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북 무주 ‘하이디꽃다방’ 황혜경 대표

꽃과 산야초로 다양한 차․음료 개발해 상품화
하이디꽃다방, 방문객에게 휴식 같은 체험공간

산죽차를 만들기 위한 조릿대 채취 작업을 하고 있는 황혜경 대표
산죽차를 만들기 위한 조릿대 채취 작업을 하고 있는 황혜경 대표

‘무주소녀 하이디’로 명성
전북 무주는 충남 금산, 충북 영동, 경북 김천, 경남 거창 등 5개 광역도시가 접하는 국내 유일의 지역이다. 호남지역 시·군 중 유일하게 경북과 충북이 인접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무주군 설천면은 덕유산에서 신라와 백제의 관문이었다고 전하는 나제통문까지 25㎞ 길이의 남대천이 흐른다. 물의 소용돌이로 기반암에 형성된 인월담·비파담 등을 비롯한 무주구천동의 33경이 있다. 나제통문을 경계로 동부와 서부의 언어풍속이 아직도 다르다.

보안마을 구천동 계곡이 흐르는 뒤쪽 반송 산책로가 지나는 풍광 좋은 곳에는 그림 같은 펜션과 ‘하이디꽃다방’이 눈길을 끈다. 이름도 풍경도 이국적인 것들에 이끌려 ‘하이디꽃다방’에 들어서면 각종 꽃차 향이 길손을 따듯하게 감싼다. ‘꽃차소믈리에’ ‘무주소녀 하이디’로 불리는 황혜경 대표(45)의 ‘하이디꽃다방’은 보안마을이 꽃농사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까지 황 대표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어릴 적 추억이 무주로 이끌어
“보안마을은 꽃농사로 유명해요. 마을 이장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꽃농사에 참여하는 꽃동네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 아름다운 동네에 제가 나름대로 역할을 할 수 있어서 더 행복할 뿐입니다.”

황 대표는 경남 밀양이 고향이다.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중등학교 특수교사를 했다. 조금은 이른 나이인 스물다섯에 결혼을 했고, 전형적인 맞벌이 부부로서 꿈 많은 사회생활을 이어나갔다.

“부모님이 영남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가지산 자락에서 목장을 했지요. 지금 제가 무주 덕유산 자락에 내려와서 사는 것은 아마도 어릴 때의 추억들이 자연환경이 비슷한 이곳 무주 알프스 자락으로 이끌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주로 내려온 데는 자기도 모르게 끌림 같은, 어쩌면 운명이었다는 것이 황 대표의 설명이다. 황 대표의 성품이나 추억 등 여러 조건 환경들이 무주 덕유산에 맞춰져 있었다는 것.

“여동생이 어느 날부턴가 무주 구천동에서 펜션을 운영한다는 거예요. 신기하기도 황당하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한두 번 놀러 오게 됐죠. 그러면서 덕유산과 구천동의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환경도 어릴 적 고향 가지산 자락과 비슷했고요. 특히, 어머니가 다도에 조예가 깊어 다도 선생님으로 30여년을 활동했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다도를 접했고, 꽃차는 그런 의미에서 운명 같은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황 대표의 귀농에 결정적 계기는 아이의 잦은 비염도 한몫했다. 툭하면 비염이 심해지는 것에서 황 대표는 청정의 자연환경을 생각했다.

하이디꽃다방에는 다양한 꽃차가 화려하게 전시돼 보는 즐거움도 더하고 있다.
하이디꽃다방에는 다양한 꽃차가 화려하게 전시돼 보는 즐거움도 더하고 있다.

지역농특산물 온라인 홍보도 열심
“농촌에서 자란 태생적 습성부터 제 주변의 이런저런 상황들까지 자연스럽게 귀농이라는 단어가 계속 떠올랐어요.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귀농은 더 간절해졌습니다. 그리고 2010년 무주 덕유산 자락 보안마을로 귀농을 했지요. 귀농과 함께 때마침 관리자를 찾던 펜션이 있어서 그곳에 꽃차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교육장, 그리고 꽃다방을 만들어 길손을 반기는 장소로 출발하게 됐습니다.”

황 대표는 그렇게 귀농한 지 14년이 흘렀다. 여동생이 잠시 펜션을 할 때 다녀간 흔적 이외에는 낯선 마을에서 홀로 시작한 귀농생활은 이제 완벽한 제2의 고향이 됐다.

“처음 귀농할 때만 해도 가끔 외롭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벌써 10여년의 세월이 흘렀고 저와 이런저런 삶을 얘기하는 많은 사람이 여기 무주에 있다 보니 처음부터 고향이었던 것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무주 특히 덕유산 자락은 제 영혼이라고 할 수 있지요.” 

황혜경 대표가 체험객에게 꽃신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황혜경 대표가 체험객에게 꽃신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하이디꽃다방’은 오늘도 적당히 한숨을 돌릴 정도로만 바쁘다. 마을주민과 꽃차 체험객은 물론 무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간간이 찾아주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체험객들의 요구에 맞게 놀이처럼 하고 있습니다. 꽃차는 기본이지만 무주 산속에서 자란 산야초와 산죽 등 다양한 수제차를 개발해 브랜딩(제품에 이미지를 부여하는 작업)하고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꽃신도 만들고 케이크도 만들고 하지요.”

황 대표는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과 유튜브 등에 관심과 열정이 많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실력으로 무주를 홍보하고 지역 농부들의 소중한 농특산물의 가치를 알리고 싶어서다.

“올해는 그동안 연구한 각종 꽃 음료를 티백 형식의 브랜드 차와 음료로 출시할 계획입니다. 언제까지나 지역주민들과 함께 공동체라는 인식을 가지고 함께 노력하고,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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