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수 기준으로 4개 지역 합친 기형적 선거구 13곳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4월10일까지 마쳐야 하는 가운데 농촌대표성을 반영할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사진은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현장)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4월10일까지 마쳐야 하는 가운데 농촌대표성을 반영할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사진은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현장)

선거구 획정 시한 4월10까지…여야대립으로 논의 더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도농복합형 선거구제 도입 제안

내년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 선거구 획정은 오는 4월10일까지 마쳐야 한다. 국회의원 생존이 걸린 선거구 획정은 여야의 셈법계산이 워낙 복잡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최대 2~5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언급하며, 그 어느 때보다 여야 대립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선거구제 개편안 중 도농복합형 선거구제 도입을 제안했다. 농촌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지역구가 너무 넓어져 사실상 누구도 대표하지 못하기 때문에 광역시 또는 인구 100만명 이상의 도시지역은 중대선거구제, 농촌지역은 소선거구제를 채택하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가 합리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선거구 개편과정에서 농촌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아 이번에도 뒷전으로 밀릴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253곳 지역구 선거구 중 30곳을 분구 또는 합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올 1월 인구기준으로 정해진 선거구 상한 인구수는 27만142명, 하한 인구수는 13만5521명이다. 상한 인구를 초과하거나 하한 인구에 미만한 선거구는 획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하한 미달 선거구는 부산 3곳, 인천 1곳, 경기 2곳, 전북 3곳, 전남 1곳, 경북 1곳이다. 이중 전남·북과 경북 등 3곳은 농촌지역으로, 앞으로의 합구과정에서 지리적·환경적·정서적으로 이질적인 선거구가 만들어지거나 또 다른 초거대 선거구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4개 이상 구시군으로 구성된 13개 선거구는 모두 농촌지역이다.
4개 이상 구시군으로 구성된 13개 선거구는 모두 농촌지역이다.

기형적 선거구 모두 ‘농촌지역’
농촌대표성 확보 못하면 지방소멸 가속 심화
“하한선 미달해도 하나의 선거구 인정해야” 목소리도

농촌대표성 반영 논의 없어
현행 선거구는 인구 최대 상한선과 하한선을 2:1 비율로 정해 이를 초과하면 나누고 미치지 못하면 인접지역과 합치도록 하고 있다. 오직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정하면서 농촌지역만이 통폐합 대상이 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3개 이상의 구·시·군으로 구성된 선거구는 9개고, 4개 이상의 지역을 한데 묶은 기형적인 13개 선거구 모두는 농촌지역이다. 이 점만 봐도 인구대표성만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이처럼 지역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농산어촌 선거구는 도농 간 불균형 심화와 함께 지방소멸 가속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다.

올해 국회에 제출된 공직선거법 개정안만 26건에 이른다. 대부분 중대선거구제 도입, 비례대표 증원, 위성정당 방지 등으로 선거구제 개편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뜨겁지만 농촌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논의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물론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삼지 말고 지역대표성을 고려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긴 하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과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으로 취지는 거의 비슷하다.

구체적 대안 없는 개정안
신 의원은 지역소멸을 방지하고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인구대표성 못지않게 지역대표성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선거구는 5개 이상의 자치구·시·군으로 구성할 수 없도록 하고, 획정 시 농산어촌의 지역대표성이 반영돼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신설했다.

홍 의원은 “인구수만 반영해 선거구를 획정할 경우, 도시를 대표하는 국회의원만 증가하고 농산어촌 국회의원은 계속 감소할 것이 예상된다”며 “다른 인구범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대표성을 실질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개정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개정안 모두 농촌의 지역대표성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해법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선거구 2:1 원칙을 어겨 위헌소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지난해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적용한 지방선거 사례가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참고가 될 수 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구 획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강승식 원광대학교 교수는 “인구편차 2:1은 농산어촌 지역대표성을 크게 훼손하므로 하한선에 미달하더라도 하나의 선거구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또 “지방선거의 경우에는 공직선거법 제22조 단서에 인구 5만명 이하인 자치구·시·군에 최소 1명의 시도의원을 보장하도록 했다”면서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을 부정하지 않는 한 이를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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