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다가오는 영농철, 농촌인력 실태는...(하) : 농가 목소리

올 상반기 전국 124개 지자체에 외국인근로자 2만6000여 명이 배정됐다. 충북 음성은 146농가가 신청해 548명의 외국인근로자가 입국할 예정으로 충북도 11개 시군에서 가장 많은 수요가 몰렸다. 인력 증가로 전년 대비 인건비는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외국인근로자가 점령한 농촌은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다 게 농업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충북 음성에서 시설하우스를 경영하는 임모씨가 외국인근로자에게 수박묘 식재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충북 음성에서 시설하우스를 경영하는 임모씨가 외국인근로자에게 수박묘 식재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외국인근로자 고용은 인력사무소만 배불리는 꼴
내국인 유입에 “농업기술 배워 실질적 도움 돼야”

농자잿값 급등에 인건비 부담 가중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봄을 맞이한다는 경칩. 지난 6일 충북 음성군 생극면 일대의 시설하우스 농장주 임모씨는 인력사무소를 통해 구인한 외국인근로자 4명과 수박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묘 생산업체에서 가져온 수박묘는 3000주. 외국인근로자들이 시설하우스 8동에 심을 작업량이었다. 외국인노동자들은 여성 4명이 팀을 이뤄 1상자당 40주씩 들어있는 수박묘를 하우스 입구에 쌓았다.

임씨는 결혼하고 시댁 농사를 이은 17년차 여성농업인으로 시설하우스 18동(3만9270㎡)을 마련했다. 이왕 농사짓는 거 제값을 받겠다는 일념으로 고추에서 수박으로 작목을 전환했다고.

임씨는 “외국인근로자 중에서도 농땡이 피우는 경우가 있어 손놓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순따기 작업에 외국인근로자를 투입할 예정이라는 임씨는 1명당 12만원씩 매주 54만원의 인건비를 지출해야 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인건비, 상자비 빼면 남는 게 없어요. 수정작업도 해야 되는데, 원래는 4만~5만원하던 벌값이 20만~30만원으로 크게 뛰었더라고요. 이번에 벌을 확보해놓지 못한 농가들은 힘들 거라고 봅니다.”

인력사무소서 수수료 20% 떼가
과수농가에서는 지자체에서 숙식제공을 조건으로 내건 인력사업이 와닿지 않는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촌 빈집을 외국인 숙소로 활용하겠다는 대책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외국인이 마을에 들어와 살면, 동포끼리 모여 외국에서는 일상화된 마약을 일삼고 밤에 파티를 열어 마을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했다는 것이다.

임씨는 수년간 거래해 온 인력사무소를 믿고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며, 음성지역은 합법적인 외국인근로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묘 심기 작업을 하는 외국인근로자들에게 물으니 고용보험이 적용돼 있지 않단다. 불법외국인근로자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태국에서 남편과 한국농촌에 왔다는 피앤느(38) 팀장은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그는 “남편은 14만원 버는데 나는 여성이라서 12만원 받는다”며 “인력사무소에서 중개수수료 2만원을 떼고 나면 10만원 버는 셈”이라고 말했다.

농업인이 외국인근로자에게 직접 일당을 주면 인력사무소에서는 외국인근로자들이 돈을 안 받았다고 해 농업인을 곤란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인력사무소에 인건비를 주면 협의한 것보다 수수료를 많이 떼고 외국인근로자에게 일당을 적게 지급해 오해가 빚어진다고.

일반적으로 노동시간은 오전 6시에 시작해 오후 5시에 일과가 끝나고, 이후에는 아르바이트로 전환돼 시간당 1만원을 받고 있다고.

임씨의 수박농가는 작업이 수월한 편이다. 오전 10시30분에 묘를 심기 시작해 오후 2시에 갈무리됐다. 점심 식대는 일당에 포함돼 있다. 이들은 임씨의 트럭을 타고 인력사무소로 돌아갔다.

경력 외국인근로자 몸값 올라
음성군 감곡면에서 복숭아 9900㎡(3000평)을 재배한다는 정모씨는 복숭아 솎기와 봉지 싸기에 인력을 투입한다고 했다. 감곡면에만 복숭아농가가 740곳이라서 4~5월이면 인력난을 겪는다고 한다.

“인건비를 줄여야 농가에서는 수익이 나요. 작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건비가 비싸 농사를 포기한 농가도 있었어요. 이번에 복숭아작목반 반장과 얘기해보니 14만원에서 12만원으로 인건비가 낮아질 전망이라 그나마 다행이에요.”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는 이유에 대해 정씨는 태국이나 베트남인들은 하우스 내부가 더워도 더운 나라 사람들이라 일에 무리가 가지 않고, 하우스 안에서 밥을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일머리가 좋아요. 작년에 17~18살로 보이는 남성외국인이 일을 잘 하고 갔어요. 젊으니까 농사일 끝내고 공장일 하러 간다더라고요.”

정씨는 음성군이 기업을 많이 유치해놔 외국인근로자들도 선호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음성 대표농산물인 복숭아 재배기술을 배워 입국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라고 했다.

“인력사무소에서 경력 있는 외국인근로자들은 일을 잘한다며 5000원 더 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정씨는 내국인 인력사업이 회의적이라고 털어놨다. 그동안 내국인 인력은 품앗이나 일손 돕기 위주였다고 한다. 품앗이를 하면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있고, 봉사차원이라 일처리가 만족스럽지 않아 사라지는 추세라고 했다.

내국인 인력을 유입하겠다는 농협의 공공인력중개센터를 이용하면 한시적으로 인력이 필요한 과수농가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정씨는 손사래 쳤다.

“이번에 내국인 인력이 농업교육을 받고서 농촌에 오는 건지 음성농협에 따져 물었어요. 대학생들이 일손봉사 한다고 아무것도 모르고 와서 농업인을 힘들게 하거든요. 농활 왔다고 기념사진 찍느라 바쁘고, 간식 먹고 나면 4시간 금방 가더라고요.”

특히 정씨는 “내국인이 일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 농업인들은 손해 보는 상황”이라며 “외국인 쓰면 3일 만에 끝날 일을 내국인 쓰면 3일 더 간다고 본다”고 불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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