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전라남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소 장서우 연구사

장서우 연구사가 수확한 ‘흑하랑’ 상추를 들어 보이고 있다.
장서우 연구사가 수확한 ‘흑하랑’ 상추를 들어 보이고 있다.

 

‘락투신’ 고함유 기능성 신품종 상추 ‘흑하랑’ 개발
 프리미엄급 잎상추에 식품원료로 부가가치 증진
 기능성 바이오산업 육성 통한 지방소멸 극복 기대

상추 먹으면 졸렸던 기억이...
“학창 시절 상추를 먹으면 졸린다고 해서 시험 전날에는 안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 당시 상추를 끊으면 하얀 진액이 나왔는데, 이 진액에는 분명히 기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 ‘흑하랑’ 상추 개발의 시작이었습니다. 토종상추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성분을 분석하는 데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어쨌든 잘 극복하고 흑하랑 상추를 육성했다는 데 자부심이 큽니다. 흑하랑 명칭은 한자로 검을 흑, 여름 하, 최고 랑으로, 여름상추에 으뜸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담았습니다.”

장서우 전남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소 연구사는 수면 효과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기능성 상추 ‘흑하랑’을 개발해 지난해 ‘농업기술대상’ ‘최고연구원상’ 등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장 연구사는 ‘흑하랑 꿀잠상추’ 등 5건의 상표등록과 가공기술 2건 등을 비롯해 6개 업체와 통상실시, 17개 업체와 업무협약 등 신품종 기능성 상추의 확산 토대를 마련했다. 또한 ‘기능성분 함량이 높은 적치마 상추 흑하랑 육성’ 등의 논문 게재와 학술발표 6건, 락투신 함량 극대화를 위한 최적 생산 시기와 용도별 생산성 등 영농기술, 정책자료 제출 등 다양한 업무 성과를 이어오고 있다.

농가에서 기능성 토종종자 수집
“2010년에 30년 이상 토종종자를 보존하는 농가로부터 신품종 육성에 필요한 종자를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부터 수집한 상추 토종종자 중 락투신 함량이 높은 계통을 분리하고 여러 과정을 거쳐 ‘열풍적치마’를 2016년 품종보호출원을 했으며, 재배시험을 거쳐 2019년 2월 ‘흑하랑’으로 최종 품종등록을 했습니다. 흑하랑은 숙면과 진정, 항스트레스 효과가 있는 락투신 함량이 일반 상추에 비해 124배(3.74㎎/g) 많고 쓴맛이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흑하랑은 특히 ㈜휴롬과 공동으로 음료 개발하는 과정에서 락투신 외에도 트립토판이 함유돼 있어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생성시켜 우울증과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주며 수면의 질을 결정하는 멜라토닌의 분비를 촉진시킨다는 결과도 얻어냈다.

“경북대학교 스포츠의학연구실에서 임상실험을 진행한 결과, 흑하랑 주스를 섭취한 집단은 대조군과 비교해 입면(잠들기 직전의 반의식) 시간이 감소하고 총 수면시간은 증가했습니다. 또 수면 중 반복적으로 깨어나는 횟수는 줄어서 수면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장 연구사와 동료들은 이 밖에도 상추를 식품으로 가공할 때 줄기를 포함하도록 식품공전 개정을 건의했고, 원재료 표준화와 일시수확에 따른 노동력 절감을 통한 원료 생산기술 개발 등을 아울러 추진했다. 이는 기능성 식품소재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더 많은 가공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민관협력으로 기능성 가공식품 개발
“일단 개발이 이뤄지면 생산을 하고 소비자들에게 평가받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2021년부터는 수면 기능성 가공식품 시장 진입을 위해 원료 생산농가가 중심이 돼 민관협력체계를 구성했어요. 그렇게 본격적으로 제품 개발에 나섰는데, 그 결과 현재 식품가공업체 17곳, 개별인정형 전문산업체 5곳 등이 참여해 총 23종의 제품을 만들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어요. 추가로 기능성분 함량이 높은 티백차, 양갱, 젤리스틱 제조 기술에 대해서는 특허출원도 완료했습니다.”

장 연구사가 육성한 흑하랑 상추는 기능성 프리미엄이 적용돼 일반 상추 대비 1.5~8.5배 높은 단가로 유명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2021년 처음 거래가 이뤄진 이후 기능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재구매로 이어져 현재까지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2018년부터 현장 실증, 시범사업, 정책사업을 통해 프리미엄 잎상추와 가공원료 생산을 위한 전문생산단지가 조성됐고, 재배면적은 30㏊(2022년 12월 기준)까지 증가했다. 상추의 식품 가공원료 기준이 개정되면서 식품원료 생산 규모는 300톤으로 늘어났고, 가공식품 수출이 이어지며 생산액은 51억원(원물+가공식품)까지 증가한 상황이다.

“향후 흑하랑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개별인정형 기능성 원료로 승인을 받게 되면 생산액이 1천억원 규모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문생산단지 중심의 대용량 가공시설 구축, 의학전문기관과 협업을 통한 공공재 성격의 기능성 원료화, 해외로의 종자 유출 방지를 위한 품종 고유 분자마커 개발 등을 통해 기능성 바이오산업으로 육성되면 고용 창출에 의한 지역경제 활성화로 지방소멸 극복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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