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점검 -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초등돌봄 과일간식 지원사업

한국친환경농업협회는 지난 2일 국회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과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의 추경 편성을 촉구했다.
한국친환경농업협회는 지난 2일 국회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과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의 추경 편성을 촉구했다.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과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사업의 국비가 전액 삭감되면서 우려했던 먹거리 기본권 불평등이 결국 현실화됐다. 자체적으로 예산편성이 가능한 일부 지자체에서만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2만명 임산부에게 친환경농산물 공급
재정 열악한 지자체는 지원액 줄이거나 아예 종료
친환경 농가 “코로나19 때 덕분에 숨통 트였는데

부자 지자체 임산부만 혜택?
경기도는 이달 28일까지 ‘경기 임산물 친환경 농산물 지원사업’ 신청을 받아 이르면 3월부터 도내 임산부 2만명에게 연간 48만원 상당의 꾸러미를 제공한다. 도비 24%, 시․군비 56%, 자부담 20%로 친환경 농산물과 유기가공식품 등을 집까지 배송하는 이 사업은 올해 광역지자체 중 경기도에서만 유일하게 실시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비 23억4백만원, 시군비 53억7600만원, 자부담 19억2천만원을 포함해 올해 96억원 예산이 책정됐다”며 “경기도 내 임산부가 약 7만명으로 추정되는데 올해 2만명이 혜택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예년만큼 국비가 지원됐다면 4만8천명까지 예상하고 사업을 계획했다”면서 “대신 국비가 미반영된 부분은 추경 편성을 준비하고, 예산도 2024년 144억원, 2025년 이후 192억원으로 차츰 늘려 갈 것”이라고 밝혔다.

홍안나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정책실장은 “이 사업에 대한 국비지원이 끊길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황당해했다. 그는 “코로나19로 2020년에 학교급식이 중단되면서 친환경 농가가 고사 직전까지 갔었을 때 이 사업 덕분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면서 “사업이 축소되면서 농가가 받는 타격도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경기도는 올해 4만8천명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도비와 시·군비만 편성돼 2만8천명이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며 “국비가 없어 반영되지 못한 부분은 추경 편성을 통해 최대 3만8천명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수혜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던 사업이라 다른 지자체도 사업종료 대신 이른바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3개 시·군 3347명 임산부에게 친환경 농산물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 전 시·군으로 확대하기로 했던 경남은 국비지원 종료로 차질이 빚어졌다.

경남도 관계자는 “친환경 농가들이 사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5월경 추경편성을 논의하고 있다”며 “자부담을 빼고 도와 시·군비 비율을 3:7로 하겠지만 재정이 여유롭지 못한 군지역이 있어 지난해만큼 혜택을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대신 임산부 1인당 48만원인 지원액을 낮춰 최대한 많은 이들이 지원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3500명 임산부에게 지난해 친환경 농산물을 지원한 전라북도는 국비 대신 도비와 시·군비 편성을 논의 중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도의회에서 5월 전후로 예산을 세워 전년과 같은 규모로 지원될 수 있게 노력 중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추경이 편성된다 해도 하반기부터 신청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반면 추경 편성조차 여의치 않는 지자체도 있다. 지난해 2790명 임산부에게 지원했던 강원도는 친환경농산물 소비확대와 저출생 극복에 성과를 확인했지만 재정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올해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지원받은 임산부들의 호응이 높았지만 아쉽게도 국비가 없어지면서 자체예산으로 추진하기 힘들어 종료하게 됐다”며 “올해 특별자치도로 출범하게 되는데 내년에 이 사업 예산을 자체적으로 세울 여지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경남은 올해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을 전 시군으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국비 종료로 차질을 빚게 됐다.(사진출처:경남도청)
경남은 올해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을 전 시군으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국비 종료로 차질을 빚게 됐다.(사진출처:경남도청)

일부만 지원사업 시행…먹거리 기본권 불평등 현실화
바우처 통합시 임산부·초등생 배제 우려…국비재개 요구 잇따라

건강한 식습관 형성에 기여했지만…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의 국비 지원이 종료되며 여러 지자체에 여파가 미치고 있다.

지난해 지역농가에서 GAP 인증을 받은 신고배를 1만3천명 초등생에게 간식으로 제공한 인천시는 추경 편성을 계획하고 있지만 국비 지원이 사라져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는 게 지자체 관계자의 말이다.

시 관계자는 “해당 배농가는 판로개척 이외에도 아이들에게 본인이 농사지은 배를 공급할 수 있어 보람이 커 사업재개를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는 어린이집, 아동센터, 공동생활가정과 가정보육 어린이, 아동양육시설 등 51만명에게 월 5회 연중 58회 최대 200g씩 과일간식을 지원하는 ‘경기도 어린이 건강과일 공급사업’에 313억원을 확보했다. 지난해보다 1만명 늘어난 규모다.

경기도 관계자는 “아이들이 사과나 배처럼 껍질을 깎는 과일을 잘 안 먹는 경향이 있는데, 컵과일 형태로 제공되는 보니 과일과 친숙해지며 장기적으로 소비진작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유아에게 제공되는 사업과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이 연계되면서 시너지가 났었는데, 올해부터는 그렇질 못하게 돼 아쉽다”고 토로했다.

경남은 지난해 도내 517개교 초등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학생 2만2천명에게 연간 30회 제철과일을 공급했다. 이 사업으로 범람하는 수입산 과일로 어려움을 겪는 도내 과수농가들이 5억원 이상의 추가소득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국비가 끊기자 대신 올해는 어린이집 영·유아 6만5100명에게 연간 45회에 걸쳐 과일간식을 공급하기로 했다. 먹거리 선순환 체계 마련 목적의 박완수 도지사 공약사업으로 사업추진이 원활했던 점도 있지만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으로 건강한 식습관 형성과 농업인 소득증대라는 성과를 확인한 점도 한몫했다.

“국비 지원으로 되돌려야”
두 사업의 지난해 국비 예산은 157억8천만원과 72억원이었다. 다 합해 230억원이 채 되지 않은 예산이었음에도 가성비 높았던 사업이라는 게 공통된 평가였다.

지난해 예산안 심의과정에서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혜자 만족도 100%에 육박하는 두 사업을 중단할 경우 농정 신뢰성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농해수위는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을 222억원으로 증액했고,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도 2021년과 같은 예산을 편성했다.

기재부가 건전재정 기조에 따라 집행률이 낮은 사업의 폐지 또는 축소하라는 기조를 따른 농식품부는 임산부, 학생, 학부모 모두가 만족하는 이 사업들의 지속을 위한 적극적 의지가 결여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결국 2025년 두 사업을 통합해 농식품 바우처사업을 시행한다는 이유로 좌초되고 말았다. 대신 예산 148억원을 바우처 실증연구사업에 편성했다.

두 사업 모두 집행률을 100% 달성했다는 점, 농식품 바우처가 계획대로 추진한다 해도 2년의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정부의 논리에 수긍하기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저소득층의 먹거리를 보장하는 바우처사업에 임산부와 초등학생이 지원대상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일 국회 앞에서 두 사업의 추경을 편성해 국비 환원을 촉구한 한국친환경농업협회는 “임산부들의 호응이 높아 참여지역이 증가하고 있었는데, 전체 예산에서 40%를 차지하는 국비가 없어져 사업이 존폐의 기로에 직면했다”고 성토했다.

김광천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사무총장은 “국비 매칭사업이라 국비 지원이 끊기면 살림살이가 어려운 지자체부터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하루라도 빨리 임시국회에서 추경을 편성해 사업이 존속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내년에는 정식사업화해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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