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수급 ‘심각’ 단계…소비부진에 구제역까지 겹쳐

한우가격 하락세가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27일 국회에서는 수급안정 대책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한우가격 하락세가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27일 국회에서는 수급안정 대책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한우업계 ‘한우산업기본법’ 제정해 예산 지속 확보해야
농식품부, 사육두수 대대적 감축·수출시장 개척 추진

2013년 이후 10년 만에 한우 수급이 ‘심각’ 단계에 돌입했다. 한우가격이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소비부진과 최근 구제역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수급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몇 년 동안 한우가격이 좋았던 터라 농가들의 사육규모를 급격히 늘려 한우 사육두수가 358만두(올해 1분기 346만두)로 역대 최고치에 달한 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반면 한우업계는 호당 사육두수가 2019년 32두에서 올해 40.1두로 경제의 규모를 이뤄가고 있는 단계로 공급과잉만을 문제의 원인으로 보는 정부 시각에 선을 그었다. 현재 수급불안은 우크라이나발 사룟값 폭등으로 인한 생산비 폭등과 법적 근거 미비를 근본원인으로 진단하는 등의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대대적 감축” vs “한우산업기본법 제정”
지난 6월27일 어기구 의원실 주최로 열린 하반기 한우 수급대책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입장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농식품부는 하반기 공급과잉 심화를 우려하며 농가들이 대대적인 자율적 감축에 나서야 한다는 데 반해, 한우업계는 생산비 절감대책과 가칭 한우산업기본법 제정을 통한 법적 지원근거 마련을 요구했다.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전무는 소비위축을 되돌려 추가 수요를 키워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무는 “정부의 대책은 가격불안으로 농가가 홍수출하로 이어져 도매가격이 급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사료구매자금 지원 확대, 사료안정기금 마련 등 실질적인 생산비 절감대책과 예산으로 가동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고, 농가가 사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우산업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우 토종유전자원 보전, 탄소저감과 경축순환농업 활성화, 수급과 경영안정지원 등을 포함하게 될 한우산업기본법은 한우업계의 오랜 숙원이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한돈과 양계 등 축산분야를 아우르는 축산법이 있기 때문에 별도 입법에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 누적된 공급과잉 지적
김정희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한우 도매가격 하락은 누적된 공급과잉이 원인으로, 내년까지도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각계와 긴밀한 협의과정을 거쳐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하고 230억 원의 추가예산을 확보해 대대적인 한우 할인행사를 펼치며 소비촉진으로 한우가격 하락을 방어했고 앞으로도 한우 수급안정을 위해 펼치고 있는 노력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최근 할인판매 이외에 장기적 대책으로 수출시장 개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말레이시아와 한우 수출 1호 계약을 맺음으로써 향후 3년간 총 1875톤, 연간 600톤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년 전체 한우 수출실적인 44톤의 13배가 넘는 규모다.

그리고 농가 스스로의 수급관리도 요구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송아지 계약생산제 도입과 지자체 예산을 통한 생산장려 사업비 등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평균 사육기간 30개월을 24~26개월로 단축할 수 있는 사양관리 프로그램 개발과 보급을 2025년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어기구 의원 “조만간 공청회 개최”
김민경 건국대 식품유통공학과 교수는 “한우자조금 할인행사는 한우가격을 어느 정도 지지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지난해 금리 인상 이후 경기 불황으로 전반적으로 수요가 줄어든 이후, 할인행사 효과는 제한적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한우가격이 유지된다 해도 생산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시장확대를 위해 저소득층에게 단백질 푸드 쿠폰을 발행하는 등의 소비촉진과 생산비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조만희 전국한우협회 당진시부장은 60개월령 이상 암소의 대규모 도태를 위한 농식품부 지원사업과 함께 생산비 절감의 일환으로 볏짚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부장은 “당연시됐던 경축순환이 최근 악취민원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축산농가는 우분을 처리할 때 경종농가에 보급하거나 자체 퇴비로 쓰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경종농가도 간편한 화학비료를 선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0년 5만원 수준이던 볏짚가격이 지난해 9만원까지 급등해 볏짚과 퇴비의 순환체계를 마련한다면 생산비 절감과 수급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그는 조언했다.

이날 토론회를 개최한 어기구 의원은 “토론회에서 나온 현장의 의견들을 들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우 수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청회를 조만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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