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남부지방은 50년 만의 최악의 봄 가뭄을 겪고 있다. 농업용수는 물론 생활용수까지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물은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자원이다. 물 없이 살 수 있는 동식물은 없다. ‘아전인수’란 ‘제 논에 물대기’란 뜻으로 풀이된다. 하늘만 바라보고 농사를 짓는 천수답의 경우 비가 오지 않으면 농사를 망칠 수밖에 없다. 비가 와 부지런한 농부가 열심히 자기 논에 물을 채워 놓으면 게으른 농부는 밤에 몰래 논둑을 헐거나 물길을 돌려놓는 바람에 ‘물꼬싸움’이 일어난다. 아전인수(我田引水)가 생겨난 배경이다. 

필리핀 북쪽 해발 1천m가 넘는 산악지대에 있는 계단식 논을 돌아본 적이 있다. 다락논의 논두렁 길이를 합하면 2만㎞가 넘는다. 이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2천년 전부터 논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이푸가오족이 있다. 이 마을에 100년 전만해도 헤드헌터(Head Hunter)라는 풍습이 있었다. 부족 간에 논농사를 짓기 위한 물전쟁이 벌어졌다. 청년이 성인으로 인정받고 장가를 갈려면 상대부족민을 죽여 머리를 가져와야 했다고 한다. 이처럼 논농사는 물이며 물은 곧 생명과 맞바꿀 정도로 소중했다.

아전인수는 정치권에서 자주 사용되는 ‘내로남불’이란 용어와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얼마 전 헌법재판소가 ‘절차는 위법이지만 결과는 유효하다’는 애매한 판결을 내놓았다. 법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면 무효가 되는 것이 법 상식일진데 억지를 끌어다 자기의 이치에 맞추려는 사법적 판단이 견강부회(牽强附會)요 아전인수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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