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다가오는 영농철, 농촌인력 실태(하)-정부·지자체 수급계획

 

​농식품부와 노동부는 ‘농업일자리 지원 협의체’를 발족하고 광역지자체와 협업체계를 마련했다. 사진은 지난 1월19일 경북 문경의 시설채소 농가를 찾은 이정식 노동부 장관(사진 가운데)과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사진 오른쪽)
​농식품부와 노동부는 ‘농업일자리 지원 협의체’를 발족하고 광역지자체와 협업체계를 마련했다. 사진은 지난 1월19일 경북 문경의 시설채소 농가를 찾은 이정식 노동부 장관(사진 가운데)과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사진 오른쪽)

농식품부·노동부·지자체 합동 ‘농업일자리 지원 협의체’ 발족
지자체, 단기 농업일자리 발판으로 도시민 지역정착 유도
농어업고용인력 지원 특별법…외국인 인권개선에만 치중 목소리도

범정부 대응기구 발족
올해 영농 인력수급 대책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가 힘을 합쳤다는 점이다. 도시민을 농업취업자로 발굴해 농촌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표 아래 농림축산식품부와 고용노동부, 경상북도와 전라북도가 참여하는 ‘농업 일자리 지원 협의체’가 바로 그것이다. 도시의 유휴인력을 집중적으로 모집해 농촌으로 유입시킴으로써 일손부족 해소와 농촌 정착을 이끌어 지방소멸 해결의 단초를 마련한다는 것.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생산가능인구 중 비경제활동인구는 36.7%나 됐다.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실업자는 1.9%였다. 비경제활동인구와 실업자를 도시의 부족한 일자리 대신 농업 일자리로 끌어올 수 있다면 국가적인 일자리 구조개선까지 가능하다는 판단이 협의체 발족에 원동력이 됐다.

협의체 운영에 들어가는 사업비는 118억원으로 경북과 전북, 노동부, 농식품부가 각각 분담한다. 협의체는 2024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원내용은 취업자에게 교통편과 숙박비, 식비, 작업교육 등을 제공한다. 안전교육과 상해보험료, 보호장비 제공으로 안전도 확보한다. 취업자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농가 일자리 정보 제공 서비스인 ‘농가일모아’에서 전자근로계약서 서비스도 가능하다.

구직자에게 하루 이동비로 5천원에서 1만원을 지급하고, 지자체는 차량을 쓰게 되면 운전기사를 포함한 차량 임차비를 지원한다. 하루당 숙박비로 2만~3만원을 제공하고, 마을회관 등을 활용하면 주당 최대 50만원을 지원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난해 지역산업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으로 ‘농번기 구인난 개선사업’을 실시했다”면서 “기초지자체와 함께 도시에 거주하는 여성과 중장년층을 집중적으로 모집해 상당한 수요가 몰렸는데, 성과를 확인하고 올해 협의체를 발족해 사업을 확장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도농상생 일자리 채움사업으로 경북 청송에서 사과를 수확하고 있는 도시민
지난해 도농상생 일자리 채움사업으로 경북 청송에서 사과를 수확하고 있는 도시민

도시민 농촌 정착 이끈다
경상북도와 전라북도는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도농상생 일자리 채움사업’으로 도시민과 농가를 이어줬다. 그중 경북은 지난해 1만2천건의 취업을 성사시켰고, 참여자는 약 830명이었다.

지난해 상주·문경·청송이 참여했고, 올해는 영천·의성·청도 등 3개 시군이 추가로 참여하게 된다. 올해는 6개 시군에서 4만건의 일자리 매칭을 예상하고 있다. 영천이 1만건으로 가장 많고, 상주·문경 7천건, 청송 6천건, 의성·청도가 5천건 순이다.

김보영 경북도 일자리경제노동과 일자리지원팀장은 “예산은 국비 23억원, 도비와 시·군비는 7억7500만원인데, 지난해 1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났다”며 “그만큼 참여 지자체와 농가의 만족도가 높았기에 예산이 크게 늘어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도농상생 일자리 채움사업은 중앙과 광역·기초지자체와 민간 고용기관이 사슬처럼 이어져 있다는 게 차별점이다.

일차적으로 시․군-이장단-농가-전문기간 관 협의체가 구인·구직 수요를 발굴했다. 농가 수요는 이장단이 가가호호 직접 방문해 수확시기와 필요인력을 파악했다. 작년 참여농가를 포함해 900개의 농가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있다.

도시 유휴인력은 작년 참여자를 포함해 1500명까지 역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는 5월부터 인력이 공급됐지만 올해는 참여 지자체와 농가의 관심이 높은 만큼 3월에 하우스 작물과 마늘·양파 등 밭작물, 과수작물 순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농촌의 구인난을 어느 정도 해소한 경북은 농업일자리로 유입된 도시인력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보영 팀장은 “농업일자리는 농번기와 수확철에 일시적으로 필요해 농사일이 끝나면 다시 도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농촌에서의 삶에 나름 만족한 이들에게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연결시켜 경상북도 일자리 종합센터를 통해 39명이 취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구직자 중 상당수가 20·30대였는데 안정적인 일자리만 있다면 경북에 정착할 수 있다고 봤다”면서 “추적조사를 통해 취업 이후 그만두게 되더라도 경북을 떠나지 않도록 알선을 추가로 하는 등의 사후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전북은 무주·완주·장수·고창 등에서 약 2만1천건의 취업을 성사시켰다. 특히 대전, 광주, 전주, 김천 등 대도시와 타지역의 도시민을 대상으로 구직범위를 넓혔다. 농촌에서는 일할 사람 자체가 적다고 봤기 때문이다. 일할 의지가 있는 주부와 은퇴자 등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현수막 게시와 안내문 발송, 농촌 일자리 취업 박람회 등을 개최해 구직활동을 도왔다.

고용특별법, 외국인 인권만 우선?
농업과 농촌의 특수성을 반영한 장기적인 고용계획과 관련한 법적근거도 마련됐다. 바로 지난 1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농어업고용인력 지원 특별법’(이하 고용특별법)이다.

고용정책을 총괄하는 고용노동부 대신 농업․농촌 특성을 반영한 고용인력 계획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 고용특별법은 농식품부·해수부 장관에게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도지사와 시군구장이 관할구역에 배정규모와 시기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농어업 고용인력 중 외국인근로자의 적정 노동시간 확보, 일정한 수준의 숙소 마련, 인권침해자에 대한 상담과 지원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농어업 고용인력의 원활한 수급과 근로환경 개선으로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고용특별법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외국인근로자의 인권개선에만 치우쳤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철현 의원은 외국인근로자로부터 피해를 입은 농업인들에 대한 구제조항이 없음을 지적했다.

주철현 의원은 “현장에 가게 되면 외국인 인력과 관련돼 피해를 입은 농업인들의 호소가 상당히 많다”며 “(외국인근로자들이)약속된 기한을 채우지 못하고 도망간다든지 근무지를 이탈해 피해 입은 경우가 많아 투자한 농업인들은 (피해를)전혀 회복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외국인을 고용했다가 피해를 입은 농어업인들을 보호하고 구제할 수 있는 특별조항이 당연히 들어가야 된다고 본다”고 주장하며 고용특별법에 이를 반영한 다음 통과시키자고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농어업 분야에서 외국인근로자 수급이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고용특별법이 법적근거로 기능하려면 통과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무엇보다 이날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를 둘러싸고 여야가 강대강으로 대치하며 고용특별법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후순위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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