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채널에서 방영 당시 12.2% 최대 시청률을 달성해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던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를 아는가. 연예인들이 농촌에서 주야장천 아침·점심·저녁을 해먹는 내용이 골자다. 출연진들은 별다른 소득 활동도 없이 “돌아서면 밥 때 걱정”이라고, 반찬 걱정을 했다.

삼시세끼를 보면 밥 차려 먹기에도 24시간이 급급해보인다. 요즘 농번기를 맞은 농촌에서 여성농업인들은 농사지으랴 식사 준비하랴 힘에 부친다. 의학적으로 체력이 남성보다 여성이 부족하다지만, 실상 쉬운 농사일을 여성들이 하는 것도 아니다. 기계화된 벼농사조차 농기계운전은 남자가, 뙤약볕 모판 옮기는 작업은 여성 몫인 탓이다.

충남 서산에 한 농촌여성은 6만6115㎡(2만평) 농지에 모판을 대줘 족저근막염을 달고 살다가 다리에 철심까지 박았다고 한다. 충남 당진의 한 농촌여성은 남편보다 덜 힘든 일을 선점하겠다며 드론자격증을 취득해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농번기에 마을공동급식은 ‘그림의 떡’이다. 충북 영동의 한 농촌여성은 경로당 운영비로 노인회가 운영하는 마을회관 공동급식을 연령제한 없이 여성농업인이 먹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현실적으로 농촌은 인구가 없어 60대 농촌여성들이 식사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어느 여성농업인단체에서 총대를 메겠느냐”고 난색을 표했다.

시대적 흐름에 성평등 균형추를 맞추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농촌여성은 가사노동, 육아, 노인 돌봄, 바쁜 농사일까지 감당하느라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반응한다.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려면 농촌현실을 고려해 정책입안자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성평등한 농촌의 미래를 앞당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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