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농촌은... - 기후변화·인력난으로 과수농가 고민 깊어진다

올해는 과수 개화기 이전의 이상기온으로 모든 과종에서 평년 대비 10일 이상 꽃이 일찍 개화했다. 더욱이 개화기간 동안 저온과 강풍으로 저온피해는 물론, 수정에 필요한 꿀벌이나 야생벌이 거의 없거나 극히 부족했고, 바람에 의한 주두의 건조현상으로 수정률이 감소해 과일 작황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 복숭아 주산지인 경기도 이천지역도 마찬가지다. 강상조 한국과수협회장은 최근 이천시 장호원읍에서 복숭아농사를 짓는 김영애 한국생활개선경기도연합회장과 남편 이상윤씨를 만나 기후변화와 일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지 농업인들의 애로를 듣고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했다. 

 

강상조 협회장 적지적작이 아니라 적지적품종으로 전환해야
김영애 회장 후계자 없는데다 웃돈 주고도 일손 구하기 힘들어 
이상윤씨 기후변화로 복숭아 품질저하에 병해충 피해도 심각

 

강상조 한국과수협회장은 기후변화와 고령화, 일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기도 이천의 복숭아농가를 찾아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강상조 한국과수협회장은 기후변화와 고령화, 일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기도 이천의 복숭아농가를 찾아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농촌 고령화로 폐농 잇달아”

강상조 협회장= 만나서 반갑습니다. 부부 둘이서 복숭아농사를 짓는 게 힘들지 않나요? 그리고 이곳에 오다보니 곳곳에 인삼밭도 듬성듬성 보이는데 혹시 이전에 과수원 부지가 아니었나요?

김영애 회장= 지금 농촌은 고령화가 심각해 폐농하는 과수농가가 많아요. 복숭아농사를 접고 인삼이나 당귀 등 약용작물 재배로 전환한 농가도 여럿 됩니다. 게다가 농사를 이어받으려는 자녀들도 없어 현재의 농업인들이 은퇴하는 시기가 되면 농토가 어떻게 변할까 심히 우려됩니다. 자식 뒷바라지, 농경지 확보 등으로 은퇴 후 생활비도 걱정되고, 국가가 제시하는 농지연금은 보유 토지의 소멸로 자식들과의 불화의 씨앗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주위에 적지 않아요.

농촌 일손 부족, 외국인근로자 공급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에요. 정부가 외국인근로자 등 공공인력 공급을 확대하고 있지만 농업현장에서는 웃돈을 주고도 일손을 구하지 못해 바쁜 영농철이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민간 인력공급업체가 농업인 위에 군림하는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강상조 협회장=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도 우리 농업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쪽 상황은 어떤가요?

이상윤씨= 기후변화로 인해 장호원 지역에서도 9월에 태풍, 장마 등이 점점 증가해 이때 수확하는 만생종 ‘장호원 황도’ 품질이 불량해지고 병해충 피해도 심각해져 농사에 애로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강상조 협회장= 이젠 적지적작(適地適作) 개념에서 탈피해 ‘적지적품종’ 재배로 발상을 바꿔야 합니다. 한 예로서 예전에 사과 명산지였던 대구, 청도, 경산 등에서는 만생종 후지 품종만을 선호했기에 과일 품질이 불량해지면서 재배가 용이한 북쪽이나 내륙으로 재배지가 옮겨갔습니다. 그럼에도 옛 사과 명산지보다도 온도가 더 높은 경남 진주지역에서는 최근 사과 재배농가가 늘고 있습니다. 착색이 용이하고 더위가 오기 전에 잘 생장·성숙하는 조생종 사과 품종이 훌륭히 적응해 재배되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온도 상승으로 개화기가 빨라져 늦서리와 저온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은 개화기가 조금이라도 늦은 작목 또는 품종을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김영애 한국생활개선경기도연합회장, 강상조 한국과수협회장, 이상윤씨
(사진 왼쪽부터) 김영애 한국생활개선경기도연합회장, 강상조 한국과수협회장, 이상윤씨


