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가 FTA 시대, 여성의 창의·협력이 농업·농촌 지킨다

세계 무역환경은 양국 간 FTA(자유무역협정)를 넘어 RCEP, CPTTP 등과 같은 다수 협상국 간 규범을 정하고 이를 활용하는 일명 ‘메가 FTA’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무한경쟁의 글로벌 무역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농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 정부는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고자 청년농업인 육성에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들어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농업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청년 여성농업인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본지는 전국 각지에서 대한민국 농업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여성, 특히 청년 여성농업인을 찾아 미래 한국농업의 가능성과 희망을 제시한다.

⑥ 전남 나주 ‘토마토와 화려한 외출’ 반서진 맛디아농장 대표

반서진 맛디아농장 대표가 “색깔마다 맛이 다르고 영양성분도 다르다”고 설명하며, 직접 생산한 대추 방울토마토와 완숙 토마토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반서진 맛디아농장 대표가 “색깔마다 맛이 다르고 영양성분도 다르다”고 설명하며, 직접 생산한 대추 방울토마토와 완숙 토마토를 들어 보이고 있다. 

 

6가지 무지개 방울토마토로 입맛 당기다

농업대학서 이론·실습 익혀…토마토 농장 운영 

설정값 정해 전체 환경제어…본격 스마트팜 재배

“농촌교육자 전문성 키워 교육기관 설립하겠다”

“부모님의 농장 이름 ‘맛디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준비된 성인’이죠. 농장명만 같은 각자의 농장입니다. 든든한 영농 파트너인 부모님과 함께 미래농업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전남 나주 반서진(27) ‘맛디아농장’ 대표는 오늘도 ‘성공 청년농부’의 꿈을 꾼다. 품질 좋은 농산물을 재배하고, 이를 토대로 농업 중심의 문화공간을 꾸미는 것. 반 대표는 지금의 토마토 농장 운영을 넘어 농촌 교육자로서 ‘농촌교육 전문기관’을 설립하는 게 최종 목표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현재 전남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으며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

그는 “앞으로 생산 기반을 안정화해서 토마토 재배법을 비롯해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좌) 토마토 스마트팜 온실 내부에 설치된 환경제어 시스템. (우) 맛디아농장에서 운영 중인 ‘토마토랜드’ 체험프로그램 모습.
(좌) 토마토 스마트팜 온실 내부에 설치된 환경제어 시스템. (우) 맛디아농장에서 운영 중인 ‘토마토랜드’ 체험프로그램 모습.

선진농업인 ‘실패 줄이는 법’ 강조
반 대표가 농업에 입문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의 부모님은 30년 가까이 무농약 엽채류와 애호박 등을 재배해 왔다. 6611㎡(2000평) 규모의 또 다른 맛디아농장이 그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곳이다. 어릴 적 경찰관이 되고 싶었던 반 대표는 고교 시절 가업을 잇겠다고 결심했다.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길 바랐던 부모님의 거센 반대에 부딪쳤지만, 이론부터 공부하고자 전남대학교 원예생명공학과에 들어갔다. 재학 중 대학이 운영하는 스마트영농창업특성화사업단 1기로 입단했다.

사업단 활동으로 실전 현장경험을 쌓았다. 기관과 농가 방문 현장실습과 작물 재배 등에 직접 참여했다. 특히 파프리카, 토마토 등 시설원예가 집중된 전남 화순과 담양 등의 선진 농업인으로부터 실질적인 농업경영을 배울 수 있었다.

“진로 결정에 앞서 농업·농촌환경에서 나고 자란 배경과 경험, 삶의 가치관 등에 미친 영향 등을 따져 봤죠. 대학에서 실전 경험을 쌓으면서 이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희망과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반 대표는 “선진 농업인을 만나 얻은 건 성공의 열쇠가 아니라 실패를 줄이는 노하우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3년간 스마트영농창업특성화사업단 창업교육 정규과정을 마친 뒤 본격적인 영농에 나섰다. 특히 사업단 활동 중 우수 청년농업인에 선발, 3개월간 다녀온 네덜란드 농업 선진지 견학은 영농 정착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기관인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2016년부터 전국 5개 대학에서 ‘영농창업특성화사업단’을 선정해 원예·축산 분야 창업인력을 양성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전남대를 비롯해 경북대, 연암대, 전북대, 충남대는 매년 20~30명의 영농창업특성화대학 신입생을 기수별로 모집한다.

맛디아농장에서 운영 중인 ‘토마토랜드’ 체험프로그램에서 이론수업이 한창이다.
맛디아농장에서 운영 중인 ‘토마토랜드’ 체험프로그램에서 이론수업이 한창이다.

실전 현장경험 축적 영농 정착
반 대표는 2018년 청년창업농 융자 3억원을 지원받아 농지를 구입, 노지양파를 3년 정도 재배했다. 이후 2020년 전남도 청년 과제사업으로 선정돼 991㎡(300평) 규모의 스마트팜 온실 3동을 지었다. 지난 5월 2314㎡(700평) 규모의 추가시설을 완공, 모두 3305㎡(1천평) 규모 7연동 스마트팜 온실을 구축했다.

“초기에는 하우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자투리 농지에 노지양파를 심었어요. 그때 양파를 로컬푸드매장에 납품하긴 했는데, 코로나 시기와 겹치면서 수입이 많지 않았어요. 매달 받는 청년 영농정착 지원금 약 100만원이 월급이나 다름없었죠. 하하하”

2019년 1월부터 토마토와 멜론을 생산했다. ‘토마토랜드’라는 브랜드로 교육장도 마련했다. 이곳에선 ▲토마토 심기 ▲토마토 상자 그리기 ▲토마토 수확 ▲토마토 음식 만들기(햄버거 등) 등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부만 환경제어가 가능했던 맛디아농장은 오는 7월부터 복합방향 제어시스템을 도입, 외·내부환경 센서 등 다양한 설정값을 통해 전체적인 환경제어를 시행하는 본격적인 스마트팜 재배에 나선다.

