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개선회장 탐방 – 곽애자 충청북도연합회장

곽애자 한국생활개선충청북도연합회장 활동의 원동력은 ‘배움’에 있다. 15년 전, 연고 없는 충주에 귀농해 생활개선회에 가입했고 줄곧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중·고등학교 과정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봤고, 대소원면 회장과 시연합회장 때 중원대 학사와 석사를 취득했다.

곽 회장은 “배운 재능을 지역사회에 베푸는 생활개선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행정학 박사과정 1학기를 마치고, 영농철 모내기에 뛰어든 곽애자 회장을 만나봤다.

만학도의 꿈을 이루고 실생활에 유용한 자격증교육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곽애자 회장
만학도의 꿈을 이루고 실생활에 유용한 자격증교육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곽애자 회장

최고령 수능생에서 현재 박사과정…다문화교육가 꿈 ‘활짝’
“코로나19로 침체된 생활개선회, 활성화에 노력할 터”

만학도로서 모범 보여
“작약을 심으려고 농지의 돌을 골랐어요. 꽃은 화원에 팔고 뿌리는 약재상에 판매하려고요.”

곽애자 회장은 은퇴 이후의 삶을 꿈꾸며 충주에 1만6528㎡(5천평) 농지를 마련했다. 남편의 대장암 수술에 귀농이 앞당겨졌고, 밭에 보리와 두릅을 심고 논농사도 지으며 지역사회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

“주변에서는 똑똑하다고 그러는데 저는 초등학교밖에 안 나와서 알게 모르게 자격지심이 있었어요. 늦깎이라 몸은 힘들지만 배울 수 있어 행복합니다. 공강시간에 생활개선회 행사에 참여할 정도로 시간을 쪼개 생활했어요.”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곽 회장의 열정은 학구열에 불을 지폈다. 2013년 수능을 본 해에 곽 회장의 나이는 53세였다. 수험장에서 16살 최연소 수험생과 같이 수능을 치른 최고령 수험생이라고 지역신문에 대서특필됐다.

이듬해 곽 회장은 한국교육대·중원대·삼육대에 합격하고, 그중 중원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아동보육상담학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했다. 수업에 빠짐없이 출석하고,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복습하며 새내기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농촌체험학습을 운영하는 농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청 사업인 학교 밖 청소년 자활프로그램에서 상담사로 활동하면서 실전 감각을 높이기도 했다. 대학교에서는 4.2(4.5 만점) 학점에 장학금도 받아 ‘하면 된다’는 성취감을 느꼈다고 한다.

농촌여성 인식 개선에 앞장
생활개선회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농촌사회를 변화시키는 기회도 찾아왔다.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여성농업인 영농여건개선교육에 여성농업인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면서 강사역할에 충실했다. 곽 회장은 농촌마을을 누비며 고령농촌여성들을 만나 여성농업인을 위한 정부지원사업, 편이장비를 소개했다.

“임원으로 활동하니까 농촌여성들의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게 보였어요. 저도 자존감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도회장이 되고 나서 회원들에게 처음 얘기를 꺼냈어요. ‘1960년대 사람들은 어차피 배움의 기회가 적었고, 먹고살기 힘든 보릿고개를 넘는 세대였다’고요. 그렇게 살았지만 자아실현을 하기 위해서는 도전의식을 깨워야 하고, 꿈을 찾아야 해요.”

곽 회장의 만학도 생활은 회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됐다. 몇몇 회원들도 검정고시에 도전해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게 됐다.

침체기 이후 단체 활성화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충북도연합회는 회원 200명이 감소했다고 한다. 15대 충북도연합회가 구성되고 첫 교육이었던 ‘생활개선회 정체성교육’에서 곽 회장은 “회원 수 증가를 위해 읍·면·동이 다함께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11개 시군 읍·면·동에서 2명만 신규 회원으로 들어와도 1년에 200명씩 늘어나겠더라고요. 그러면 100년을 향해 생활개선회가 함께 갈 수 있고, 1만명이 응집하는 날도 오지 않겠어요? 임원 여러분이 동참해주겠다고 화답했어요.”

먹거리가 풍부해 회원 개개인의 역량이 우리 농업을 지킬 파수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인 가구, 소포장에 맞춰 농산물 가공을 다양화하는 데 농촌여성이 주도해야 한다고.

그러면서 생활개선충주시연합회를 이끌며 만족도가 높았던 사업을 도 차원으로 끌어올려 회원들의 역량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곽 회장은 회원들이 가진 재능이 서로 달라 능력이 최대치로 발현되려면 잠재력을 일깨우는 교육을 다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사지 만드는 것도 알려주고 꽃꽂이, 퀼트, 재봉질, 떡케이크자격증, 제과·제빵자격증, 치매예방관리사 등등 교육을 하니까 회원들이 변화했고 자존감도 올라갔어요. 이러한 선례를 충북도로 확산하고 싶습니다.”

1회원 1과제, 자격증으로 전문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농업기관들이 4년 동안 생활개선회 육성에 다소 소극적이었다고 곽 회장은 자평했다. 이 같은 상황을 타파하고, 단체 활성화를 위해 자격증교육에 집중하고 싶다는 포부다.

“배워서 실천하는 단체잖아요. 꽃꽂이 하나를 배우더라도 봉사하고 실천하는 게 참 중요하거든요. 최근에 꽃꽂이자격증을 취득했는데, ‘집안에 꽃을 두니까 일주일이 행복하다고, 꽃꽂이강좌라도 열어보자‘고 농업기술원에 제안했어요. 2018년에 생활개선중앙연합회에서 받은 케이터링서비스디자인교육도 좋았고, 컵과일 배운 것을 지역축제랑 만찬식 때 활용했다고 어필했죠.”

곽애자 회장은 ‘1회원 1과제’ 실현을 위해 농업기술원에 다양한 의견을 제안했다.

“농사는 농사고, 교육을 듣고 남한테 베푸는 건 또 다른 차원의 활동이에요. 농촌에서 힘든 일만 하다가 생활개선회 교육이 있으면 나갈 수 있는 명분이 되고, 여성들에게 쉼을 주는 거니까요. 바쁜 일터에서 빠져나와 한숨 돌릴 수 있잖아요. 교육을 들으면서 친목도 도모하고 배울 점도 있고 그러면서 살아야죠.”

곽애자 회장은 시대에 맞춰 생활개선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회원들의 자격증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분위기를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자격증은 필수예요. 회원들이 사업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매번 하는 똑같은 교육 말고 다양한 기회의 장을 제공해줘야 해요. 충북농촌여성이 다시 비상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소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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