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로트가수 정호의 ‘뻥뻥 같은’ 무대 이야기

“미스터트롯은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입니다. 가수로서 인정받고 싶었거든요. 잘나가는 안무가이자 댄서가 재미 삼아 트로트를 한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었죠.”  

미스터트롯 본선에 진출한 뒤 두 번째 무대인 팀미션에서 아깝게 탈락한 트로트가수 정호의 말이다. 하지만 이후 많은 것이 변했기에 미련도 후회도 없다. TV·라디오 등 방송, 공연… 그를 찾는 무대도, 오디션을 보러 가면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부산 오남매네 막내아들이 꿈을 좇아 상경한 지 14년, 트로트가수로서 얼굴을 알리기까지 정호의 ‘뻥뻥 같은’ 아주 사사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트로트가수 정호는 ‘투맘쇼’의 하이라이트에 대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관객들의 대답”이라며 “‘육아에서 벗어나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물으면 나오는 답변인데, 그때마다 개그우먼 누나들과 관객들이 하나가 돼 운다”고 전했다.  
트로트가수 정호는 ‘투맘쇼’의 하이라이트에 대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관객들의 대답”이라며 “‘육아에서 벗어나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물으면 나오는 답변인데, 그때마다 개그우먼 누나들과 관객들이 하나가 돼 운다”고 전했다.  

 

본선 첫 무대 통편집…“미련·후회 없어요”
잘나가는 안무가·댄서가 재미 삼아 노래?
노래에 진심 담뿍…작사부터 작곡까지  

박진영·보아·원더걸스와 함께 춤을
춤 잘 추고, 끼 많은 부산 소년은 서울 오디션이나 동아리 활동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물론, 현실은 마음과 같지 않았다. 기획사로부터 사기를 당하는가 하면, 앨범 작업이 엎어지기도 하고…. 풀릴 듯 풀리지 않는 가수로서의 인생은 2010년대 중반이 돼서야 그 서막이 열렸다. 

그동안 쥬얼리, 제국의아이들, 달샤벳 등의 안무가로서, 박진영, 보아, 2PM, 원더걸스, 선미, 미쓰에이 등의 댄서로서 활동했다. 그의 춤꾼 이력에서 원더걸스, 2PM, 준호 등 월드투어 메인댄서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들어서는 임시완, 벤, 포맨, 바이브 등의 팬미팅이나 콘서트 등의 퍼포먼스 디렉터로서 이름을 알렸다.

그럼에도 트로트가수로서 주목을 받기란 쉽지 않았다. 2014년 ‘꿀떡사랑’을 발표하고 활동해 왔지만, 가까운 동료들도 긴가민가하며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Havana 번안 ‘뽕팝’ 통편집 아픔  
힘겹게 예심을 통과하고, 삼사 개월 동안 미스터트롯 본선 무대를 준비했다. 춤꾼 특기를 살려, 공전의 히트곡 카밀라 카베요의 ‘Havana’를 번안해 그만의 느낌으로 재해석한 곡이었다. 그가 이름 짓기를 ‘뽕팝’이다. Havana 열창으로 다음 팀미션 무대에 설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뽕팝은 시기상조였나 보다. 그대로 통편집, 한 달 동안 연습한 팀미션은 바로 탈락. 

“본선 경연도 없이 갑자기 팀미션에 등장, 탈락한 셈이 된 거죠. 하지만 괜찮았어요. 방송과 달리 현실에선 이미 우승 후보들이 경쟁하고 있을 때였고, 탈락의 상처도 아문 뒤였거든요.” 

당시 팀미션을 함께한 멤버는 태권 트로트 창시자 나태주와 미스터트롯2 우승자 안성훈 등이다. 

“축하할 일이죠. 얼마 전 직접 전했어요. 함께 고생했는데, 잘 풀려서 내 일처럼 기분 좋습니다.”   

짧았지만 강력했던 팀미션 퍼포먼스
도입부의 막대 춤에 이어 유진표의 ‘천년지기’를 절도 있게 선보였다. 제복에서 뿜어져 나오는 칼군무, 짧았지만 강렬했던 팀미션 퍼포먼스 때문이었을까. 방송 이후 그를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부터 달라졌다. 트로트가수로서 오디션을 본 뒤 충남 아산코미디홀 공연 ‘도고트로트보이즈 DGTB’ 조래원역으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공연이 낯선 농촌지역 어르신들이 좋아해주시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배우들이 감동을 받았던 뜻깊은 무대였습니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투맘쇼’는 위로 누나만 넷인 막냇동생이 누나들에게 바치는 무대나 다름없다. 개그우먼 정경미, 김미려, 김경아, 조승희가 진행하는 육아 개그공연 투맘쇼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막과 막 사이 꽃을 나눠주는 등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꽃돌이’ 캐릭터였다. 미스터트롯 이후 트로트가수, 그리고 배우로서 무대에 선다. 

임영웅·영탁과 무대 없는 설움 공감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더니 하루에도 수백 번 흔들려 내 나이 마흔을 바라보려니 삶의 용기가 아련하게 사라져….’ 올해 내놓은 ‘마흔이 처음이라’의 노랫말이다. 데뷔곡인 꿀떡사랑을 비롯해 ‘이모’ ‘대형사고’ ‘쑈쑈쑈’ ‘뻥’ 등 모든 그가 부른 곡의 노랫말을 썼다. 2018년 내놓은 쑈쑈쑈부터 직접 곡도 쓰고 있다.  

데뷔 때만 하더라도 남자 트로트가수들을 찾는 무대가 없어, 경험을 쌓기 위해 일본 진출도 했던 그다. 미스터트롯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임영웅, 영탁 등이 당시 무대 아래에서 그와 같은 설움을 겪었다.    

‘뻥뻥 같은 일이 내게로 다가와 뻥뻥 같은 일이 뼛속까지 느껴 뻥뻥 같은 일이 생길거야….’ 팬들이 댓글로 달아준 응원의 메시지를 엮어 만든 그의 노래 뻥의 노랫말이다. 트로트가수 정호의 ‘뻥뻥 같은’ 무대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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