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맞아 미니콘서트 등 ‘행복 찾기’ 잔치 벌여
“세상이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것” 
​​​​​​​사람 냄새 나는 ‘신계숙의 맛터사이클 다이어리’ 애착 

■만나봅시다- 서늘한 외모에 정겨운 목소리, 배우 이재용

“요즘 사극 촬영이 한창입니다. ‘고려 거란 전쟁’이라는 대하드라마인데, KBS에서 참 오랜만이네요. 저는 토호로 나오죠. 찬바람 불 때쯤 인사드릴 수 있을 겁니다.”
배우 이재용은 이름보다 얼굴과 목소리로 더 잘 알려진 배우다. 동명의 재벌 3세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으리라. 어떻든 큰 키와 마른 몸매, 각진 얼굴과 날카로운 눈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카리스마를 뽐낸다. 여기에 더해 중저음의 또렷한 발음이 만들어 내는 서늘한 분위기는 배우 이재용만의 특별한 인상으로 각인된다.
영화 ‘친구’에서 묵직한 부산 사투리로, 동수(장동건)를 앞에 두고 “니, 의리가 뭔 줄 아나”라며 일장 연설하는 장면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올핸 디즈니 드라마 ‘카지노’에서 ‘양상수’역, tvN 드라마 ‘구미호뎐 1938’에서 ‘선우찬/타와라 쇼’역으로 우리 곁을 찾았다.
이같이 강렬한 이미지와 개성을 지닌 등장인물들을 창조해 내길 수십 년. 어느새 그는 환갑을 맞았다. 이름이 아닌 캐릭터로 더 기억되는, 배우 이재용을 만났다.

배우 이재용은 강원 춘천 출신이지만, 경남 마산에서 자랐다. 마산중앙고등학교 졸업 뒤 부산대학교 철학과를 나왔다. 그래서인지 극중 경상도나 부산 사투리를 차지게 소화한다.
배우 이재용은 강원 춘천 출신이지만, 경남 마산에서 자랐다. 마산중앙고등학교 졸업 뒤 부산대학교 철학과를 나왔다. 그래서인지 극중 경상도나 부산 사투리를 차지게 소화한다.

외모 인상 빼면 담백한 목소리만
외모가 주는 인상을 빼고 나면 담백한 목소리가 남는 배우다. 그래서인지 배우 이재용은 내레이션 활동도 많다.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3년 동안 방송된 EBS ‘신계숙의 맛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도 목소리 배우를 맡았다. 

“우리 계숙씨가 잘 ‘찢고, 까불고’ 그러면서 돌아다니니까…, 사람이 정겹잖아요. 그래서 그 분위기를 잘 살려야겠다, 화면에서 보는 친구랑 철없이 놀자, 그런 기분으로 매번 녹음했어요. 사람 냄새 많이 나고, 감동도 주는 프로잖아요. 애착을 많이 가졌고, 계숙씨와 친구도 됐고, 그렇다 보니 저도 덩달아서. 하하하. 찢고, 까분다는 건 좋은 의미입니다. 에너지를 말하는 거죠.”

기행 프로그램답게 주로 신계숙 교수가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오토바이를 타고, 요리를 한다. 배우 이재용은 으레 그렇듯 차분한 목소리로 장면과 장면을 정리한다. 동경 반, 부러움 반일까. 정겨운 가운데 갖춘 예의랄까. 그의 “계숙씨~”는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재미였다. 

“알고 보니 계숙씨와 ‘동갑내기’였어요. 시즌1 마지막 회를 제주도에서 함께 촬영했는데, 호탕한 웃음과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 뒤에 내공이 느껴졌어요. 현장에서 어디든, 누구든 소통하고 어울리고 대화할 수 있다는 건 삶을 대하는 진지함에 더해 살아온 삶에 이력이 붙었다는 것이죠.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고 맛을 추구하는, 요리하는 계숙씨의 모습과 그 신념은 덤이었죠.”

애착을 가진 이유는 또 있다. 배우 이재용은 ‘식약동원’ 등 바른 먹거리에 관심도 많고, 할 말도 많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약은 근원이 같다는 겁니다.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약처럼 우리가 먹는 음식도 건강에 중요하죠.” 

심신이 지쳤던 어느 날 문득 경남 양산 토곡산을 찾았다. 그 한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식약동원…바른 먹거리 중요”
“씨를 뿌리고, 약초를 캐거나, 열매를 따기도 했어요. 나무를 깎고, 집도 지었지요. 산에서는 모든 것들이 벗이 됩니다. 비와 바람, 안개도요. 마음이 편해야 쉬는 겁니다. 편히 앉아 산의 고요한 풍경을 즐기면 토곡산에 깃든 충만한 기운이 온몸에 전해졌어요.”

1963년생이다. 100세 시대에 의미가 있을까만 배우 이재용은 “계속해서 환갑잔치를 벌인다”면서 웃음을 보였다. 잔치 중 하나는 경기 파주 헤이리 ‘미니 콘서트’다. 가수 이규석, 가수 정시로(뱅크)와 함께 격주로 진행하는 이 콘서트에서 이재용은 노래도 하고, 이야기도 한다. 그는 이미 ‘괜찮아(세상의 모든 아버지들께)’라는 곡을 발표한 바 있다. ‘아라비안나이트’의 가수 김준선이 만든 곡으로, 마치 배우 이재용의 인생을 이야기한 듯한 노래다. 

“준선씨가 곡을 써서 갖고 왔더라고요. 가수의 세련된 기교가 필요한 곡이 아니고, 누군가 자기 인생을 이야기하듯이 그렇게 불러줬으면 좋겠다면서요. 제가 제일 잘 어울린다고. 곡이 아름답고 세련돼서 고사를 했었는데, 1년쯤 뒤에 제가 우울증도 깊어지고 공황도 찾아왔어요. 그럴 때는 탈출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잖아요. 그 노래를 연습하면서 기운도 차렸습니다.”

건강하고, 잘 먹는 세상이라서 환갑이어도 다를 게 없을 줄 알았다. 변화라고 한다면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는 것. 

“새롭게 깨달은 것은 세상은 이렇다 저렇다가 아니고,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가 아닐까 합니다. 배우라는 직업이 있어요. 그러면 사람들이 흔히 얘기하죠. ‘많이 알려져서 좋겠어요.’ 많이 알아보는 대신에 내 개인적인 삶이라는 영역은 제한이 되겠죠.” 

또 있다. 이를 테면 ‘존재’에 관한 문제다. 

“짧게는 10년 넘게, 누구는 20여년을 학교에서 보내잖아요. 어느 누가 ‘행복이 뭐다’라고 정의를 해주던가요? 들어본 적은 있어요? 혹은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가르쳐준 누군가는요?”

일찌감치 행복에 관한 것들을 알았더라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알록달록 재밌어졌을 것이라는 그의 탄식이 허공을 가른다. 행복이 뭔지를 찾는 환갑잔치도 계속할 것이라고. ‘행복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왜 예전에는 못 던졌을까.’ 배우 이재용의 혼잣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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