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 교육 어떻게 이뤄지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농촌지역에 성평등 씨앗을 뿌리고 있는 농촌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를 양성한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농촌지역에 성평등 씨앗을 뿌리고 있는 농촌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를 양성한다.

양평원, 4개 교육과정 운영해 강사 숙련도↑
강의안 스스로 짜며 능력 업그레이드 착착
농업기관 모니터링 통해 ‘성평등 수준’ 높여

촘촘한 커리큘럼으로 전문인재 양성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농촌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 교육과 양성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이 위탁 받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신규 위촉 전문강사 14명과 보수교육을 수료하고 강의실적과 점검을 거쳐 재위촉된 강사 28명을 포함해 모두 42명이 활동한다.

교육은 성평등 이슈와 개념을 이해하는 기본과정, 여성농업인 대상 정책을 이해하는 심화과정, 강의안을 짜보는 강의력 향상 과정, 실제상황을 가정하고 20분 안팎으로 강의하는 시안과정 순으로 진행된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전문강사들에게 양평원은 촘촘한 커리큘럼을 마련해 전문강사 이름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게 한다.

80시간의 교육은 5월에 시작, 4달 동안 진행되는데 대부분 줌이 활용된다. 대신 강의안을 발표할 때는 양평원에 모여 개선점을 짚어보고 전문강사들 스스로 강의력을 높이는 계기로 만든다. 다만, 전문강사 대부분이 농사를 짓고 있어 농번기가 교육에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한다. 교육 이수를 못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농사일로 바빠서다.

정미정 양평원 전문강사양성부장은 “농촌이 성평등한 공간이 되도록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전문강사가 하고 있다”며 “성과가 바로 나오지 않기에 실감을 못 할 수도 있지만, 전국 곳곳에 배치된 이들의 역할이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양평원은 지금까지 마을회관에서 교육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농식품부와 함께 향후 농협이나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농업 관련 교육은 물론, 농촌지역 남성과 2030세대, 지역 리더그룹을 대상으로 한 성평등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정 부장은 “저변에서 성평등한 문화가 자리 잡으려면 이들의 인식이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올해는 홍보에 더 초점을 맞춰 성과를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스스로 짠 강의안으로 차별화
양평원에는 400여명의 성평등 관련 강사가 배치돼 있지만 농촌특화형 성평등 교육에는 이들 대신 여성농업인이 강사로 나선다. 기존 강사들이 보다 전문적으로 강의를 할 수 있지만, 농촌의 현실을 여성농업인만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 부장은 “이 사업을 구상한 오미란 농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장은 ‘기존 강사들이 더 능숙할 수 있겠지만 농촌 특유의 정서를 이해하면서 현실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는 탓에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문강사들 대부분이 성평등과 관련이 없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어느 정도의 강의경험을 쌓았다”며 “성평등에 특화된 강사 역량을 갖추고 교육내용을 제대로 알리도록 길러내는 건 양평원의 몫”이라고 언급했다.

이 사업의 차별성은 여성농업인이 스스로 강의안을 구성한다는 데 있다. 양평원이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면 여성농업인 강사들은 농사를 지으며 맞닥뜨린 현실과 해당 지역의 맞춤정책 관련 이해를 바탕으로 직접 강의안을 짠다.

여러 기관의 통계자료를 찾거나 지자체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등 자료축적 노력을 통해 강의안의 수준은 계속 업그레이드된다는 게 양평원의 설명이다. 전문강사가 42명이면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강의안이 42개가 되는 것이다.

정 부장은 “양평원에서 강의안을 제공하면 이를 학습해 강의한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는 ‘여성농업인이 제대로 강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또 “교육대상자들은 말 그대로 귀에 쏙쏙 들어온다며 강의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드러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업기관 성평등 수준 높인다
전문강사들은 지난해 전국의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 농업관련 11개 기관을 대상으로 교육내용을 모니터링했다. 해당 기관에서 교육목적과 내용에 맞는 콘텐츠를 구성했는지, 강사의 언어사용이 적합한지, 자료집이나 동영상의 이미지와 문구가 성평등에 적합한지 등을 살폈다.

대면 교육 외에도 사이버 교육에서 농림축산업 관련 기술 향상, 농식품 창업과 유통, 정부정책과 신규 지원사업 안내, 농촌문화와 인식개선 등의 주제별로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다른 기관의 벤치마킹할 만한 우수사례도 발굴했다. 용인그린대학 수목관리과정은 교육과정에 남녀비율을 동일하게 배정하고, 교육생들이 여러 활동에서 함께할 수 있도록 운영했다. 또 전국여성농업인센터협의회는 사회적농업 교육을 진행하면서 농촌여성을 단일한 행위자로 전제하지 않고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제시했다.

개선해야 될 사례발표에서는 여성에게 발표기회를 동등하게 주지 않거나, 꾸준히 지적돼 온 농기계교육 관련 개발단계부터 남성을 전제하고 이들을 숙련자로 만드는 교육방식 등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기계교육에 참석한 여성농업인들은 “강의내용이 대부분 남성에게 맞춰진 데다 이해도가 높을 것이라고 짐작해 빠르게 넘어가는 등 여성에게 불리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정미정 부장은 “여성농업인 대상 교육의 경우 쉽게 설명이 이뤄지면서 이해할 수 있다는 피드백을 확인했다”며 “개선점이 확인된 기관들에 별도의 교육을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농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은 올해 전문강사들이 기관들의 성평등 역량을 살펴보며 개선점을 조언할 수 있도록 전국 농업관련기관에 협조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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