올가을에는 토마토를 활용한 식품가공에도 도전한다. 이와 함께 피자 베이스 제품을 만들어 교육하는 3차 체험프로그램 운영도 구상 중이다.

무지개 빛 대추방울토마토.
무지개 빛 대추방울토마토.

무지개 방울토마토로 호기심 자극
맛디아농장에선 대추 방울토마토 6가지 품종과 완숙 토마토 2가지 품종 등 모두 8가지 품종의 토마토를 재배한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보라, 흰색의 방울토마토를 여섯 빛깔 ‘무지개 토마토’라고 불러요. 이들 품종마다 맛과 영양성분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다양한 품종을 재배하고 있죠.”

반 대표는 보다 가까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품종마다 다른 색을 입혀 무지개 토마토로 차별화에 나선 까닭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평소 토마토에서 볼 수 없었던 색감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일반적인 빨간 토마토는 라이코펜 성분이 풍부해 강력한 항산화작용을 한다.

보통 흑토마토라고 불리는 검정색 토마토는 일반 빨간 토마토에 비해 항산화 성분이 더 많이 들어있다. 노란색 토마토는 단맛이 강하다. 노화방지에 도움이 되는 시스리코펜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고 루테인 성분이 들어있어 시력보호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초록색 토마토는 면역력에 좋으며 부상과 노화로 인한 근육 손실을 예방한다.

“토마토는 8월에 심어서 이듬해 6월 중순까지 수확할 수 있어요. 두 달가량 휴지기를 두고 8월에 다시 식재하기 때문에 스마트팜 재배로 연중생산이 가능합니다. 토마토를 더 연구해 더 다양한 품종을 선보이고 싶어요.”

반 대표의 부모님은 주로 토경 작물을, 그는 수경 작물을 재배한다. 각각의 작기와 농법은 물론 작물을 관수하는 양액이나 비료 관련 활용도도 다르다. 하지만 필요한 재배 환경은 똑같다는 게 반 대표의 설명이다.

“부모님 세대의 관행 농법과 현재 스마트팜 농법은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아직 경험이 부족해 단 한 번의 실수도 큰 충격으로 다가옵니다만, 그럴 때마다 부모님의 경험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버팀목이죠.”

반서진 대표는 “앞으로 생산 기반을 안정화해서 토마토 재배법을 비롯해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말한다.

“토마토로 미래농업 발전 이끌 것”
반 대표는 토마토에 대해 “알면 알수록 매력이 넘치는 작물이고, 관심을 기울여야 매력을 다 뽐내는 작물”이라고 엄지를 세워 보였다.

“토마토 줄기 위쪽에 생장점이 있어요. 사람은 어느 정도 자라면 키가 멈추지만 토마토는 계속 자랄뿐더러 조금만 관리해 주면 화방에서 계속 토마토가 열려요. 줄기만 3~4m 뻗어요. 그래서 연중 재배와 생산이 가능한 작물이죠.”

반 대표는 토마토 재배 시 주의할 점으로 온도 변화를 꼽았다. 여기에 더해 체험농장을 운영한다면 농약사용도 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토마토는 급격한 온도 변화에 약해요. 사람도 갑자기 추워지면 감기에 걸리잖아요. 작물도 똑같아요. 특히 바이러스나 병충해에 주의해야 합니다. 체험농장을 운영한다면 바이러스나 곰팡이, 총채벌레, 가루이 등 병해충 방지를 위한 농약도 최소량을 사용해야 하죠. 맛디아농장에선 트랩을 설치하거나 친환경 제제로 예방에 총력을 다합니다.”

직접 토마토를 재배해 보니 알게 된 것들이라고. 그는 오히려 모를 때가 더 용감했다고 돌이켰다.

반서진 맛디아농장 대표는 “8살 터울의 막냇동생이 농업에 뜻을 세우고 올해 대학교에 들어갔는데, 머지않아 가족 모두가 맛디아농장을 운영하는 성공 농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환한 웃음을 보였다.

 

■응원합니다 - 정 현 철 전라남도농업기술원 청년창농기술팀장

“농촌융복합산업 지역리더로 거듭나길”

정현철 팀장
정현철 청년창농기술팀장

- 반서진 대표와의 인연은.
전남도농업기술원 청년창농타운에서 실시하는 청년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만났다. 나주시4-H연합회와 전남도4-H연합회에서 3년 넘게 임원활동을 해 온 반 대표는 실습이나 사업지원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이다. 또 과제경진대회나 우수과제공모전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 응원의 한 말씀.
농촌에서 청년여성농업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스스로 농업을 선택하고 부모님의 농업을 승계한 적극적인 여성농업인이다. 어떤 정책을 제시했을 때 열린 마인드로 수용할 뿐만 아니라 본인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해 개선방안을 내놓기도 한다. 농촌지역에서 큰 인재임이 분명하다.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빠른 시일 내에 생산기반을 안정화해서 농촌융복합산업 분야 지역의 리더로 거듭나길 소망한다.

- 지원 사업은.
방울토마토 체험농장이 늘고 있다. 청년창농타운은 농업 관련 체험이나 상품모델을 개발, 우수 청년농업인을 선정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는데, 청년창농타운 내 제품지원센터에서는 올해 초부터 전문가를 영입, 토마토 식품가공산업에 필요한 컨설팅, 시제품 개발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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