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맛·멋·건강 담긴 지역 향토음식 활성화 방안은? : 충북 충주 농가맛집 ‘팔봉콩밭’ 을 가보니...
충북 충주 대소원면 농가맛집 ‘팔봉콩밭’으로 향하는 길.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차창 밖으로 수주팔봉의 절경이 펼쳐진다. 빼어난 주변의 풍광이 농가맛집으로 선정되는 데 한몫했을 터였다.
“몇 년 전 달천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가 생겼지만, 입소문을 타기엔 규모나 특색이 부족한 것 같아요. 별수 없이 저녁장사는 포기하고 점심에만 식당을 엽니다.”
7년째 두부요리 농가맛집을 운영하는 조성숙 팔봉콩밭 대표의 말이다.
코로나19 위기에도 SNS 홍보·배송 등 자구노력
전국단위 특색요리 농진청 ‘밀키트 공모’ 고배
장사 잘돼도 나이 들어 체력 한계… 지속가능성 의문
신선한 상차림…농가맛집 자부심
조성숙 대표는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팔봉콩밭이 농가맛집 우수사례라고 말하곤 한다”면서 “자부담도 반이나 들였기 때문에 밑지는 장사는 안 하려고 애썼지만 남는 게 별로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한창 농가맛집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지원을 받아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도 많은데 운영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조 대표는 12년 전 도시에서 충북 충주로 귀농했다. 한식·양식조리기능사 등 요식업 관련 자격증만 5개 보유한 능력자다. 이력서를 돌리듯 자격증 사본을 충주시농업기술센터 직원들에게 내보이면서 노력한 결과, 농촌진흥청 농가맛집 시범사업에 신청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컨설팅업체가 가져가는 비용을 제외한 지원금 4천만원에 자부담 4천만원을 투입했어요. 폐건물을 리모델링했고 주방용품 구입과 주차장 설치 등 기반을 다졌습니다.”
충주 대소원면에는 콩밭이 많다. 조 대표도 콩과 쌀은 물론 밑반찬에 쓰일 채소류를 재배한다. 가마솥에서 손두부를 직접 만들고 두부전골, 청국장, 비지장, 콩떡갈비 등을 대표메뉴로 선보이고 있다.
조 대표는 농가맛집을 무탈하게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로 ‘부담 없는 가격’을 꼽았다. 팔봉콩밭의 단품 메뉴 가격은 8천~1만원. 여기에 더해 매일 아침 7시 밭에서 수확한 채소 등으로 손님상에 오르는 6가지 밑반찬을 준비한다. 직접 재배한 농산물 덕분에 치솟는 물가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향토음식 기준’에 희비 엇갈려
“반찬이 신선하니까 손님들이 맛있다면서 더 달라고 하죠. ‘오늘 밭에서 따온 농산물로 만드는 농가맛집이라서 맛있다’고 손님들에게 자신 있게 말합니다. ‘가성비 맛집’이라고도 해요.”
그러나 수주팔봉을 따라 드라이브하는 나들이객이 주 고객이다 보니 해가 지면 인적이 없다. 철마다 캠핑족들도 이곳을 많이 찾지만 매출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이전 월 1천만원 매출을 올린 게 호시절이었다는 조성숙 대표. 요즘에도 평일 40명, 주말 60~70명의 손님이 이곳을 찾는다.
조 대표는 농가맛집 메뉴를 간편조리세트(밀키트)로 출시하는 농진청 ‘향토음식 활용 간편조리세트 공모전’에도 도전했지만, ‘특색이 없다’는 쓴소리만 들었다. 당시 녹두빈대떡과 두부찜 시제품을 내놨다.
“전국에서 뽑는다 하니 얼마나 경쟁이 치열했겠어요. 굴하지 않고 포장용기에 비지장, 청국장 등을 얼려 택배로 배송할 수 있도록 판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는 즉석판매 제조 가공식품 영업을 신고하고, 온라인카페에서 ‘맛보기 체험단’을 꾸려 음식값의 50%만 받고 배송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밀키트 등 도전이 쉽진 않지만, 소비촉진 노력에 의미를 두고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려고요. 그래야 농가맛집이라는 자존심도 지키면서 오래 식당을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몰려오는 손님에도 “사업기간 10년만”
농가맛집 운영이 잘돼도 지원사업 기간인 ‘10년만 버티자’는 불평 아닌 불평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충남 당진 순성면 농가맛집 ‘아미여울’은 무청을 활용한 ‘꺼먹지비빔밥’이 알려지면서 주말이면 대기 줄이 장사진을 이룬다. 한국생활개선당진시연합회원 6명이 조합원으로 뭉쳐 운영하는 이곳은 5년차에 접어들었다.
“농가맛집 운영이 잘돼서 조합원들이 월 200만원 이상 가져가고, 손님이 몰리는 토~월요일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어요. 아르바이트하는 이들이 ‘돈 모아서 농지 사겠다’면서 농담할 정도예요.”
주방업무 등을 분담하고 있지만 조합원 모두가 60대로 체력적 한계를 느낀다. 손님맞이를 치른 뒤 오후 3시쯤이면 녹초가 된다고.
“지인들은 매출 올려주겠다는데 섣불리 초대도 못해요. 눈도 못 마주칠 정도로 바쁘니까요. 멀리서 찾아오면 차라도 대접하고, 대화도 하고 싶은데 혹여나 지인에게만 서비스한다는 오해를 살까봐 조심스러워요.”
농가맛집 지원사업은 농업인 대상이라 영농철이면 일상생활도 버거울 지경이라고. 아미여울은 농가맛집 사업기간 10년을 채우는 게 최선의 목표라며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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