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주말이면 엄마는 텔레비전을 보고 깔깔 웃는다. 그 웃음소리가 얼마나 크냐면 방문을 뚫고 귓가에 확성기를 딱 갖다 붙인 것처럼 요란하다. 거실에 나가보면 트로트 예능프로그램에 시선을 집중한 엄마가 있다. 애환이 담긴 노랫말과 특유의 무대매너가 중장년 여심을 흔들어서 일까.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트로트 열풍은 농촌에 더 거센 것 같다. 트로트 외에 농촌의 문화요소는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딱 떠오르는 게 없다. 음악학원도 드물고 있어봤자 피아노학원 한 곳이라서 간판에 ‘유일’을 강조한다. 폐교위기의 초등학교가 많은 농촌에서 예체능학원이 잘될 리 만무하다.

도·농 격차는 ‘K-컬처’를 보는 온도차에서 나타난다. 2030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발표자로 가수 싸이, 조수미 등이 나서면서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BTS 10주년 행사에 세계인이 모이기도 했다.

농촌에서 차세대 문화예술인을 양성하기엔 황무지와 다름없다. 문화적으로 재능이 있더라도 도시지역으로 유출되는 발길을 막을 길이 없다. 이는 곧 지방인구 감소를 부추긴다. 그나마 팬층이 두터운 트로트가수라도 양성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하고, 농촌지역도 농촌만의 ‘K-컬처’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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