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13일 재의결로 맞대응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양곡법 현안질의에 나섰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양곡법 현안질의에 나섰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여 “일방적 의사진행 사과부터”
야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농민 배신”

양곡관리법 개정안(이하 양곡법)이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왔다.

지난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양곡법 현안질의를 위해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여당은 이날 오후 2시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전원위원회가 열리는데 야당이 무리하게 전체회의를 열었다며 약 40여분이 지난 뒤에야 지각 개의했다.

현안질의 시작 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출석자격에 대해 여야는 신경전을 벌였다. 야당은 지난 3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불참한 정황근 장관을 국무위원이 아닌 증인으로 출석시키고자 했지만 여당은 이를 완강히 반대했다. 정 장관도 국무위원이 증인으로는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날 여야 간사 합의로 정 장관을 증인으로 부르지 않는 대신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것으로 합의하며 전체회의가 열렸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장관이 출석하지 않아 부득이 증인으로 출석시키게 한 것”이라며 “사전에 국무위원 자격으로 출석하게 된 것은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상임위에서 기관장을 증인으로 부를 수 없다”며 “개인적 비리가 있을 경우 (장관)배지를 안 달고 증인으로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당 정희용 의원도 ”국무위원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길 뻔 했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 역시 “증인으로 오라고 했으면 올 이유가 없었다”며 “증인이 아닌 국무위원으로 오라고 해서 출석한 것”이라고 답했다.

‘2030년 쌀 의무매입에 1조4천억 소요’ 진위 설전
야 “재의요구서 양곡법 효과분석은 명백한 거짓”
정황근 장관 “일국 총리가 거짓말 하겠냐” 발끈

야, 농경연 분석은 명백한 거짓
야당은 재의요구서에 포함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가 거짓이라며 이를 문제 삼았다. 야당의 요구로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이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다.

야당이 지적하는 건 재의요구서에 농경연이 ‘쌀 매입 의무화로 초과생산량은 계속 증가해 2030년에 63만톤에 이르고, 이를 매입하는 데 약 1조4천억원 예산이 소요된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쌀 의무매입에 들어가는 혈세가 2023년도 농업분야 전체 연구·개발 예산을 초과하는 규모로 농업 발전에 악영향을 끼치고, 쌀 공급과잉 심화로 가격도 하락해 농가소득도 떨어질 것이라고 명시했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관과 총리의 대정부담화와 재의요구서에 담긴 (양곡법)효과분석은 공식적으로 분석한 일이 없는 명백한 거짓”이라며 “농경연은 농해수위를 통과한 법안을 분석한 것이고, 장관도 국회를 통과한 양곡법과 다른 것을 알고 있지 않냐”며 질타했다. 이어 “통과한 양곡법은 벼 재배면적이 증가할 경우 매입의무를 면제한 조항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거짓이라는 것은 도저히 인정이 불가능하다. 일국의 총리가 거짓말하겠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의무매입 면제조항) 농업인도 웃는다. 재배면적이 늘어나는 건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며 “재배면적이 증가할 경우 정부에게 재량권을 줬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재배면적이 줄어도 공급과잉으로 난리인데 늘어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고 우려했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농경연이 단위면적당 쌀 생산량을 부풀려 2030년 쌀 생산량 예측치를 28만6천톤이나 늘렸다”며 “2030년 쌀 초과 공급량이 63만톤을 넘어설 것이라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농경연의 양곡법 효과분석에 단위면적당 쌀 생산량이 2023년 533㎏에서 2030년 553㎏으로 급증할 것이라 전망했지만, 2010년 이후 평년단수는 512㎏에 불과해 41㎏이나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정황근 장관(사진 왼쪽)과 김인중 차관(사진 오른쪽)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시작 전 양곡법 현안질의를 준비하는 모습.
정황근 장관(사진 왼쪽)과 김인중 차관(사진 오른쪽)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시작 전 양곡법 현안질의를 준비하는 모습.

잘못된 프레임 vs 농민들도 양곡법 반대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장 큰 잘못은 정부와 여당이 공산화법이라고 한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의 1호 법안이라는 이유로)처음부터 이 법을 통과시키지 말아야겠다는 흐름이 있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리고 “프레임을 씌워 질 나쁜 쌀을 생산해 공급과잉이 되면 정부가 다 사줘야 한다는 주장은 농민 인격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최근 5년간 수확기 쌀값(80㎏ 기준)이 19만9천원이었다”며 “당정은 목표가격을 20만원으로 유지하는 대책을 내놨다”고 발언했다.

그리고 “남는 쌀 매입을 의무화하면 타작물 전환효과가 거의 사라진다”면서 “일본이 쌀 60㎏을 2만4천엔 받다가 지금은 1만3천엔밖에 못 받는다”고 예를 들었다. 정 장관은 또 “농업인단체도 양곡법으로 가격은 더 떨어져 쌀값을 방어 못 한다는 걸 알고 쌀전업농을 포함해 41개 단체가 반대성명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가루쌀을 현정부에서 발굴했고,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수급균형 쪽으로 가고 있다”면서 “공급과잉은 과감히 격리하고, 안 써도 될 돈을 세이브해서 청년이나 스마트팜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곡법에 3~5% 이상에 해당하면 무조건 시장격리가 하는 게 아니라 동시에 쌀값이 급격히 하락하거나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의 요건이 충족돼야 매입하도록 했다”면서 “매년 1조원 이상 예산이 지출되지 않을 수 있는데 허위사실로 국민을 호도하고 총리와 대통령에게 재의요구를 건의했다”며 정 장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원조물량 늘리자” 대안 제시도
남는 쌀을 격리하는 대신 식량이 부족한 나라에 원조하는 물량으로 소화하자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민당정 간담회에서도 남는 쌀을 원조로 전향하자고 정식으로 건의했다”면서 “UN을 통해 쌀 5만톤을 주고 있는데 보관비용, 수매비용으로 1년에 1조원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원조를 늘리면 명분도 가져갈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황근 장관은 “남는 쌀을 3년 보관하고 주정이나 사료로 쓸 수밖에 없고, 1만톤 처리에 230억원 결손이 난다”며 “1만톤 원조에 100억원 예산이 들어가는데 점진적으로 늘려가도록 방향을 잡겠다”고 긍정적 의사를 내비쳤다.

우리나라의 쌀 원조는 2018년 식량원조협약(FAC) 가입 이후 매년 5만톤을 5개국 내외의 식량위기국에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300만명 이상의 난민과 이주민의 단기 식량문제 완화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이날 농해수위는 여야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야당은 양곡법이 거짓에 근거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잘못된 거부권의 행사라는 이유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산술적으로 현재 국회의장을 제외한 299명 의원 모두가 국회 본회의에 출석한다고 가정하면 200명 의원이 찬성해야만 양곡법이 재의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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