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연산군은 성종의 장남으로 왕위에 오른 후 생모인 폐비 윤씨가 궁궐에서 쫓겨나 죽임을 당한 것에 복수의 칼을 품고 여기에 관련된 사람을 잡아다가 무자비하게 죽였다. 갑자사화 이후에 폭군으로 변한 연산군은 나쁜 짓을 서슴지 않았다. 잔치에 흥을 돋우기 위해 채홍사(採紅使)를 전국에 파견해 얼굴이 예쁜 여자를 궁궐로 뽑아 올렸다. 이 중에서도 얼굴이 예쁘고 노래와 춤을 잘 추는 여자를 가려 흥청(興淸)이라고 불렀다. 처음엔 흥청이 100명 정도였으나 나중에는 1만명이나 늘어났다고 하니 감히 짐작이 간다. 

흥청으로 인해 망국이 든다는 뜻에서 오늘날 우리가 쓰는 ‘흥청망청’이라는 말이 유래됐다. 연산군은 결국 1506년 중종반정(中宗反正)으로 쫓겨나 강화도에서 죽게 된다. 몸가짐을 바로 하지 않고 흥청망청 낭비하면 결국 패가망신, 즉 집안을 망치고 제 몸을 망치는 결과를 빚게 된다. 하물며 나라살림을 맡은 지도자의 몸가짐은 더욱 그러하다.

최근 한 지방자치단체가 정부로부터 받은 지방교부세를 작년 추석 때 시민 8만여명에게 ‘일상회복지원금’이란 이름으로 1인당 100만원씩 나눠줘서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 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10%에 불과하며 1년 예산의 90%를 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실정인데 정부예산을 흥청망청 뿌린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한다. 국가부채가 1천조원을 넘어서는 마당에 지자체가 나랏빚을 늘리고 있는 셈이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감시기능을 강화하고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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