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남 순천 ‘월암마실농장’ 이인자 대표

수확을 앞둔 마늘밭을 둘러보는 이인자․안기현 부부
수확을 앞둔 마늘밭을 둘러보는 이인자․안기현 부부

 

구암마을 ‘월암 공주’로 행복전도사 역할 톡톡
지역특성 맞는 농산물들로 고품질 가공식품 제조
주민들과 무 이용한 한과 제품 출시로 기대 커 

공주 출신의 ‘월암 공주’
전남 순천시는 약 70%가 산지로, 전남에서 산이 가장 많은 생태도시로 꼽힌다. 순천만 습지는 세계 5대 습지이자 철새 도래지로서 갈대밭은 몽환적이기까지 한 모습으로 웅장함을 더한다. 와온해변은 구불구불한 리아스식 해안선과 일몰이 유명하다.

외서면은 보성강의 지류가 중앙부를 북쪽으로 흐르면서 유역에 좁다란 평지를 길게 펼치고 있다. 대부분 지역이 해발고도 200m∼500m의 비교적 낮은 산지다. 순천의 대표 호수인 주암호의 상류에 자리하고 있다.

외서면 북쪽의 월암리 구암마을에는 마을 주민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공주’가 산다. ‘월암마실농장’ 이인자 대표가 그 주인공으로, 마을에서 ‘월암 공주’로 불린다. 마을 사람들이 공주가 고향인 이인자 대표에게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애칭으로 불러준 별명이다.

“고향이 충남 공주예요. 시골생활이 싫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은 서울에서 시작했지요. 친구 소개로 결혼한 남편(안기현)의 고향이 이곳입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마을 사람들이 저를 공주댁 또는 월암리 공주라고 불러주더라고요. 저도 싫지는 않아서 지금은 스스로 ‘월암 공주’로 칭하고 있지요.”

미래 삶 생각하니 ‘귀농’이 정답
이 대표는 결혼과 함께 순천에서 남편과 함께 LPG 대리점을 운영했다. 15년 을 지냈지만 시골에서 농사짓는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친구의 소개로 접한 순천시농업기술센터의 ‘전원생활대학’ 과정이 인생을 바꿨다.

“어느 날 친구가 늙어갈수록 시골의 텃밭도 중요하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전원생활대학’ 과정을 다녀보자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시골 하면 지긋지긋해 거절했지요. 그런데 주변에서 계속 귀농 관련 얘기가 들리더라고요. 그래서 남편하고 함께 ‘일단 들어는 보자’고 신청한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된 것 같습니다.”

전원생활대학 과정은 이 대표의 귀농에 많은 도움이 됐다. 나이 먹어가면서 남편의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도 걱정되고, 또 아이들도 출가시켜야 하는 등의 고민도 귀농을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귀농은 제가 남편을 설득해서 성사됐어요. 그리고 2011년 남편이 이곳에 터를 마련해 집을 수리하는 것부터 귀농이 시작됐지요. 집수리하면서 마을 분들이 자주 구경도 오시고 하다 보니까 우리 부부도 자연스럽게 마을에 녹아들 수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수리한 집을 용도변경하고 ‘월암마실’로 사업자등록을 냈다. 그리고 집을 소개해준 분으로부터 땅 2310㎡(700평)을 무상 임차하는 행운도 얻었다. 그리고 2012년 귀농 후 첫 영농을 시작했다.

“임차한 밭에 무농약으로 호박, 가지, 토란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2013년에는 산야초, 두릅, 가시오가피, 죽순, 엄나무 등을 심기도 하고 또 이런 재료들을 이용해 건나물과 장아찌를 만들면서 나만의 제품들을 세상에 내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저온저장고가 없어서 많은 양을 생산할 수가 없었어요. 다행히 ‘우수창업농 지원사업’에 선정돼 저온창고와 작은 작업장도 새로 마련할 수 있었지요. 요즘은 농장 규모가 조금 커져서 고추와 샤인머스캣 등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농사의 반은 공부하는 일이죠”
이 대표는 농사의 반은 공부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교육들을 거른 적이 없었다. 대학도 다녔고, 최근에는 ‘아동요리과정’도 이수하고 있다. 임차농지로 시작한 귀농은 벌써 13년째가 되고 있다. 그동안 조금씩 구입한 농지는 5천㎡(1500평)로 늘었다.

“주로 로컬푸드와 직거래장터를 이용해 소비자를 만나고 있어요.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공부하는 것이 일입니다. 남편은 ‘무슨 공부를 그렇게 계속하냐’고 잔소리도 합니다. 좀 쉬라고 하는 말인데, 공부는 조금이라도 앞으로 더 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거고요. 요즘은 새로운 제품을 지역특성에 맞게 개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구암마을은 주암호 상류에 위치한다. 그리고 한옥이 많고 오래 전부터 한과를 만드는 가정이 많았다. 이 대표도 자연스럽게 한과 만드는 일을 도우면서 지금은 기술자 소리를 듣는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모든 것들에게 이인자 대표는 자신이 생산한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마을이 있어서 내가 있다’는 확실한 신념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홍보도, 판매도 내 것 네 것 따지지 않고 직접 앞장서서 나서는 경우가 많다.

“구암마을은 무농사를 많이 합니다. 지역 특성상 무가 잘 자라고 맛도 있다는 평입니다. 올해는 무를 이용한 한과를 농한기에 제대로 만들어보는 게 목표입니다. 마을 분들과 함께 작업장 환경도 쾌적하고 즐겁게 건강한 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오면 그동안의 각종 노하우를 책으로 담아내고 싶다는 꿈도 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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