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어머니 간병 12년…4년 전 떠나보내고 남양주에 정착
술 없는 카페 ‘사바나의 아침’서 만우절 기념 유머 대방출

■ 만나봅시다 – 유머치유센터 1호 개점 개그맨 심현섭

“공기 좋은 곳에서 사람들을 웃기고 싶었어요. 새로움이 주는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꿈이 이뤄진 기분이지요.”
다음 달 ‘유머치유센터’ 정식 오픈을 앞둔 개그맨 심현섭의 말이다. 개점일은 4월1일. 만우절을 기념(?)하기 위해서란다. 그는 4년 전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우울증을 앓았다. 병원에서 보내다시피 한 세월만 12년. 홀어머니 간병은 막내아들이자 아직 미혼인 그의 몫이 컸다. 간병 중에도 마음껏 무대 위에 서고 싶었다. 남양주 카페 ‘사바나의 아침’에서 개그맨 심현섭을 만나 저간의 사정을 들어봤다.

‘BTS가 온다, 혹은 임영웅?’ 개그맨 심현섭은 유머치유센터 개점일인 만우절을 맞아 어떤 거짓말이 더 재밌을까 고심 중이다. 그는 유머치유센터 뒷동산을 산책 코스로 조성하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BTS가 온다, 혹은 임영웅?’ 개그맨 심현섭은 유머치유센터 개점일인 만우절을 맞아 어떤 거짓말이 더 재밌을까 고심 중이다. 그는 유머치유센터 뒷동산을 산책 코스로 조성하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첫눈에 읍내 풍경에 사로잡히다
“2년 전쯤 구경 온 이곳 풍경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어머니를 간병하느라 병원 신세를 많이 지다 보니 저도 환자가 다 돼 있었거든요.” 

과거 염소목장이었다는 얘기를 듣고 더 좋았다고. 카페이자 유머치유센터가 자리한 북쪽은 밤나무 등이 빽빽이 들어선 아담한 동산이고, 동서남쪽은 햇살이 잘 드는 트인 공간이다. 서울 변두리에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 있으랴마는 남양주 오남읍 오남리는 아직까지 사람 냄새, 풀 냄새, 흙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이다. 

대지가 넓은 땅이라 아파트를 지어도 될 터인데, 지인은 그에게 신박한 제안을 했다. 개그맨 후배들과 함께 ‘개그클럽’을 한번 해보라는 것.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개그클럽은 공연도 공연이지만, 술을 팔아야 돈이 되니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서울에 차려야 마땅하기 때문. 농담이 아니란 것을 알고 긍정적으로 따져보게 됐다. 일단, 널따란 주차장이 들어설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단박에 웃기기·트라우마 배틀’ 기대
“당시 유튜브 ‘유치맨’을 하고 있었어요. ‘유머치유멘탈’인데 ‘멘’을 ‘맨’으로 쓴 거죠. 유치맨에서 따와서 ‘유머치유센터’를 생각했죠. 사바나의 아침도 개그 콘서트에서 인기를 누렸던 코너 이름을 끌어왔어요. 커피와 개그, 그리고 농촌… 뭔가 어울리죠.”

유머치유센터는 웃고 체험하는 공간이다. 마술에 소질이 있는 개미핥기 이광채, 그림을 잘 그리는 세바스찬 임혁필 등 개그맨 후배들이 함께할 예정이다. 단박에 웃기는 법도 프로그램 중 하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일고여덟명이 쭉 둘러앉아 있고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가 가운데 서서 트라우마에 대해서 얘기를 하잖아요. 남의 얘기를 들으면서 막 울기도 하고, 그런데 슬프기만 한 건 아니고 진지함 속에서 웃음도 있죠. 그 과정에서 위안을 받기도 하잖아요. 옆 사람은 나보다 더 아프구나 하면서 말입니다. 일종의 트라우마 배틀이죠. 저기 식당 아줌마, 당구장 아저씨… 많아요. 커피 쿠폰 준다고 다 꼬셔놨어요. 기대하세요. 하하하.”

커피와 개그, 그리고 농촌… 내친김에 이사했어요

 

개그 프로 실종에 설 자리도 좁아져 
지인은 카페를 운영하고, 그는 유머치유센터를 맡기로 하면서 내친김에 남양주로 이사를 해 버렸다.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게 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감동이다.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다 보면 비용 문제로 하다가 말다가 그런 식이거든요. 전부터 이런 공간이 하나 있었으면 했는데…. 이곳에서 자고 먹고 산책하고 유머치유센터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어느새 이웃이 돼 있더라고요.” 

유머치유센터는 지난 2월18일 가오픈을 했다. 150여 손님 중 절반은 소문 듣고 찾아온 남양주 주민들이었다. 

“대한민국 1호 유머치유센터가 잘돼서 곳곳에 2호점, 3호점, 4호점이 생기면 개그맨들이 그만큼 설 자리를 얻게 되는 겁니다.” 

그는 개그맨 후배들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공중파에서 개그 프로그램이 자취를 감추면서 그들의 설 자리도 좁아진 탓이다. 

쉰 넘은 나이에도 재간둥이 면모
“어머니는 4년 전에 집을 나갔어요. 집 나간 아버지를 찾으려고요. 아직도 찾고 있나봐요. 아버지는 집 나간 지 40년이나 됐지요.” 

유머는 불행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던가. 그의 유머는 스스로를 희화화하면서 반전을 노린다. 때문에 마냥 웃고만 있을 수 없는 웃픈(웃기면서 슬픈) 유머다. 틈만 나면 현실 정치인들을 풍자하며 반응을 살피다가도, 쉰이 넘은 나이에도 재간둥이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개그맨 심현섭, 그는 천생 웃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유머치유센터에 가볼 요량이라면, 정신 줄을 잘 챙기길…. 그가 쏟아내는 걸쭉한 너스레에 웃다가 배꼽이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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