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남 고흥 ‘오이농장’ 정효주 대표

 친척 일손 돕다가 귀농...귀농멘토 자처
 귀농 5년차, 오이농사 지으며 인생2막
“아름다운 풍광 보며 농사짓는 게 행복”

귀농 5년차인 정효주 대표는 터득한 노하우를아낌없이 나누는 귀농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귀농 5년차인 정효주 대표는 터득한 노하우를아낌없이 나누는 귀농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간척지 하얀 물결에 부농꿈 무럭무럭
전남 고흥군은 반도다. 지형이 홍콩을 닮아 더 이름이 알려진 곳으로, 바다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반도여서 눈 오는 날이 드물다. 고흥군은 남부지역이라 기온은 따뜻하지만 바다가 가까워 바람이 습해 실제 기온보다 차갑게 느껴지는 지역이다.

고흥읍은 고흥군의 가장 중앙부에 위치한다. 서쪽에는 고흥호가 있으며, 그 연안에는 고흥만 간척지가 넓게 펼쳐져 다양한 농업이 발달했다.

고흥읍에서 서쪽 득량만을 향해 십리 정도 가다 보면 오무산(356.3m)을 등지고 들어앉은 중촌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중촌마을 앞으로 고흥만간척지가 광활하게 펼쳐지는 그 시작점에 정효주 대표의 ‘오이농장’이 하얀 물결처럼 반긴다.

“우리 오이농장은 마을 앞 고흥만간척지가 시작되는 곳에 자리하고 있어요. 간척지가 끝나는 곳에는 고흥만이 흐르고, 그 앞으로 득량만을 끼고 당남해변과 용동해수욕장 등 관광지로 유명한 곳들이 많이 있습니다. 농사도 짓고 또 아름다운 주변의 경치를 언제나 함께한다는 것이 큰 즐거움입니다.”

“입소문 덕에 판매걱정 없어요”
고흥군 고소리 중촌마을로 엉겁결에 귀농했다는 정효주 대표는 어느덧 귀농 5년째를 맞으며 비닐하우스 3동(1980여㎡)을 농사짓고 있는 귀농전도사가 됐다.

“우리는 농장 이름도 없이 농사를 해요. 그동안 나름대로 소문도 나고,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어서 이름 없이도 어느 정도 소비가 다 이뤄지고 있어요. 그냥 정효주 오이농장이라고 하면 됩니다.”

정 대표는 고향이 광주다. 남편 김광열씨는 보성이다. 직장생활도 결혼생활도 서울에서 했다. 그러다 2017년께 외삼촌 부부가 지금의 중촌마을로 귀농했다. 그리고 외삼촌 부부를 조금 도와주기 위해 잠시 내려온 중촌마을은 지금 정효주 대표의 제2 고향이 됐다.

“귀농할 생각은 없었어요. 친척 도와주러 잠시 내려왔는데 주변에서 이참에 귀농해보라고 자꾸 권하더라고요. 농사가 잡념도 없애주고 맘이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교육도 받아보고 한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정 대표는 귀농하고 1년여를 오이하우스 농가에서 일을 도우며 재배의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19년 땅을 구입하고 본격적으로 오이농사를 시작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쉽지 않았어요. 공사를 하는데 어찌나 비가 오는지 물에 몇 번이고 잠겼어요. 천신만고 끝에 하우스를 완성했던 당시가 생생하네요. 농사가 1년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지금도 배우는 마음으로 오이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제가 깨달은 것은 귀농인에게 친절한 멘토가 돼줘야겠다는 것이에요. 그동안 터득한 노하우를 귀농 초보들과 함께 나누면서 귀농전도사로서, 즐겁게 농업인으로 살려고 합니다.”

“농사의 핵심은 즐기는 것”
정 대표는 지금도 배우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지자체와 농업 관련 기관, 단체의 각종 교육에 거의 참여했다. 지금은 도시재생과 관련된 다양한 역할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귀농귀촌정착도우미, 마케팅전략기획전문가, 1인미디어크리에이터, 실버인지놀이지도사 1급, 실버두뇌훈련지도사 1급 등등 많은 자격증들이 그동안의 열정을 설명해주고 있다.

“올해 목표는 집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집 없이 농장의 하우스에서 살고 있어요. 중촌마을에 빈집들은 있는데 팔려는 사람들이 없어서 몇 년째 기다리는 중입니다. 올해까지 기다려보고 안 되면 농장에서 멀어서 불편하겠지만 읍내에라도 집을 장만하려고 합니다.”

정효주 대표는 농사의 중요한 요소는 즐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맑은 공기와 풍광들을 즐기는 것부터 농사의 시작이라는 게 그의 신조다. 그리고 대충은 없다고 말한다. 묻고 배워야 조금이라도 건강한 농산물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멘토를 늘 곁에 두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농사를 짓다 보면 막연하고 당황스러울 때가 많아요. 그럴 때 상의하고 함께할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농사도 재밌고 보람도 크지요. 올해도 아프지 않고 가족 모두 평안하게 농사를 짓는 것이 소망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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