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액암 딛고 ‘국민 일꾼’ 거듭난 가수 진성

“오늘의 범사에 감사합니다. 희망찬 내일을 맞이하자는 들뜬 마음으로 또 하루를 시작합니다.” 

‘트로트계 메들리 4대 천왕’, ‘트로트계의 BTS’, ‘국민 일꾼’ 등등, 가수 진성을 가리키는 또 다른 말이다. 그는 지난 2021년 12월1일부터 전파를 탄 TV 프로그램 ‘일꾼의 탄생’을 통해 ‘국민 일꾼’으로 거듭났다. 혈액암을 이겨내고 전국 각지를 누비며 전 국민의 민원 해결사로 나선 터다. 가수 진성을 만나 일상의 특별함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진성은 이달까지만 촬영을 하고 ‘일꾼의 탄생’에서 하차한다. 그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콘서트 무대에 자주 서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진성은 이달까지만 촬영을 하고 ‘일꾼의 탄생’에서 하차한다. 그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콘서트 무대에 자주 서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부안 시골소년이 어느새 반백의 중년…“인생 덧없어”
젊은 후배들 히트곡 발판 ‘K-트로트’ 신화 새로 쓰길

깡촌에서 잡초처럼
“어머~, 진성씨, 너무 멋져요.”

“방송 잘 보고 있어요.”

지난 6일 오후 서울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 방송국이 밀집한 거리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자니 알아보는 시민들의 ‘엄지 척’이 끊이지 않는다. 시민들의 부름에 호응하는 그의 입가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예~ 예~ 고맙습니다. 하하하.”

입담이 좋은 트로트 가수로 꼽힐 만큼, 그를 부르는 방송사도 많다. 일꾼의 탄생 외에도 ‘미스터트롯2’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그는 이날 ‘더 트롯쇼’를 막 마친 뒤였다. 

“봉사활동이라고 생각지 않았다면 1년도 못 채웠을 겁니다. ‘깡촌’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서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고생이란 게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꼈죠. 어찌 보면 잡초처럼 산 거죠.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모질고 질긴 생명력으로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릅니다.”

“내 고향, 부안은요...” 
하지만 이달까지만 촬영을 하고 일꾼의 탄생에서 하차하기로 했다. 그의 고향인 전북 부안이 마지막 촬영지다. 아흔을 바라보는 노모와 동생들이 살고 있는 부안에서 마지막 촬영을 하게 된 건 우연이다. 고향 얘기에 진성의 눈빛이 반짝인다. 

“부안에 국립공원이 있어요. 변산반도죠. 또 유서 깊은 고장입니다. 산과 바다와 대지,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지는 곳이죠. 서해안 시대를 맞아 중추적인 역할을 할 그런 도시입니다. 하하하.” 

가수 진성은 ‘트로트 가수’, ‘라이브 가수’, ‘괜찮은 노래를 부른 괜찮은 가수’로 기억되길 바란다. 현장에서 더 많이 소통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꾼의 탄생에 출연한 뒤 며칠간 앓아눕곤 했어요. 그동안 힘들고 지쳤지만, 가수 진성이 지닌 분위기와 잘 맞아서 열심히 했지요. 또 현장에 가면 어머님, 아버님들이 반갑게 맞아주시잖아요. 농촌의 분위기도 좋고, 고향 생각도 나고…. 아쉬움이 큽니다.”

흐르는 시간을 막을까
심장 판막증까지 앓고 있기에 촬영 때마다 ‘인간사 덧없다’는 생각에 잠기곤 했다. 부안 시골길을 뛰어다니던 소년은 온데간데없고, 거울에 비친 지게를 짊어진 사내는 어느새 반백의 중년이 다 됐다.

“우리 어머님들도 꽃다운 나이에 시집을 와서 청춘을 바치고, 20대, 30대, 40대를 농촌에서 보내신 거죠. 반세기를 더 지나 수십 년 세월 속에 100세를 눈앞에 두신 분들이 많아요. 흐르는 시간을 절대 막을 수 없다는 게 세월의 무상함 아니겠어요.”

그의 노랫말이 그의 삶을 닮은 까닭이리라. 진성이 부른 노래 중에는 그가 직접 쓴 노랫말도 있다. ‘그 이름 어머니’ ‘보릿고개’ ‘기도합니다’ 등이 그것이다. ‘아이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 시린 보릿고갯길….’ 진성과 같은 베이비붐 세대의 희로애락이자, 어쩌면 가수 진성 인생의 뒤안길일 수 있다. 

깊이 있는 노래란?
그는 “오디션 프로 등을 통해 실력 있는 후배들이 올라오면서 노랫말에 더 애착을 느낀다”며 “도태되지 않으려면 내면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깊이 있는 노래를 불러야겠다고 다짐한다”고 전했다. 

트로트 가수로서 K-POP의 선전은 부러움의 대상. K-POP은 빌보드에서 1위를 할 만큼 짜릿함을 맛보고 있는데, 트로트는 아직 갈 길이 멀어서다. 오디션 프로 출신 가수들을 중심으로 팬덤이 형성된 만큼 변화를 꾀해 세계무대로 진출하기를 바란다.  

“요즘 인기 있다는 젊은 트로트 가수들은 팬층은 두터운데 히트곡이 없어요. 사실 트로트는 히트가 됐다 하면 ‘국민가요’가 되는 거죠. 국민가요는 전 국민이 20~30%는 알고 있다는 건데요. 노래방에 가면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부른 리메이크 곡들을 많이 찾는다고 해요. 서글픈 현실이죠. 많이 배운 후배들이 더 갈고닦아 K-트로트 신화를 새로 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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