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정 현미경 – 가루쌀 육성과 가공계획은…

윤석열 정부는 농정의 핵심비전을 ‘힘차게 도약하는 농업, 국민과 함께하는 농촌’으로 정하고 스마트농업과 신성장 분야를 포괄하는 미래 먹거리 창출 산업으로 농식품산업을 키우고, 국민을 위한 삶터·일터·쉼터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농촌을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식량안보·농업혁신·디지털전환·동물복지·농촌환경 개선 등의 농정 핵심과제를 내놓은 정부는 2023년을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해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추진한다. 본지는 주요 농업정책을 살펴보고 자세한 내용을 차례로 소개한다.

 

지난해 10월 전북 익산의 가루쌀 수확현장을 찾은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지난해 10월 전북 익산의 가루쌀 수확현장을 찾은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전략작물직불금·생산단지로 뒷받침
쌀 가공식품시장 성장은 호재
레시피·제품개발에 업계 참여 잇따라

식량주권 확보와 농가 경영안정 강화를 국정과제로 삼은 윤석열 정부의 식량안보 정책 핵심은 수입산 밀가루를 대체하는 분질미, 즉 ‘가루쌀’의 확대 보급이다. 일반쌀보다 잘 부서지는 특성의 가루쌀은 쌀 공급 과잉을 해소하는 한편, 가공에 적합해 농가소득 진작 효과를 기대케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7년까지 수입산 밀가루의 10%(20만톤)를 ‘가루쌀’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보급·확산에 협업체계 구축
가루쌀 육성․보급을 위해 농식품부는 전문생산단지 육성과 가공제품 개발 등 산업 활성화에 예산 107억원(농촌진흥청 예산 36억원 포함)을 투입한다.

가루쌀 생산단지는 전국 38곳에 2천㏊가 조성된다. 모집면적보다 1.6배나 많은 3300㏊가 접수될 정도로 신청 열기가 뜨거웠다. 선정된 경영체 중 밀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가루쌀을 6월에 이앙할 수 있다는 점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생산단지는 향후 200곳으로 늘어날 계획.

농촌진흥청은 현장기술지원단을 각 생산단지와 일대일로 매칭해 영농단계마다 지도와 교육에 나선다. 또한 이삭에서 싹이 트는 수발아 문제를 개선한 가루쌀 신품종을 조기 육성하고, 밀-가루쌀 이모작 작부체계를 위한 재배기술도 확립한다.

안정적인 종자생산을 위해 전국에 100㏊ 채종포 선정, 저장·유통 중 품질유지를 위한 표준관리법을 개발하고, 저장-가공-유통의 자립형 전문단지 8곳도 조성한다. 종자 공급은 국립종자원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서 책임진다.

농식품부는 제도개선에도 나섰다. 재배 활성화를 위해 농작물재해보험의 기타품목에 가루쌀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올 2분기 안으로 이앙적기에 맞춰 판매종료 시점을 연장하고, 수확할 수 없거나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될 경우를 포함한 약관을 개정해 보험금의 지급조건을 완화한다. 재배농가의 보험수요를 충족하는 한편, 농업경영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산 확대·가공식품 성장은 호재
농식품부가 전략작물직불금으로 당초 편성한 예산은 720억원이었다. 국회 예산 논의 과정에서 1121억원으로 401억원 늘었다. 기존 밥쌀용 벼 재배면적 감축을 주목적으로 하는 생산조정제나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과 차별화되는 것은 밀·콩 자급률 향상과 함께 가루쌀의 신시장을 개척한다는 점이다.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 즉 공익직불법의 선택형직불금에 포함된 전략작물직불금은 기본형 공익직불금에 가루쌀 재배농가에 예산을 추가로 지원한다. 동계작물과 이모작 시 ㏊당 250만원, 가루쌀만 재배할 경우에는 ㏊당 100만원을 지급한다.

쌀 소비행태 변화도 가루쌀에게 호재다. 쌀 소비는 감소하고 있지만 가공식품 매출액은 연평균 8.6%씩 성장해 2020년 기준으로 7조3천억원 시장으로 성장했다. 가정에서의 소비가 줄어든 대신 즉석식품류와 떡류, 주류, 장류 등 가공용 소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국내용 쌀이 제분을 포함한 높은 가공비용 때문에 쌀 가공식품 성장에 장애물로 작용했었다. 하지만 가루쌀은 건식제분이 가능해 기존 습식제분에 들어가는 비용을 50% 이상 줄일 수 있는 등 가공용으로 적합해 주곡으로만 한정된 쌀이 식품원료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 접수 결과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 접수 결과

제품 개발 지원으로 가공화 속도
가루쌀은 생육기간이 짧아 이모작에 적합하다는 점 때문에 생산에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공과 판로개척이 더디다는 지적에 농식품부는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가루쌀 가공제품 15개를 출시하기 위해 제품군당 최대 2억원(자부담 20%)을 지원한다는 것인데, 밀가루 대신 가루쌀을 대체하거나 혼합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원료 구입과 연구개발, 포장, 시제품 생산, 평가 등 전 과정에 예산을 지원한다.

2월 중 공모업체를 발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예상외로 신청업체가 많아 3월로 연장했다. 77개 식품업체가 108개 제품개발을 신청해 7:1이 넘는 경쟁률을 보여 업계의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제품군도 다양하다. 면류, 빵류, 과자류에 관심이 높았다. 어묵, 음료 등의 제품개발을 희망하는 업체도 있었다.

대한제과협회와도 손을 잡았다. 이달 22일까지 가루쌀을 활용한 개발능력을 갖춘 제과제빵업체의 신메뉴 개발을 공모하기로 한 것. 제품 개발비로 200만원이 지원된다.

농식품부는 5월까지 제품개발을 마친 후 6월 품평회 개최를 비롯해 각종 박람회에 가루쌀 홍보관과 팝업스토어, 라이브커머스 등 소비처 발굴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스타벅스에서 출시된 가루쌀로 만든 유기농 쌀카스텔라처럼 제과제빵업계에서 또 다른 히트상품을 기대하고 있다.

 

■ 담당자의 말 - 안유영 가루쌀산업육성반 과장

“제도권으로 들어온 가루쌀, 지속성 담보”

정황근 장관은 농촌진흥청장 재직 시절 육종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가루쌀을 ‘로또’, ‘신의 선물’이란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깊은 애정을 보여왔다. 일각에서는 그런 점 때문에 오히려 가루쌀 육성정책이 ‘일시에 시행되다 폐지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존재한다.

안유영 과장은 “가루쌀은 전략작물직불제, 2027년까지 생산단지 조성 등 제도권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지속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는 “가루쌀은 6월 이앙해 밀과 재배적합성도 좋아 자급률 진작에도 도움이 되고, 공공비축미로 매입해 수요처에 특별가격으로 제공할 계획이라 재배농가의 판로걱정도 상당부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업체의 레시피 개발에 기대 이상의 신청에 농식품부의 기대도 덩달아 커졌다. 안 과장은 “쌀 가공산업의 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레시피 개발과 제품 보급은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만 가루쌀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