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을 하던 시절, 매주 토요일은 라면특식이 나오는 날이었다. 퉁퉁 불은 라면이었지만 내 일생에 처음 먹은 가장 맛있는 라면이었다. 60년 역사를 지닌 라면은 끝없이 진화해 현재 시판중인 라면종류는 무려 555개가 넘는다고 한다. 한국의 라면은 동남아와 유럽을 넘어 전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지난해 즉석 면류 수출액이 1조원을 넘었다. 라면은 이제 K-푸드의 상징이 돼 스위스 알프스산맥 융프라우 정상에서도 컵라면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1960년대 쌀이 절대 부족하던 시절, 정부는 혼식과 분식을 적극 장려했다. 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생겨난 라면이 이젠 쌀 소비시장을 위협하는 식품이 된 셈이다. 1992년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112.9㎏이었던 것이 30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56.7㎏로 반토막이 되고 말았다. 

쌀 소비의 감소로 우리나라 쌀산업은 존폐위기에 직면해 있다. 쌀 소비촉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도입되고 있지만 쌀 가격문제가 항상 걸림돌이 되고 있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대학생들의 식비 부담을 줄이고 쌀 소비문화 정착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정부는 밀가루를 대체할 가루쌀 품종을 개발해 재배를 장려하고 있다. 밀가루 소비를 가루쌀이 대체할 수만 있다면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것 역시 수입 밀가루와 쌀과의 가격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전문가에 따르면 제분용 밀 수입가격과 국내 쌀값의 차이를 어림잡아 계산을 해도 쌀값이 3.6배 비싼 편이라 한다. 가루쌀로 만든 빵, 면류의 품질을 더 높이고 차별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