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가 FTA 시대, 여성의 창의·협력이 농업·농촌 지킨다

세계 무역환경은 양국 간 FTA(자유무협정)를 넘어 RCEP, CPTTP 등과 같은 다수 협상국 간 규범을 정하고 이를 활용하는 일명 ‘메가 FTA’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무한경쟁의 글로벌 무역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농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 정부는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고자 청년농업인 육성에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들어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농업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청년 여성농업인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본지는 전국 각지에서 대한민국 농업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여성, 특히 청년 여성농업인을 찾아 미래 한국농업의 가능성과 희망을 제시한다. 
<농림축산식품부·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

 

①경북 상주 ‘열혈 세 자매’ 스마트팜 도전기

(사진 왼쪽부터)윤교보·윤정원·윤정욱씨 세 자매는 농업을 천직으로 여기며 본인들만의 스마트팜을 만들기 위해 하루하루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윤교보·윤정원·윤정욱씨 세 자매는 농업을 천직으로 여기며 본인들만의 스마트팜을 만들기 위해 하루하루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부모님 농사 따르지 않고 연중생산 토마토 선택 
“기후위기 시대에 노지·전통과일은 어렵다” 판단
 작목 선택에 시세·판로뿐 아니라 수출경쟁력 고려
 여성친화적 스마트팜서 장밋빛 꿈꿔…“여성모델 만들 터”

부모님 품 과감히 벗어나 
윤교보(33)·윤정욱(32)·윤정원(25) 세 자매는 지난해 6월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보육과정에 입학하며 농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농업을 천직으로 삼자는 꿈을 오랫동안 꿔온 세 자매가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충남 논산에서 30년 배농사를 짓는 부모님과 함께 하는 대신 상주에서 방울토마토 재배에 도전하는 모험을 택했다. 쉬운 길을 포기하고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충분한 생산기반을 갖추고 있고, 부모님 밑에서 배울 기회를 마다하고 연고도 없는 상주에 터를 잡은 건 날로 심해지는 기후위기를 헤쳐가려면 스마트팜에 길이 있다고 믿었다. 

윤정욱씨는 “30년 농사를 지으며 베테랑 중 베테랑인 부모님들도 봄에는 한파로 냉해를 입고, 여름은 폭염으로 열과 피해를 크게 봤다”면서 “더 변화무쌍해질 기후위기에 전통과일 그리고 노지재배는 아무리 농사실력이 뛰어나도 미래가 없겠다 싶어 방향을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작목과 재배방식을 스마트팜으로 가닥을 잡자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세 자매는 오래전부터 함께 농사를 짓자고 합심했기 때문이다. 부모님 밑에서 농사를 배우고, 농업법인에서 일하며 세 자매 중 농사경험을 가장 많이 축적한 윤정욱씨는 토마토가 연중생산이 가능해 수익적으로 낫겠다고 판단했다. 

세 자매는 선도농가에서 실전경험과 노하우를 얻고 있다.
세 자매는 선도농가에서 실전경험과 노하우를 얻고 있다.

 

토마토에서 길을 찾다
전국 4곳 스마트팜 혁신밸리 중 42.7ha로 최대 규모인 경북 상주에서 재배하는 작목은 멜론, 딸기, 오이, 토마토 등 4개다. 토마토 관련 선도농가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점도 이들에겐 안성맞춤이었다.  

토마토를 선택한 세 자매의 판단은 현재는 물론 장기적으로도 맞아 보인다. 오이·호박·토마토·딸기·수박·참외·파프리카 등 주요 8대 과채는 전반적으로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토마토는 스마트팜 재배에 적합해 세 자매처럼 신규농들의 선택이 두드러지는 작목이기도 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23’의 2021년 8대 과채 생산액은 5조3165억원이었다. 품목별로는 딸기가 가장 많았고, 다음이 토마토로 8795억원이었다. 비중으로 치면 15.9%에 달했다. 

토마토는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패턴 확산과 섭취의 간편성, 학교급식 등 판로의 확장성 등 호재로 연간 생산량은 36만톤에서 소폭 증가하는 추세다. 재배면적은 영남과 충청, 호남지역 순이며, 특히 영남은 엽채류에서 토마토로 작목을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토마토는 무엇보다 수출 유망 작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0년 이후 국내 생산량 증가와 함께 연평균 약 10%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품종 국산화율도 2012년 30%에서 2019년 55%까지 증가하며 로열티 등의 비용부담도 덜하다. 

김원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원예실장은 “토마토는 1인당 소비량이 6.6kg에서 2032년 7.4kg으로 늘어나면서 재배면적과 생산량도 모두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수출은 완숙토마토 위주로 2만4천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그만큼 재배농가의 소득진작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의향 조사를 보면 젊은층 비중이 높은 1인가구가 단맛이 강한 수입과일을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돼 이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이 강화돼야 장기적인 소비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름에서 오는 경쟁력
윤씨 세 자매는 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첫째인 윤교보씨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학구파다. 그래서 성격이 차분하고 꼼꼼하다. 둘째인 윤정욱씨는 농업현장에서의 경험이 가장 많고, 무엇이든 도전해보는 행동파다. 막내 윤정원씨는 메이크업을 전공하며 미적 감각이 뛰어나다. 언니들과 8~9살 터울이지만 솔직한 성격이라 이견이 있을 때 조정자 역할을 곧잘 한다. 언니들은 윤정원씨가 ‘막내 온 더 탑’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로 달라 힘들 때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농사를 이어가는 데 더할 나위 없는 경쟁력이라는 점에 이견은 없다. 각자의 장점을 미래 스마트팜 농장에도 녹여낼 생각이다. 

