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위해 유산상속도 포기한 자유로운 영혼
진심어린 지역 소통이 귀촌인 자세의 전부

이건동 대표는 타인과 경쟁하고 하루하루 전쟁과도 같았던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1500년 전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에서 또 다른 문화콘텐츠를 제 작하고 싶은 꿈이 생겼다.
이건동 대표는 타인과 경쟁하고 하루하루 전쟁과도 같았던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1500년 전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에서 또 다른 문화콘텐츠를 제 작하고 싶은 꿈이 생겼다.

“레디~~액션~~!!”

충남 부여의 백마강을 배경으로 수월옥 이건동(56) 대표의 인생 영화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됐다. 1970년대 이전까지 대전으로 가기 위해 나룻배를 타려는 사람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부여에 커피 볶는 영화감독 이 대표가 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기분 좋은 햇살과 그윽한 커피 향이 가득 채워진 카페에서 분주하게 오픈 준비를 하고 있는 이 대표와 자리를 마주했다.

“관객수 전부인 가공된 영화 답답해”
상영까지 이어지지 못했지만 2007년 두 번째 영화에서 커피 시나리오를 작업하던 중 전국의 커피 장인을 만나 바리스타로 지낸 지 20년. 그러나 2003년 차태현·김선아 주연의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데뷔작에서 4년간에 시나리오 수정으로 수고와 상처가 많았단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화에서 시나리오를 쓰듯 실제로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투자자를 만나 흥행과 관객을 논의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허했어요.”

이 대표는 인위적인 가공된 영화를 버리고 ‘내 삶을 영화 스토리에 담아보자’라는 생각으로 귀촌을 결심해 서울에서 인정받는 바리스타로 지내다 2년 전 부여로 오게 됐다. 이곳이 첫 귀촌지는 아니었다. 제주도에서 지역활성화프로젝트에 디렉터로 참여하면서 경주를 거쳐 딱히 연고는 없지만 죽마고우가 살던 고향인 부여를 최종 정착지로 택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영화 ‘오, 수정’ PD였던 아내도 주연배우의 갑작스런 죽음에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내다 결국 유방암 투병으로 2년 전 세상을 떠났다. 아내와 사별한 뒤 이 대표는 공허한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됐다고.

타인과 경쟁하고 하루하루 전쟁과도 같았던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1500년 전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에서 또 다른 문화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은 꿈이 생겼단다.

“수업 있는 날엔 한걸음에 달려가요”
지적 장애우를 대상으로 한 커피 강좌는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부여 인근의 석성중학교 커피 출강이 있는 날에는 카페 문을 닫기도 한다. 하루 매출과 연결된 출강임에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일상에 감사하다고.

최근 우후죽순 늘어나는 귀촌청년들이 운영하는 카페들로 인해 지난해보다 수익이 10분의 1로 줄었다. 귀촌청년프로젝트 지자체 지원 카페는 임차료도 없을뿐더러 커피값도 파격적으로 내려 경쟁상대가 될 수 없었다.

“주변 친구들은 바보 같다고 말해요. 충남 유지의 아들로 풍요롭게 지낼 수 있는데, 굳이 고생을 사서 한다고. 부족함도 불편한 부분도 많지만 마음만은 행복해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게 유산상속까지 포기하고 유학 시절 아르바이트는 물론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서 시작한 신혼생활은 밑바닥 인생을 경험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아버지의 유산이 내 꿈을 묶어 놓는 것 같았다. 제 자식들도 이렇게 자유로운 영혼으로 키울 것”이라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이건동 대표가 운영하는 수월옥 별채 내부 모습. 오는 이들이 편안함을 느끼고 갈 수 있도록 인테리어에 신경썼다.
이건동 대표가 운영하는 수월옥 별채 내부 모습. 오는 이들이 편안함을 느끼고 갈 수 있도록 인테리어에 신경썼다.

내 고장 중심에 ‘힐링 마당학교’ 우뚝
“대학이나 기업, 거점이 될 만한 구심점이 없는 게 참 아쉽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상상력인데, 그런 창조의 힘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자체에서 수억원을 들여 조성한 반쪽짜리 전망대, 끊어진 레일바이크는 관광객을 맞이하기 아쉽다는 생각에 관광객이 유입될 만한 명소를 만들고자 다양한 문화콘텐츠 제작단계에 들어갔다.

제주도에 마구간을 활용한 한 카페가 치유뜨개로 명소가 됐듯이 남들과 똑같은 테마가 아닌 이 대표만의 ‘힐링 마당학교’를 준비 중이다.

지역 어르신의 지혜와 청년들의 창의성을 공유할 수 있는, 기존 학교 틀을 벗어나 남녀노소 누구나 선생님이 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빛깔 마음 상담가(컬러 프랙티셔너)로도 활동 중인 이건동 대표. 지역민과 함께하는 마을 영화를 제작하거나 다양한 목표로 모인 귀촌인들의 소통 공간을 만드는 등 지역과 하나 되기 위한 그의 분주한 발걸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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