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인 김영임 피처링 트로트 ‘도솔암 연가’로 흥행 몰이
​​​​​​​변형 색소폰 연주로 행사 섭외 1순위…길거리 공연도

■ 만나봅시다- 길 위의 색소폰 랩가수 김형아의 버스킹 이야기

‘양평 용문산 산나물 축제’, ‘낙동강 문화 한마당 공연’…. 트로트와 조화된 변형된 색소폰 연주로 코로나 이전까지 지자체 행사 섭외 1순위였던 색소포니스트이자 클럽DJ 출신 가수 김형아가 신곡 ‘도솔암 연가’를 내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싱어송라이터인 김형아는 ‘갈 데 많은’ 버스커다. 1990년대 3인조 DJ그룹 ‘신호등’ 멤버로서 한때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며, 언더그라운드 음악클럽 인기를 휩쓸었다. 그러나 예인 30여년 세월에 벌이는 들쭉날쭉이다. 생업 전선에 뛰어든 아내를 위해 길거리 무대를 찾게 됐다는 김형아의 버스킹 이야기 속으로 떠나 본다.    

가수 김형아는 “도솔암 연가가 많은 사람들에게 불려 추가열 등 훌륭한 작곡가들이 작업한 이전의 곡들이 빛을 봤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전했다.
가수 김형아는 “도솔암 연가가 많은 사람들에게 불려 추가열 등 훌륭한 작곡가들이 작업한 이전의 곡들이 빛을 봤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전했다.

롤러스케이트장의 신세계 ‘DJ’
1980년대 초반, 전남 고창에도 롤러스케이트장 바람이 불었다. 소년 김형아는 마냥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게 좋았다. 중학생 때 인천으로 이사를 하면서 그의 눈에 신세계가 펼쳐졌다. 이른바 ‘롤러장’에서 음악을 선곡하고 틀어주는 DJ의 몸짓과 손짓에 반한 것. 자연스레 공부보다 음악으로, 대학교보다 클럽으로 향했다. 어느 틈에 그는 클럽DJ 레전드 이진·이세운·한용진·신철에 이은 1세대 막내주자로서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있었다.

색소포니스트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도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다. 미국 색소포니스트 케니 G의 내한 공연이 계기가 됐다. 흡사 사람의 목소리처럼 호소력 짙은 색소폰의 매력에 빠져 독학으로 마스터했다. KBS ‘콘서트 7080’이 종영하기까지 이명훈의 ‘휘버스’ 멤버로 종종 참여해 맛깔난 색소폰 랩 연주를 뽐내며 눈길을 끌었다.

“색소폰은 연주하는 사람의 호흡이나 연습량, 테크닉에 더해 리드와 본체, 마우스피스 등 조합에 따라 느낌과 음색이 달라지곤 하는데요. 음악하는 사람들에게 장비는 선택이지만, 욕심은 끝이 없거든요. 만족스러운 조합을 위해 시간과 금전을 투자하다 보니… 거짓말 보태서 아파트 한 채 값은 쏟아부었을 겁니다. 하하하.” 

“버스커들, 지역상권 홍보도”
클럽DJ 때 만나 결혼한 아내에게 늘 미안한 까닭이다. 예인의 벌이란 잘되다가도, 시원찮을 때는 아예 없는 불안정한 생활의 반복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오래 살았는데, 10여년 전 어느 날 아내가 노원 문화의거리에 식당을 냈어요. 생계를 책임지겠다고 여행사 등 몇몇 다른 직업에도 도전해봤지요. 여지없이 다시 이 길 위에서 색소폰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고요. 하하하.”

“해외 문화 버스킹…

팁 박스·소음 문제 제도적 보완 없어” 

이는 그가 버스킹을 펼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버스커들은 지역상권의 길거리를 홍보하거나 매력적인 공간으로 여기게끔 해주기도 한다. 평범하고 특색 없던 길거리가 버스커들의 공연으로 매력지수가 상승하거나 유동인구가 많아진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지원으로 DJ DOC의 ‘DOC와 춤을’ 등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작곡가 박해운과 함께 노원 문화의거리와 경기 가평 등 길거리 무대에 서고 있으며, 지방으로 넓혀 버스킹 확산에도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들어온 문화인 탓에 제도적 보완 장치가 없다는 게 음악인으로서 아쉽기만 하다.  

“유튜브에 ‘김형아tv’도 있어요”
“버스커들은 예술 제공에 대해 ‘대가’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팁 박스’를 마련하기도 하죠. 일부 지자체는 공유지에서 수익 행위를 금지하기도 하고, 또 어떤 곳은 대놓고 버스킹 무대를 설치했어요. 소음 문제로 상인이나 시민과 시비가 붙거나, 경찰이 출동하기도 하죠. 요즘은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유튜브라는 또 다른 버스킹 무대가 생겼지요. ‘김형아tv’도 있습니다. 하하하.”

가수 김형아(왼쪽)가 작곡가 박해운과 함께 서울 노원 문화의거리에서 색소폰 버스킹을 하고 있다.
가수 김형아(왼쪽)가 작곡가 박해운과 함께 서울 노원 문화의거리에서 색소폰 버스킹을 하고 있다.

애절하고 구슬픈 국악풍의 트로트 도솔암 연가는 국악인 김영임이 프로듀싱을 맡고 피처링에 참여해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전주에 대금의 은은한 가락, 간주에 삽입된 명창 국악인의 구음이 가슴을 울린다. 7080 스타일의 잔잔한 리듬에 국악풍 느낌을 가미한 이 곡은 김형아가 지우와 함께 공동작곡하고, 강일홍이 작사했다.

‘구름에 실려 왔나 바람 타고 서있나 구슬프게 홀로 머문 달마산 도솔암 외로운 달빛 안고 흘러온 나그네여 그리움이 눈물되어 땅끝에 흐른다….’

도솔암은 백두대간 마지막 산줄기가 해남 땅으로 이어지는 달마산 몰고릿재에 걸려있는 작은 암자다. ‘아무때나 봐도 멋진 친구’ ‘우리는 낚시 친구’ ‘살다가’ ‘떠나려거든’ 등이 그동안 그가 발표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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