무엇보다 여성이라는 점이 농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윤정욱씨는 “부모님이 농사짓는 모습을 보면 몸으로 부딪쳐야 되는 일이 대부분인데, 스마트팜은 첨단기기를 통해 예측가능하고 노동강도도 덜해 여성친화적인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이어 “농기계 조작도 우리 손으로 다할 생각이라 지게차와 굴삭기 운전도 배울 계획”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스마트팜 기기를 조작하다 보니 더 쉽고 여성에게 맞는 기준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고, 그런 기준이 더 통일돼야 여성의 스마트팜 도전이 쉬울 수 있다고 본다”면서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 여성농업인들이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윤가네 농장 기대하세요”
세 자매는 현재 청년창업 보육과정 중 교육형 실습과정에 있다. 전국 4곳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공통적으로 운영되는 창업 보육과정은 실습 위주로 20개월간 이뤄지는 장기과정이다. 정예 청년농업인 육성을 위해 정부가 강사료, 실습비, 재료비 등 직·간접 교육비 일체가 국비로 지원된다.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전반적 이론과 재배관리·수확·유통 등이 패키지로 교육되며, 선도농가를 찾아 실제 농업현장에서 이뤄지는 모든 걸 체득하도록 했다. 2개월 180시간의 입문과정, 6개월 480시간의 교육형 실습, 12개월 960시간의 경영형 실습 과정순으로 진행된다. 윤교보씨 등은 4월까지 교육형 실습에 참여하고, 이후 경영형 실습으로 넘어가게 된다. 실습을 마치면 임대형 스마트팜에서 본격적인 농업 CEO의 길을 개척한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윤가네 세 자매가 꿈꾸는 농장은 어떤 모습일까. 구상하는 스마트팜을 실현하려면 최소한 1인당 2억~3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보고, 틈틈이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병행하고 있다. 

토마토를 포함한 3개 작목으로 위험을 분산하되 기본적 콘셉트는 비건과 친환경 농장이다. 비건시장을 블루오션으로 판단하고 작목도 그에 걸맞게 재배할 생각이다. 규모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단 고품질로 방향을 잡아 스텝 바이 스텝으로 나간다는 계획이다. 배워야 할 것도 해야 할 일도 많지만 세 자매는 멀리 보고 천천히 대신 꾸준히 가자고 매일매일 다짐한다.

토마토라는 작목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시세와 판로, 그리고 수출경쟁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세 자매는 우선 생활 깊숙이 들어온 당근마켓을 통한 판로, 이른바 ‘당근 비즈니스’를 개척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중이다. 더불어 세 자매가 뭉친다는 독창적인 정체성을 살릴 브랜드 개발도 생각 중이다. 

윤교보씨는 “보육과정 선배들을 보면 자체적으로 브랜드를 개발해 벌써 구입문의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면서 “농산물 가격이라는 게 널뛰기 같아서 좋은 품질을 우선 갖춘 뒤 우리만의 브랜드를 개발하는 한편, 생산자 주문방식으로 B2B 납품도 생각하며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전문가 의견- 서미선 주무관/경북도 친환경농업과

“세 자매는 놓칠 수 없는 인재”

-세 자매를 어떻게 평가하나.

보석 같은 윤씨 세 자매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인재다. 상주에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닌데 토마토를 스마트팜으로 도전하려는 생각과 배움의 의지가 대단하다. 2022년부터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창업 보육생들을 관리를 맡으며 이들이 농업을 대하는 진심을 지켜봤다. 세 자매처럼 성장하는 과정을 돕는 일에 보람을 느껴 경북도청에서 스마트팜 혁신밸리로 파견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보육생들은 경영형 실습과정까지 마치면 임대형 스마트팜 입주 우선권이 주어진다. 가점을 받을 수 있는 원예기능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는 자매들이 실력을 키워 상주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농업인으로 커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여성들은 특히 주거환경이 정착에 중요하다.

청년농촌보금자리가 청년들의 꿈을 향한 초롱불을 켠다는 의미의 ‘청사초롱’이란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다. 불안정한 주거환경을 해소하고 거주자간 관계를 맺어 보육과정이 끝나도 상주에 정착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출신지역과 이력이 제각각이지만 비슷한 또래라 유대감이 형성돼 자체적으로 파티도 열고 아이들도 품앗이로 돌보며 짧은 시간에 가까워졌다. 

현재 보금자리에 영유아가 14명이나 되고, 입주 후 출생한 아이도 있다. 이곳을 가장 반기는 곳이 인근의 초등학교다. 

세 자매들도 이곳에 최장 6년 동안 입주할 수 있는 만큼, 농업의 성취와 함께 지역과 성장하는 인재로 클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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