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북 장수 ‘장수커피농장’ 최미건 대표

‘장수커피농장’ 최미건 대표와 남편 이재우씨
‘장수커피농장’ 최미건 대표와 남편 이재우씨

온난화와 사과재배 포화...커피 재배로 차별화
커피재배 문외한이 불모지서 6년 만에 첫 수확
원두․잎․나무 판매와 체험으로 소득 다변화 꾀해

장수에서 열대작물 커피 재배?
장수군은 전북도 동부에 위치해 경남도 거창군과 함양군을 경계로 하고 있어, 두 지역과 생활권이 많이 겹친다. 장수읍을 중심으로 이북은 금강 수계, 남쪽은 섬진강 수계로도 나뉜다. 해발 1천m 이상의 산지가 수두룩해 전체가 고랭지다. 그래서 고랭지채소와 사과, 한우가 유명하다.

이런 고랭지인 장수지역에 대표적인 열대작물인 커피나무가 최근 열매를 가득 매달아 수확에 거는 기대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미건 대표의 ‘장수커피농장’이 그 주인공. 이 농장은 1700여㎡(약 500평) 하우스에 인도네시아 만델링종, 카투아이 아라비카종을 재배하고 있다.

“동촌마을은 장수에서 가장 동쪽에 있는 동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장수지역은 산세가 험준합니다. 커피농장 주변으로 동쪽에는 장안산, 서쪽에는 팔공산, 성수산, 남쪽 마봉산, 북쪽 덕태산 등이 둘러 있지요. 이런 고지대에서 커피농장을 하겠다는 발상을 어떻게 했는지 저도 신기합니다.”

공부하고 발품 팔아 커피재배 첫발
최미건 대표는 장수읍이 고향이다. 울산에서 피부관리숍을 10여년 운영했다. 2016년 장수 출신 남편을 만나면서 귀농은 운명처럼 이뤄졌다.

“조금은 늦은 나이에 결혼했습니다. 2016년도에 결혼을 했는데, 남편(이재우·50) 직장이 서울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서울과 울산을 오가면서 주말부부를 했지요. 자연스럽게 고향에 내려가서 농사를 짓자는 얘기가 나왔지요. 남편 고향도 장수더라고요. 장수에서는 친정아버지가 사과농장을 하고 있어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면 되겠다는 생각에 귀농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최 대표는 귀농을 하면 아버지를 따라 장수에서 사과농장을 해야겠다고 계획했다. 그러면서 장수와 사과를 공부하던 중에 온난화 등으로 사과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다는 정보를 듣게 됐다. 그리고 결혼 이듬해인 2017년 가을, 동촌마을로 귀농했다.

“장수에서 사과재배는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가 온난화 등이 자꾸 거론되니까 사과재배가 망설여지더라고요. 그러면서 남들이 재배하지 않으면서도 생산성이 높은 작목을 찾은 것이 커피나무였습니다.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지만 막상 커피를 재배하려니까 막막하더라고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깜깜했어요. 그래서 공부하고 수소문해서 찾아다니고, 그렇게 커피나무 재배에 첫발을 들여놨습니다.”

작년 첫 수확 30㎏...올해는 10배 더
최 대표 부부는 우리나라에서 커피농사를 짓는다는 곳은 다 찾아다녔다. 유튜브와 SNS를 샅샅이 찾아 공부했다.

장수커피농장의 커피나무에 커피가 알알이 들어차 수확을 앞두고 있다.
장수커피농장의 커피나무에 커피가 알알이 들어차 수확을 앞두고 있다.

“커피 관련 공부도 했지만, 관련 기관을 찾아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하고 상담도 많이 했습니다. 다행히 장수군에서 ‘고소득 관련 지원사업’으로 시설비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희망이 보였지요. 그래도 초기에는 많은 실수를 했습니다. 

커피는 물 주는 작업이 정교합니다. 특히 꽃이 피면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물을 주거나 하우스 문 개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해서 많은 나무를 죽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실패와 경험이 축적됐어요. 나름대로 커피나무 재배 전문가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최 대표는 5년여의 실패와 경험을 토대로 지난해 첫 수확의 기쁨을 누렸다. 약 30㎏. 양은 적지만 모든 나무가 생산을 눈앞에 두고 건실하게 잘 자라줬다는 사실이 희망적이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질 좋은 커피 30㎏ 정도를 생산했습니다. 커피 전문가 대부분이 최고급 수준으로 평가했어요. 올해는 약 300㎏ 이상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본격적인 커피농장으로서, 커피와 관련된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농장으로서 2023년은 특별한 해로 만들 생각입니다.”

“커피나무 대중화에 앞장설 터”
한편, 장수군은 최 대표와 함께 ‘장수커피’를 장수 특산품으로 특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고랭지 장수에서 열대기후의 상징인 커피가 최고급 특화작목 반열에 오를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올해부터는 원두 판매와 로스팅, 커피잎차, 커피나무 등 커피와 관련된 일련의 체험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특히 5년여 동안 겪은 실패와 경험을 다른 이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커피나무 대중화에도 앞장설 계획입니다. 

문제는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커피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다 보니 힐링농장으로서 역할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요. 나무를 옮겨 심을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자금이 문제네요. 올해는 어떻게든 해결책이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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