국생활개선경상남도연합회장.

“생활개선회 활동을 하면서 전국 이곳저곳을 많이 다녔지만 김해처럼 살기 좋은 데도 없어요. 김해에 대한 콩깍지가 아직도 안 벗겨진 것 같아요(웃음).”

김 회장의 김해사랑은 그가 태어난 동네의 수호목에서 시작된 듯하다.
고향인 김해시 한림면 신천마을에는 천연기념물 185호로 지정된 수령 약 650년의 국내 최고령(最古齡) 이팝나무가 수호신처럼 지켜주고 있다. 마을의 안녕과 평탄을 기원하기 위해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에 ‘용왕에게 대접한다’는 의미로 주민들이 한데 모여 치성을 드릴 정도로 소중히 여기고 있다. 원활한 보존과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엔 나무 뒤 주택 등을 매입해 올해 말까지 936㎡ 규모의 공원이 조성되며 관광명소로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박사들도 많이 나왔고, 마을에 큰 사건이나 사고가 없었어요. 다 이팝나무 덕분 같아요.”

김 회장은 치유농업확산센터에 거는 기대도 크다. 2025년 진영읍 봉하마을에 들어서게 된 치유농업확산센터는 김해가 치유농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30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치유생태농업관, 치유정원, 치유생태체험관, 치유활동 실습실 등과 같은 전시 체험과 치유농업사 자격제도 운영, 치유농업 창업 지원 등이 이곳에서 이뤄지게 된다.

 

농번기 탁아소 선생님으로 근무했던 김남순 회장은 인생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고 한다.
농번기 탁아소 선생님으로 근무했던 김남순 회장은 인생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고 한다.

탁아소 김 선생님
1979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남순 회장은 다른 친구들처럼 취업을 준비했고 합격통보도 받았다고.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취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때 회사를 다녔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

“아버지가 꼬장꼬장하셔서 ‘여자가 고등학교까지 나왔으면 됐지’라며 집에 있으라고 하시더라고요. 시대가 그랬던 것 같아요. 꿈이 있었지만 가족을 돌보고 집안일을 해야 했죠.”

새옹지마일까. 낙담하고 있던 김 회장에게 좋은 기회가 다가왔다. 농번기 탁아소 선생님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농번기 탁아소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농사짓느라 일손이 달리지만 아이를 맡길 시설이 마땅히 없었던 농촌지역에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등에서 운영됐던 사업이다. 아이를 맡아줄 곳이 없어 막막해하던 농촌여성들에게 호응이 특히 높았다. 지금의 유치원 역할을 했던 곳으로, 김 회장이 아이들과 보낸 시간은 인생의 큰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3년간 선생님으로 일했죠. 당시 수원에 있던 농촌영양개선연수원에서 교육을 일주일 정도 받았어요. 생활지도사 선생님들이 녹음해준 카세트테이프에 맞춰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며 하루종일 시간 가는 줄 몰랐죠. 음친데도 애들이 ‘선생님 선생님~’ 하며 노래하면 정말 잘 따라 불렀어요. 그 애들이 마흔 살 정도 됐겠네요. 다들 부모가 됐을 텐데 보고 싶어요.”

농사짓는 낮시간 내내 4살부터 7살 정도 되는 애들 15명을 책임졌다는 김남순 회장은 당시 4만원 정도를 월급으로 받았다고 한다. 사실 봉사에 가까운 보수였다. 그렇지만 웃음이 끊이질 않았던 아이들과 아이를 맡긴 부모들이 감사한 마음을 전할 때마다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고.

“실력 뛰어난 회장님 많아요”
1997년 생활개선김해시연합회에 가입한 김 회장은 시연합회장 4년, 도연합회 감사 2년, 도연합회 차석부회장 2년 등 25년간 생활개선회 활동을 이어왔다. 배우며 실천하고, 재능기부 등 지역사회 봉사에 앞장서 온 김 회장이지만 다른 지역 회장들과 비교해 농사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다 합치면 660㎡ 정도 돼요. 벼농사와 들깨,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는데 우리 식구가 먹거나 지인들에 나눠주는 수준이에요. 몇 년 전 퇴직한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데 농사 베테랑에 비하면 초보나 마찬가지죠. 그래도 적성에 맞아요.”

대신 김남순 회장은 생활개선회 활동에 더 집중하며 임원들과 시·군 회장들의 성장을 돕는 역할에 매진하기로 마음먹었다.

“젊지만 농사 잘 짓고 리더십도 뛰어난 회장들이 많아요.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기는 그렇지만 경남에 많은 회장들이 큰일을 할 인물로 크길 바라요. 회장들이 클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게 도회장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취임식에서도 김남순 회장은 신입회원 확보, 조직융화와 함께 임원과 시·군 회장들의 성장을 돕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마음대회 준비에 박차
김 회장은 취임 이후 다양한 봉사와 지역행사에 참여해 생활개선회 존재감을 드러내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지난 4월에는 세계차엑스포가 열린 하동에서 전통차 문화를 배우는 등 농촌융복합현장에서 임원들과 성장하는 시간을 보냈다. 엑스포 기간 때는 우리쌀 소비촉진 캠페인을 펼쳤다. 가래떡과 쌀국수를 관람객들에게 나눠줘 ‘몸에 좋고 맛도 좋다’는 쌀의 순기능을 심어주는 한편, 탄소저감을 위한 로컬소비 동참도 이끌었다.

5월에는 ‘농업작업 안전재해예방 협의체’ 위원으로 위촉돼 농작업 안전의식 실천 확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내년까지 활동하게 된 김 회장은 생활개선회 전 회원들에게 농작업 안전재해예방 추진방향을 공유하고 사고를 제로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리고 10월 개최 예정인 한마음대회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장을 맡고 사실상 처음 치르는 가장 큰 행사다.

“9월15일부터 10월19일까지 산청에서 열리는 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에 맞춰 한마음대회도 개최돼요. 10월11일 열릴 계획이에요. 경남도회원 1천명이 참여하는 큰 행사라 부담이 되죠. 회원들의 화합과 결속을 다지는 장이 될 수 있게 빈틈없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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