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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과 역할갈등(役割葛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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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6.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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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신 홍
본지 편집위원
前 축협중앙회 연수원장

 

지난 5월23일 모두가 느긋해지는 토요일 아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으로 ‘이럴 수가’하며 온 국민이 놀랐다. 그 놀라움이 채 가시기도 전 이틀 뒤인 5월25일 월요일 출근길에 북한의 핵실험 소식으로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 다음날에는 또 단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노 전대통령의 서거로 정부가 국민장을 준비하고 국민들이 애도하고 있는 상중에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했다.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다. 정말 우리 국민 정신 바짝 차리고 냉철해야 할 때이다.

노 전대통령의 조문을 두고서 일부 시민단체들과 그 지지자들이 일부 정치인이나 인사들의 조문을 막아 발길을 돌리게 하고 대통령의 조화가 훼손돼 다시 보낸다는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착잡하다. 자칫 좌우 이념대립이나 내부의 갈등분열이 번진다면 그 여파는 어떤 상황에 이를지 예단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은 내부의 결속과 단합이다. 사회와 국가가 온전하게 융성하려면 공과 사의 구분이 명확하고 시시비비(是是非非)를 제대로 가리는 국민정서가 절대 필요하다.
새뮤얼 스토퍼는 ‘역할 갈등(ROLE CONFLICT)’이라는 개념을 정립했다. 지금 친구가 모는 차가 과속으로 달리다가 인명사고를 냈다 하자. 가해자, 피해자 어느 쪽이 법규를 위반했는지 여부가 이 친구의 형량을 좌우하게 된다. 그런데 증언자는 곁에 탔던 나 밖에 없다. 이런 경우 공공의 정의(正義)를 위하느냐 사적인 정리(情理)를 위하느냐의 갈등을 새뮤얼 스토퍼는 역할 갈등이라 했다.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를 했더니 미국 학생들은 90%가 친구가 과속한 사실을 양심이 명하는 그대로 증언한다고 했지만, 동양계 학생들은 정반대로 88%가 양심에 반해 사실과 다르게 증언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예로부터 혈연·지연·학연과 친소(親疎) 정도에 따라 그 정리(情理)를 매우 중요시하는 정(情)의 문화가 국민 정서의 밑바탕에 자리잡고 있다. 거기에 좌우 이념대립의 갈등까지 가세된 것이 지나온 과거였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지금 우리는 선진국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서 있다. 선진국 진입에 연착륙(軟着陸)하느냐 경착륙(硬着陸)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그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선진국으로의 연착륙의 길은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펼쳐야 될 정책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 정책들이 성공하려면 사적인 정리보다는 공공(公共)의 정의·공익이 우선시 되는 풍토가 자리잡아야 한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Honesty is the best policy)’이라는 격언이 있듯이 양심에 따라 움직여지는 사회가 돼야 한다. 도덕성이 회복돼야 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공과(功過)가 있게 마련이다. 특히 정치를 하는 나라의 지도자는 더 말 할 나위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

나라와 국민에 대한 공(功)과 과(過)는 훗날 역사가 제대로 평가해 줄 것이다. 비리 혐의의 시시비비를 따지는 본질이나 수사과정에서의 문제점은 잘 모르겠으나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분이 그렇게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사실이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이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수위권을 달리고 있는 우리나라의 생명경시 풍조가 더 해지지 않을까 두렵고, 특히 생활고 등으로 한계상황에 부딪쳐 어려워하는 서민이나 청소년에 끼칠 영향이 매우 두렵다.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그의 죽음이 그가 그렇게도 바라던 지역갈등 타파를 비롯해 모든 갈등의 고리를 끊고 화합과 상생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된다면 고인도 하늘나라에서 편히 잠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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