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씨앗이 작물화하면서 밀과 옥수수, 쌀은 세계 곡물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곡물 생산이 오늘의 문명을 이룩했건만 농업의 가치는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작물화된 밀은 비료를 주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않았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김을 매고, 물을 주는 등 힘든 노동을 해결하기 위해 농부는 밀밭 옆으로 집을 옮겨야 했다.” “인간은 야생의 동물이었던 소, 돼지, 양 등을 가축화했다. 인간은 가축을 마음에 들도록 거세 등 야성을 조작했다. 가축은 산업화과정을 거치면서 무참히 죽어나갔다.”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호모 사피엔스’에서 농업혁명은 재앙이라며 기존의 상식을 뒤엎어버렸다. 

인간은 오랫동안 야생식물을 채취하고 동물을 사냥하는 방식으로 살아왔다. 1만년 전 곡물의 재배와 야생동물의 가축화를 통해 농경의 시작과 정착생활을 하게 됐다. 농업문명의 발전으로 도시화와 계급구조가 생겨났고 정치·경제·종교 등 보편적 질서의 토대가 갖춰졌다. 농업이 만든 인구과잉과 자원 분배의 불평등 등 복잡한 사회갈등을 낳았다. 하라리 교수는 농업혁명이 인간에게 좀 더 행복한 미래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농부는 더 고달픈 생활에 시달렸다고 주장한다.

얼마 전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진통 끝에 결국 국회에서 부결됐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한 해결책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유전학자 스펜서 웰스의 ‘판도라의 씨앗’이란 저서에서 인류문명의 번성과 고통의 근원인 농업혁명의 재앙을 해결하는 길은 간단했다. 모두가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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