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북 진안 ‘영준이네농장’ 임삼례 대표

“결혼 직후 귀농...자식농사 잘 짓고 싶었죠”
 연극으로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아이들도 교육
 농사일 바빠도 아이들과 집 가꾸는 즐거움 커

올해로 귀농 17년째인 임삼례(사진 왼쪽)·서창희 부부
올해로 귀농 17년째인 임삼례(사진 왼쪽)·서창희 부부

빌딩 속에 갇히는 게 싫었죠
“장난처럼 들릴지 모르겠는데요. 자식농사 잘 지어보려고 귀농했습니다. 도시의 공장과 빌딩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 않았어요. 제 성격도 틀에 갇히는 것이 싫었고요. 그래서 결혼과 함께 귀농했고, 아이들과 건강하게 마음만은 누가 뭐래도 부자로 행복하게 잘살고 있습니다.”

전북 진안군 동향면 상능길 마을에서 ‘영준이네농장’과 연극단 ‘물꼬’를 운영하는 임삼례 대표는 ‘천성이 긍정적인 사람’으로 불린다. 농사를 지으면서 지역주민과 아이들에게 연극도 가르친다. 논과 밭은 물론이고 집 앞마당까지도 임삼례 대표가 머무는 곳이면 곧 공연장이고 소통의 장소가 되는 것이다.

“서울에서 꽤 오래 살았습니다. 가난한 시골아이가 중학교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가서 공장도 다니고 이런저런 장사도 해보고 공부도 했지요. 공장에서 노동운동 바람이 불었는데, 저는 연극을 통해서 동참했습니다. 그러다 나중에 연극을 더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도 갔지요.”

벼농사 1천평이지만 마음은 부자
임 대표는 고향이 전남 곡성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향했다. 직장생활을 경험하고 다시 서울예술대학을 졸업했다. 잡지사에 근무하며 꿈도 키웠다. 그러다 남편(서창희)을 만나 결혼하고 평소에 꿈꿨던 대로 조금의 망설임 없이 귀농했다.

“귀농해서 농사짓는다고 해봐야 별것도 없습니다. 쌀농사 한 3   300㎡(1천평) 지으면서 살고 있지요. 생산량은 조금 밖에 안 되지만, ‘영준이네 쌀’이 좋다고들 합니다. 그리고 지역의 학교에서 연극을 오래 지도했습니다, 2014년에는 세월호 추모제를 계기로 모인 사람들과 함께 연극단 ‘물꼬’를 만들어서 활동해오고 있지요. 또 전국장애인예술제에서는 지역의 장애인 학생들로 팀을 꾸려 ‘진안에서 들려주는 아기 돼지 삼형제’로 동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농사짓는 일 못지않게 지역주민들하고 노는 일에서 더 바쁜 사람이지요.”

임 대표는 올해로 귀농 17년째다. 결혼도 17년 됐다. 귀농 1년째에, 그러니까 결혼 1년 만에 첫째를 낳았고, 또 농사지을 땅도 조금 사는 기쁨을 누렸다. 아이와 함께 비로소 제대로 된 영농 터전을 마련한 셈이다.

“아는 분 소개로 남편을 만났어요. 지인을 따라 진안에 자주 놀러왔다가 거기에서 남편을 소개받았어요. 남편은 순창에서 흙집 짓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먼저 놀러갔지요. 그리고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했습니다. 결혼과 함께 지금의 진안에 신혼집을 얻었으니까 결혼이 곧 귀농이라고 할 수 있지요.”

임삼례 대표는 아이들에게 먹거리가 어디서 오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오는지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임대표와 서지훈·서영준 형제
임삼례 대표는 아이들에게 먹거리가 어디서 오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오는지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임대표와 서지훈·서영준 형제

지역민과 나누는 삶에 보람 커
임 대표는 귀농 후에 먹고사는 일에 집중하지 않았다. 되는 대로 서두르지 않고 주변의 자투리땅을 얻어 이것저것 농사도 지었지만, 주로 연극을 통해 아이들을 교육하고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일에 신경을 썼다.

“2016년부턴가 ‘삼례네 문화나들이’란 제목으로 집에서 마을잔치를 열었습니다. 저희가 마련한 신혼집 입구가 주민들에게는 조금 옹색하게 보였나 봐요. 우리가 불편하지 않게 마을 어른들이 곡괭이로, 호미로 조금 반듯하게 길을 내주셨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것도 추운 겨울에. 그래서 마을 어른들이 주신 정보다 제가 더 많이 드려야겠다는 마음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공연을 하게 됐지요.”

그는 여전히 도시에서 힘든 노동을 하고 있는 지인들과 아름다운 진안에서 함께 나누고 즐기고 배부르게 먹고 마시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한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잔치가 중단된 상태란다.

“시골도 결국은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겠지만, 지역사회와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문화예술적 감성이 충만한 아이들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것입니다.”

먹거리가 바로 삶의 근원이죠
코로나19로 조금 주춤해지긴 했지만, 임 대표의 집은 여전히 동네서 가장 좋은 놀이터다. 마을주민은 물론 먼 곳에서도 임 대표의 귀농생활을 경험하려 찾는 이들이 많다.

“가장 친환경적인 농사를 짓는 농사꾼으로서도 자부심이 있습니다. 크게 농사를 늘려나가기보다는 감당할 수 있을 정도에서 노력하고 있지요. 이제 코로나19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됐으니까 올해는 주민과 지역사회를 위한 공연도 기획해보려고 합니다.”

임 대표는 입버릇처럼 농사짓는 이유로 ‘먹거리가 삶의 근원’이라고 얘기했다. 특히 아이들에게 먹거리가 어디서 오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오는지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게도 욕심이 하나 있단다. 현재의 집을 모두가 함께할 수 있도록 좀 더 공간 활용을 높일 수 있게 꾸미는 일이다.

“다른 욕심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집만은 잘 가꾸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습니다. 시골에서 사치를 부려보고 싶다면 여러 공간이 잘 갖춰진 집을 꾸미는 일이지요. 남편이 집을 짓는 사람인데도 우리 집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물론 돈이 들어가는 일이라서 그러겠지만. 올해는 시간이 나는 대로 조금씩이라도 예쁘게 모두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으로 가꿔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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