“복숭아농사는 여성노동비중 높아”

김영애 회장= 농가의 궁극적 목표는 소득 증대는 물론, 삶의 질이 향상되는 농촌생활일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 소득이 확보돼야 하고, 여유로움이 수반되는 계획적인 농작업, 특히 여성의 특성이 잘 발휘되도록 계획이 수립되고 진행돼야 해요. 하지만 우리처럼 국내 과수농가 대부분은 부부에 의한 자가노동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강상조 협회장= 맞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 중인 주요 과수의 과종별 10a당 노동력 투입시간을 보면, 포도, 배, 복숭아, 사과, 감귤, 단감 등의 순입니다. 특히 자가노동 시간 중 여성(아내)의 노동시간은 포도 다음으로 복숭아농사가 많습니다. 배를 제외한 이들 과종은 숙기의 다변화로 품종 다양화가 진행되면서 고용노동력이 최소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섬세함을 필요로 하는 꽃·열매 솎기, 봉지 씌우기, 신초 관리, 수확, 포장작업 등은 여전히 여성의 노동비중이 높습니다. 

김영애 회장= 생활개선회원들은 농업활동에 있어 중요한 기반인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생활개선회원들의 활약은 곧 농촌활력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입니다. 이에 남성(남편) 위주의 영농교육보다는 부부가 함께하는 영농교육이 이뤄진다면 동일한 작업에도 섬세한 여성의 지혜가 더욱 빛날 것입니다.

강상조 협회장= 농촌여성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농촌재생을 추진 중인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만합니다. 과수농장 운영은 남편, 아내는 농장을 기반으로 한 6차산업 운영(농업체험, 가공체험, 숙박·음식, 과실·가공품 직판, 통신판매)이 농가소득 모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물론, 국내의 각종 규정과 제도는 농업인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지만 의지만 있으면 풀어낼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이상윤씨= 화제를 바꿔 한국과수협회 얘기 좀 들려주세요. 협회장님이 맡고 있는 과수협회의 역할은 무엇인지요?

강상조 협회장= 과수협회는 국내 과수산업의 발전을 위해 회원 상호 간 협력과 과수에 관한 지식·기술 향상을 통해 과수농업인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과 복리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지난 1985년에 농림축산식품부 등록단체로 설립됐습니다. 

과수재배 기술지인 ‘한국과수’를 격월로 발행하고, 연 2회 세미나, 마을단위 현장 문제점 조사와 컨설팅, 우수 재배단지·농가 신기술 습득 투어, 해외 과수지대 견학, 정책 제안 등의 일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김영애 회장= 그간의 협회 성과는 무엇이 있나요?

강상조 협회장= 협회는 그동안 과종별 과수농업인의 국제경쟁력 확보는 물론, 재배기술 향상과 경영마인드 제고에 앞장서왔습니다. 특히, 농산물시장 개방에 따른 외국산 과일 수입 급증으로 우리 과수농업인들이 힘든 상황에서 협회는 고품질 과일 생산으로 국내 소비기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대안 제시와 기술지도, 수출농업 육성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 결과, 농식품부의 적절한 정책 시행, 수출과일 생산단지 운영 등에 힘입어 신선농산물 수출 중에서는 과실류가 단연 으뜸으로서 동남아는 물론, 전 세계로 수출하는 과일수출국가로 변모해 가고 있습니다. 

이상윤씨= 과수산업도 타 산업과 같은 지원법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강상조 협회장= 도-농 소득격차가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도시근로자 인건비 상승에 비해 농업생산물의 판매단가 상승폭이 매우 저조하고, 인건비와 농자재가격 폭등으로 소득률이 계속 저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총생산액 대비 과실총생산액 비중은 매년 증가하며 과수산업이 그나마 우리 농업․농촌의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장세의 과수농업 지원을 위한 법률이 제정된다면 붕괴돼 가는 농촌현실을 늦추거나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서 ‘과수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습니다. 5월3일 공청회가 열리는데, 관심 있는 생활개선회원들의 많은 참석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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