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 ‘기차와 소나무’ 소유자…“맑고 반듯한 이미지 부담” 
대학가요제 발굴 신인가수 자작 데뷔곡이 대표 히트곡
​​​​​​​전남 영광서 중학생 때 상경…하라는 공부하며 음악 심취

■만나봅시다- 기타 선율에 위로를 담다 가수 이규석

데뷔곡이 대표 히트곡으로 기억되는 가수가 있다. 1887년 대학가요제가 발굴한 가수 이규석 이야기다. 그는 이듬해 발표한 자작곡으로 가요사에 길이 남을 ‘명곡’의 소유자가 됐다. 동시에 ‘맑고, 반듯한’ 자신의 이미지도 굳혔다.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사람들에게 잊혀진 이야기는 산이 되고 우리들에게 버려진 추억들은 나무 되어~.’ 서정적인 노랫말과 기타에 더해 예쁘장한 얼굴에 비치는 조용한 표정, 깊게 쌍꺼풀진 큰 눈과 부드러운 목소리는 요즘 아이돌 부럽지 않은 외모와 인상을 자랑했다. 세월은 가수 이규석만 살짝 비켜간 것일까.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카락, 반짝이는 커다란 눈동자, 그리고 다부진 체격은 1963년생이라는 그의 나이를 잊게 한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공연을 마치고 막 돌아온 가수 이규석을 만났다.

가수 이규석은 부모님을 보살펴 드리며 함께 살고 있다. 그는 “돌봄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재밌게 지내고 있다”면서 “가끔 지칠 때는 옛날 영광 시절 자식들 뒷바라지에 애쓰시던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고 전했다.
가수 이규석은 부모님을 보살펴 드리며 함께 살고 있다. 그는 “돌봄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재밌게 지내고 있다”면서 “가끔 지칠 때는 옛날 영광 시절 자식들 뒷바라지에 애쓰시던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고 전했다.

동남아서 ‘까만 안경’ 원곡 ‘울음’ 환호 
“가수 이루가 ‘까만 안경’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인기가 폭발적이었다고 하잖아요. 그 여파가 동남아에도 전해진 모양입니다. 베트남에서 ‘울음’을 불렀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2006년 이루가 부른 ‘까만 안경’의 원곡은 2004년 이규석이 발표한 ‘울음’이다. 당시 소속사와의 갈등 등으로 인해 앨범만 내고 활동을 하지 못했던 터라 그에겐 아쉬움이 남는 곡이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국내는 물론 해외 공연도 주춤했잖아요. 웅크리고 있던 기운이 마치 기지개를 켜는 듯이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고 왔습니다.”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가수 이정석, 가수 전원석과 함께 6~7년간 콘서트를 이어 왔다. 다시 무대에 서기를 바라며 코로나가 끝나기만을 간절히 바랐건만, 이미 공연계 분위기는 트로트가 대세가 돼 버렸다. 아쉬움을 달래며 몇 달 전부터 가수 정시로(뱅크), 배우 이재용과 함께 경기 파주 헤이리에서 미니 콘서트를 열고 있다. 

“우리끼리 차고, 또는 게라지(garage) 라이브라고 불러요. 시로씨가 오토바이 등을 보관하던 창고를 꾸미면서 지금에 이르렀죠. 게라지 라이브 공연장은 낮에는 카페, 밤에는 무대가 됩니다. 셋이 친해서 모이게 됐는데,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까 뭐든 만들어볼까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현재 트로트 공연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다른 감성의 음악들도 사랑받을 시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광란당’ 멤버 故 박정운 추모곡 참여
동남아 공연에서 돌아오자마자 고 박정운 추모곡 녹음에 참여했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음악활동 재개에 대해 의지가 강했던 만큼, 함께 활동했던 가수들이 박정운의 한을 풀어주자는 의미에서 뭉치게 됐다고. 이규석은 박정운이 유명해지기 전까지 음악을 매개로 교류하던 사이였다.

“정운씨가 가수 오석준씨랑 친했거든요. 미국에서 온 터라 석준씨 집에서 기거도 하면서 음악 준비도 했어요. 당시 ‘오장박(오석준·장필순·박정운)’으로 ‘내일이 찾아오면’을 불렀잖아요. 또 그때 저는 가수 박학기씨, 석준씨랑 친했거든요. 자연스레 넷이서 어울리게 된 거죠.”

자칭 ‘광란당’이라고 불렀다. 노래도 하면서 재밌게 놀고, 음악적인 교류 등 뭐든 열심히 하자고 했던 시절이다. 

“저를 비롯해 학기씨나 석준씨는 다 알려져 있었지만, 정운씨는 미국에서 건너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앨범도 낸 상태였는데 바로 뜨지를 못했던 그런 시기였죠. 정운씨가 그때 마음고생도 많이 했어요. 나중에 ‘오늘 같은 밤이면’이 엄청나게 인기를 얻게 됐는데, 막상 정운씨가 뜨고 난 다음에는 서로 바쁘다 보니 잘 못 보게 되더라고요. 알려진 것과 달리 정운씨는 1962년생이에요. 그래서 서로 존칭을 썼어요.”

운동 등 관리로 전성기 버금 가창력 뽐내
운동 등 철저한 자기관리로 전성기에 버금가는 가창력을 뽐내는 이규석은 ‘최강 동안’으로 꼽힌다. 맑고 반듯한 이미지에 더해 고운 피부, 마냥 선량할 것만 같은 검은 눈동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기차와 소나무가 지닌 서정적인 이미지를 가수 이규석에서도 찾으시는 거죠. 쑥스러움이 많은 성격인데, 가끔 그런 이미지가 부담이 될 때도 있습니다. 동안인 외모는 부모님 덕인 것 같습니다. 운이 좋다고 봐야겠죠. 하지만 부모님도 이제 많이 늙으셨어요.”

전남 영광 출신인 그는 2남2녀 중 장남이다.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랐고, 일찌감치 서울 유학에 나섰다. 하라는 공부도 잘했던 소년 이규석은 ‘레드 제플린’ ‘딥 퍼플’ ‘이글스’ 등 음악에도 심취했다. 

“공직에 계셨던 아버지는 중학생 때 홀로 상경한 장남이 가업을 잇기를 바라셨는데, 딴 길을 택한 거죠. 응원도 많이 해주셨는데, 지금은 보살펴 드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돌봄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부모님과 함께 재밌게 지내고 있습니다.”

으레 그렇듯 그의 입가에 조용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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