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정 현미경 - 농약피해분쟁조정위원회

윤석열 정부는 농정의 핵심비전을 ‘힘차게 도약하는 농업, 국민과 함께하는 농촌’으로 정하고 스마트농업과 신성장 분야를 포괄하는 미래 먹거리 창출 산업으로 농식품산업을 키우고, 국민을 위한 삶터·일터·쉼터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농촌을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식량안보·농업혁신·디지털전환·동물복지·농촌환경개선 등의 농정 핵심과제를 내놓은 정부는 2023년을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해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작했다. 본지는 주요 농업정책을 살펴보고 자세한 내용을 차례로 제공한다.

 

PLS 시행 이후 비산으로 인한 갈등사례가 많아지고 있다.(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PLS 시행 이후 비산으로 인한 갈등사례가 많아지고 있다.(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PLS 시행 이후 ‘비산’ 등으로 인한 갈등 빈번
유통 관리업무 맡은 농관원에 조정위 설치
조정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 효력 지녀

PLS 이후 농약피해 분쟁 증가
2019년부터 시행된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로 인해 모든 농산물에 농약 잔류허용기준이 강화되면서 작물별로 등록된 농약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시행 이후 국민의 53.3%가 ‘국산 농산물의 안전성이 개선됐다’(소비자공익네트워크 설문조사)가 응답했다. 생산단계부터 안전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농산물이 줄며 제도가 안착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가격이 수입농산물보다 국산농산물이 비싸도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로 안전성을 꼽고 있어 PLS가 국산농산물 소비 진작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음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안착 이면에는 농가 간 또는 업체와 비산 등의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 잔류농약 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농산물 출하가 금지되고, 과태료와 공익직불금이 최대 40%까지 감액될 수 있어 농업인으로선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농약으로 인한 다양한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농약피해분쟁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원회)가 올해부터 활동에 들어가게 된다. 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시간적·물질적 비용이 농업인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문제인식이 있었던 만큼, 전문가로 구성된 공정한 조정기구 설치로 사회적비용 경감이 기대된다.

개정된 농약관리법이 근거
조정대상은 크게 4가지다. ▲다른 사람이나 기업, 기관 등이 살포한 농약 등으로 인해 자신의 농작물이 오염된 경우 ▲안전사용기준에 따라 농약 등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농작물에 해가 있는 경우 ▲방제업자가 안전사용기준과 취급제한기준을 위반한 행위로 인해 자신의 농작물에 해가 있는 경우 ▲방제업자가 미등록 농약 등을 사용한 경우 등이다. 추가로 조정위원회가 이외에 조정이 필요한 경우가 인정되면 역할을 할 수 있다.

조정위원회는 지난 2020년 이개호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농약관리법 개정안에 근거한다. 이 의원은 “농약피해와 관련된 분쟁이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조정 기구나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아 그 피해를 농업인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어 신설해야 할 필요성이 컸다”고 개정취지를 설명했다.

조정위원회 설치는 행정효율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농촌진흥청이 담당하던 부정·불량농약 판매 단속 등 유통관리 업무가 올해부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맡게 됐다. 전국단위로 유통되는 농약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광범위한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반영된 것. 농관원은 전국 9개 지원과 121개의 사무소를 갖추고 있고, PLS 관련 업무를 맡아오고 있어 농약 유통업무의 일원화가 가능해졌다.

조정절차는 어떻게…
절차는 ▲신청서 접수 ▲사실관계 조사 ▲관계 행정기관 등에 의견제출 ▲조정위원회 ▲조정안 작성 ▲조정안 통지 ▲당사자 수락여부 15일 이내 조정위원회 통지 ▲조정조서 작성 등으로 진행된다.

신청은 농관원 각 지원에 농약피해분쟁조정신청서를 제출하고 검토와 보완요구, 접수와 접수증 발급, 피신청인에 조정신청서 사본을 송부하게 된다. 의견제출 과정은 관계기관에 기술적 지식의 제공과 농작물 피해규모 산정과 분석 등이다.

조정위원회는 농관원 본원에서 회의를 개최하게 되는데, 직접 현장 상황을 살필 수 있으며 비공개로 이뤄진다. 조정안 작성은 접수일로부터 6개월 또는 18개월 내 작성하게 되며 당사자가 동의하면 연장될 수 있다.

조정이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지닌다. 재판상 화해는 확정판결과 같은 것으로 동일한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단 뜻이다.

조정위원은 농약관리법 시행령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9명 이내에서 위촉한다. 3년 임기(2회 연임)로 이번 달에 구성을 마칠 계획이다. 조정위원장은 농관원장, 간사는 농식품부 담당공무원이 맡는다.

조정위원 요건은 5가지로 농진청·산림청·검역본부·농관원의 3급 또는 4급 공무원, 판사·검사·변호사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 대학에서 농약관련 부교수 이상,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농약관련 연구경력 10년 이상, 농약관련 박사학위 취득 후 3년 이상 근무한 자로 전문성을 엄격하게 따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관원 지원별로 신청서를 접수받아 조정이 이뤄지게 되는데, 올해 시범사업 성격으로 시작되는 사업이라 얼마나 많은 신청이 있을지 완벽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른 농가가 살포한 농약으로 피해를 본 경우 조정위원회가 소송으로 가기 전 당사자간 협의로 화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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