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색 직업의 세계 – 충남 서천 이혜숙 약초소믈리에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을 활용해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농촌여성들이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충남 서천에서 약초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는 이혜숙 몽리향 대표(서천읍생활개선회장)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만족스러운 삶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자운고·동백꽃청 공방체험프로그램 인기
약초체험 출강하며 농촌여성에 효능 전해

선물하는 마음으로
지난 3월 한국생활개선서천군연합회 반찬나눔봉사 현장에서 만난 이혜숙 대표는 신문을 잘 보고 있다면서, 약초소믈리에로 왕성한 활동에 나서고 있는 자신의 근황을 소개했다. 서천의 명물 장항스카이워크 인근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몽리향’ 공방을 운영하고 있어 책임감이 막중하다던 이혜숙 대표. 그는 장성하게 세 자녀를 키우고, 50대 이후의 삶을 농업에서 찾았다고 한다.

“약초로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을 했어요. 누군가에게 선물해주는 원동력이 지금의 공방을 운영할 수 있게 만든 것 같아요.”

34년 전 농촌에 왔지만, 사업하는 남편을 만나 정작 농사일은 모르고 살았다는 이 대표. 무작정 1983㎡(600평) 농지에 3년 동안 약초를 재배해보면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무농약으로 농사지으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아침 10시까지 풀만 뽑았어요. 약초 가짓수를 줄이고, 덜 힘들게 가야 멀리 갈 수 있겠더라고요.”

그는 구절초, 작약, 탱자, 당귀, 유근피를 직접 재배한다. 부족한 재료는 장항5일장과 약초영농조합에서 무농약 약초를 구매하고 있다.

이혜숙 대표의 공방에는 약초와 꽃차가 가지런히 정리돼 있어, 언제나 그에게 영감을 준다.

자운고를 아시나요
이 대표는 지역 특산물인 소곡주 발효과정을 공부하다가 약초와 꽃에 관심을 갖고 약초가공 소믈리에자격증, 약용식물관리사, 한방꽃차강사 자격증 등을 취득했다. 서천군 읍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소정의 재료비만 받고 재능기부하며 주민들을 만났다.

“재능기부 하면서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았어요. 여기에 그치지 말고 저를 찾아주는 곳에서 약초의 효능을 알려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는 약초뿐 아니라 대중적인 꽃차와 또 꽃청을 가공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는데, 꽃청은 이 대표의 아이디어를 샘솟게 했다. 지초와 당귀 등 여러 약초를 넣은 한방연고 자운고를 만들어 공방프로그램으로 연계했다.

“전남 진도의 전통술 홍주는 주재료가 지초라고 해요. 해바라기기름에 여러 한약재를 넣고, 두 달 뒤에 기름을 추출해 천연 밀랍과 함께 굳히면 자운고가 돼요. 티트리 등 에센셜오일로 향을 더해준답니다.”

자운고는 허준의 동의보감에 그 효능이 알려져 있다. 외상을 치료하는 고약으로 환부에 도포해 썼다고 한다. 아기 기저귀 발진과 치질 등에 효능이 있어, 가정에 구비해두면 유용한 만능 연고라고.

“공방프로그램은 한의사가 개발한 레시피를 토대로 학계 전문가를 만나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어요. 사람들은 약초가 좋은 줄 알면서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접근을 못하는 게 안타까워요. 체험키트를 만들어 판매해달라는 체험객들의 요청이 많아요.”

최근 이 대표는 서천 기산면에 위치한 문헌서원에 문화강좌에 출강하며 더 많은 군민들에게 재능을 전파하고 있다. 이 대표의 활동상을 보고 부여군농업기술센터에서 특강을 의뢰하기도 했다고.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을 선물해줄 수 있다는 게 저로서는 큰 보람이에요. 앞으로도 약초 전도사로 농촌에 선한 영향력을 널리 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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