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과 사람 – 국립종자원 소은희 산업육성팀장

한 농업인이 열대과일을 먹고, 발라낸 씨앗이 땅에 심었을 때 싹이 날지 안 날지 궁금해 했다. 로마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농촌여성 DNA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이러한 호기심으로 다양한 종자의 세계에 관심을 갖고, 국립종자원 소은희 산업육성팀장을 만나봤다. 종자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우리 종자를 발굴·지원하는 국립종자원의 주요업무를 알아봤다.

해외현지품종전시포사업으로 ‘K-종자’ 수출길 활짝
민간육종가 육성해 작물별 품종 다양화…홍보·판로도 지원

소은희 산업육성팀장은 우리종자의 세계화를 위한 수출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소은희 산업육성팀장은 우리종자의 세계화를 위한 수출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 종자원에서 오래 근무한 것으로 안다.
2001년부터 종자와 신품종 심사를 오래 했다. 재배 심사와 품종보호등록 업무를 10년 했고, 종자수출을 전담하고 있다. ‘국제종자검정협회(ISTA)증명서’를 최초 도입해 종자원에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제종자검정협회(ISTA)증명서’는 우리나라 종자를 수출할 때 발아율, 수분, 이종종자 등을 검정한 일종의 품질증명서다. 우리종자에 품질증명서를 붙여 수출하면, 수출국에서는 증명서를 믿고 발아검사를 안 한다.

경북 김천에 자리한 본원에서는 과수, 경남지소(밀양)는 식량·화훼, 전북지소(익산)는 채소, 제주지소는 아열대, 강원지소는 고랭지작물이 특화돼있다. 품종을 등록하고 싶은 출원자는 작물별 국립종자원 지소를 방문해 품종보호등록을 신청해야 한다.

- 우리종자 수출의 현주소는?
우리나라는 딸기종자 독립을 이뤘다. 설향, 매향, 금실을 활발히 수출하고 있다. 나라마다 원하는 모양과 과육 특성이 달라 기후와 토양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육종하고 마케팅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토마토 재배 농업인들이 병해충에 강한 품종을 선호할 것 같지만 육질이 두꺼워 호불호가 갈리는 단점이 있다. 재배기술이 숙련된 농업인이라면 육질 얇고 과육 풍부한 토마토 품종을 찾는다. 청년농업인도 다양한 품종을 시범재배해보고 주작목을 선정하려고 한다. 품종별 다양성이 확대돼야 한다.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K-푸드+ 수출확대 추진본부’가 출범했다. 수출업체에 대한 지원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올해 130억불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협력기관인 국립종자원에서도 종자수출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올해 해외현지품종전시포사업을 해외 현지에서 적응성과 시장성을 현지 바이어와 함께 평가하고, 현지 시장에 진출가능한 품종육성의 현장 컨설팅을 실시했다. 올해는 화훼품종을 수출할 계획으로 콜롬비아에 국화 수출을 비롯해 8개국(이집트·튀르키에·멕시코·인도·베트남·중국·스페인·이스라엘)에 10품목(고추·토마토·수박·멜론·양배추·배추·무·콜라비·브로콜리·스토케시아) 재배를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 네덜란드에 수출할 수 있는 판로도 개척하겠다.

- 민간육종가를 육성하는 사업이 있다.
민간육종가 지원사업은 다른 농업기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종자원에 특화된 사업이다. 민간육종가는 개인과 육종회사에 소속된 경우가 있다. 상시근로자 50인 이하라면 민간육종가협의회에 가입할 수 있다. 민간육종가로 활동하려면 국내 육성품종에 대한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농작물 변이를 발견하고, 품종보호출원이 되는지 직접 갖고 오는 농업인이 더러 있다. 종자원 직원들이 서류작업을 도와주기도 한다. 사업 배정을 해줬는데 실적 없이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면 사업비가 깎이고, 담당자는 불용으로 패널티를 받게 된다. 민간육종가가 되면 책임감이 따라야 한다.

외국 바이어가 참석하는 고양국제꽃박람회에 민간육종가가 품종보호출원한 품종을 홍보하고 싶다고 신청하면 부스를 마련하고,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하고 있다. 외국기업 연수도 지원해준다. 현재 500여명의 민간육종가가 민간육종가협의회에 소속돼 있다.

- 종자원에서 대한민국우수품종상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육종가들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품종을 만든다. 그래서 육종가들을 존경한다. 우리나라 농업 발전을 위해 혁혁한 공을 세우는 민간육종가에게 상과 상금을 주면서 보람을 안겨주는 유일한 상이 대한민국우수품종상이다. 이를 통해 육종저변 확대와 육종가의 의욕을 높이고, 수출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상금이 3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격상했다.

재배면적, 소비자(농업인) 반응 등 시장성을 갖춰야 하고, 농업 측면에서 얼마나 진보적으로 개선했는지를 중점 평가한다.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던 품종을 대체한 품종을 으뜸으로 여긴다. 종자원에서는 대한민국우수품종상대회 수상품종에 대해서 수출육성지원사업 등을 우선 지원하고 있다. 육종가들이 자부심을 갖고 자신의 이름과 품종을 국내외로 널리 퍼트릴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

■ Tip - 종자와 품종의 차이
종자는 발아 잘 되고, 병해 없고 순도 좋은 종자를 우수종자라고 말한다. 싹이 움트는 발현이 잘 돼야 한다. 품종은 한 가지라도 새로워야 된다. 예를 들면 흰 장미다. 기존 붉은 계열의 장미와 다른 특징을 갖고 매년 같은 특성이 균일하게 발현되면 신품종으로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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