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해 농사를 말하다 - 한상미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장

최근 몇 년간 꿀벌 실종으로 양봉산업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와 꿀벌 질병 등이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농촌진흥청의 양봉생태 연구 총괄담당인 한상미 양봉생태과장으로부터 올해의 꿀벌 관리요령과 여름철 주의사항 등 양봉농가에게 요구되는 부분들을 점검해본다.

 

최근 꿀벌피해는 응애와 이상기상 등 복합요인
꿀벌 대체 뒤영벌과 인공수분기술 보급에 박차

 

한상미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장
한상미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장

Q. 농촌진흥청은 2022~2023년 월동 중 평균 꿀벌 소실률을 17.5%라고 했다. 그 근거는 무엇인지.

A. 이번 농진청 조사는 연구에 활용하기 위한 표본조사다. 정확한 조사를 위해 월동 전과 후의 꿀벌 개체 수를 비교해 월동 꿀벌의 소실률을 산출했다. 지금까지는 벌통 내 꿀벌 개체 수에 대한 기준과 봉군 소실에 대한 정의가 마련되지 않아 봉군 소실로 제시하기는 어려웠다. 표준화된 기준 없어 주관적 판단으로 봉군 피해율을 조사했었으나, 앞으로는 통계의 신뢰 확보를 위해 ‘지속 가능한 양봉산업을 위한 협의체’를 통해 양봉 관련 기본 통계 매뉴얼을 마련하고자 한다.

 

Q. 월동 봉군 폐사의 원인은.

A. 꿀벌 피해 발생은 응애 방제 등 사양관리 미흡과 이상기상 등 복합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합동조사와 추적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특히 꿀벌 응애 발생이 심각한 농가의 꿀벌은 증식과 산란 등 봉군 세력이 약했다. 응애가 꿀벌의 유충, 번데기, 성충에 기생하면서 체액을 빨아먹어 꿀벌이 정상적인 발육과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농가에서 오랫동안 사용이 간편해서 사용해온 플루바리네이트 계열 약제에 내성이 생긴 응애를 방제하려다 보니 과도한 약제 사용으로 꿀벌의 면역력이 약화된 것도 원인이다. 농가들이 주장하는 농약(네오코티노이드계) 항공드론 방제나 바이러스성 질병, 새로운 외래해충 등에 의한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Q. 국내 꿀벌의 봉군당 생산성과 밀원 대비 사육밀도는 적정한지.

A. 벌통당 평균 벌꿀 생산량은 13.7㎏(2021년)으로 중국(51.8㎏), 미국(21.3㎏), 뉴질랜드(25.4㎏)와 비교하면 생산성이 매우 낮다. 반면 국토 면적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 사육밀도가 매우 높아 1㎢ 면적에서 벌통당 벌꿀 생산량은 21.7㎏로 알바니아(13.7㎏), 헝가리(13㎏), 미국(0.27㎏), 중국(0.98㎏), 뉴질랜드(3.0㎏)보다 월등히 많다.

우리나라 밀원과 국토 면적을 고려한다면 사육밀도가 지나치게 높아 벌꿀 생산성이 저조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부처공동연구사업(2023∼2030)을 통해 꿀벌의 강건성과 농업·생태계 화분매개 기능, 양봉농가의 안정적인 소득 확보를 위한 적정 봉군 연구에 착수했다.

 

Q. 딸기, 수박, 참외 등은 월동 중 화분매개가 이뤄지는데, 꿀벌 공급에 문제는 없는지.

A. 딸기는 월동 전에 꿀벌이 공급되는데 가을철 벌 상태가 좋지 않을 때나, 1월 이후 벌이 소실됐을 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수박과 참외에는 월동 이후에 공급되기 때문에 월동 이후 꿀벌 증식이 원활히 이뤄져 올해는 문제가 없었다.

꿀벌 공급 부족을 우려해 꿀벌을 대체할 수 있는 뒤영벌과 인공수분 기술을 농가에 보급하고 있으며, 화분매개용 꿀벌 전문농가를 육성해 안정적으로 꿀벌을 공급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Q. 양봉농가의 방제 의식, 사양관리 기술을 비롯해 여름철 등 사계절 꿀벌 관리 방안은.

A. 양봉산업법 시행규칙 시행에 따른 양봉농가의 등록 기준 마련으로 병해충 방제에 대한 의식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다만, 지역별·농가별로 사양관리기술 수준은 격차가 큰 편이다. 특히 타 축종과 달리 초기 투자비용이 낮아 신규 진입자는 많지만, 퇴직 후 귀농·귀촌한 고령층들의 신기술 습득은 애로가 있다.

아카시아꿀과 밤꿀 채밀이 끝나는 여름철은 꿀벌응애류 피해가 심한 시기다. 꿀벌응애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꿀벌응애류 개체 수가 많아지기 전에 방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봉군과 번식을 위해 나눠놓은 분봉군에 방제를 철저히 해 꿀벌응애류 개체 수를 줄이면 월동 폐사를 예방할 수 있다. 

꿀벌의 각종 응애류 방제는 친환경 약제와 화학적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친환경 약제로는 개미산을 사용하고, 화학적 약제로는 아미트라즈, 쿠마포스 등의 성분을 뿌려주는 것이 방제에 효과적이다.

농진청은 수벌집 이용 꿀벌응애 유인 포살 기술과 사양관리 기술을 이용한 방제기술에 대해 현장 기술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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