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전망2023 – 농촌공간계획, 제도화 원년을 열다

#독일은 읍면지역에 의회 기능을 활성화해 농촌개발 원칙을 철두철미하게 수립하고 있다. 인구가 유입되면 기존 시가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데, 폐교와 교회 부지를 주거단지로 리모델링하는 방법 등이다. 이후 불가피하게 외곽의 녹지를 주거단지로 조성해야 하면, 녹지경관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기존의 농촌자원을 유지해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독일은 집은 집대로 모였고, 녹지는 연결됐고, 농지는 연속되는 효과를 낳았다.

지자체 정책과 연동해 사업효과 높여야
주민들, 마을의 미래 그리는 역량 필요

'농촌공간계획, 제도화 원년을 열다'에 대한 주제발표에 나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이철 부연구위원
'농촌공간계획, 제도화 원년을 열다'에 대한 주제발표에 나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이철 부연구위원

최소한의 생활서비스도 없어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협약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농촌공간계획제도다. 현재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돼 농해수위를 통과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이철 부연구위원은 ‘농촌공간계획, 제도화의 원년을 연다’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농촌은 의료시설이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가 부족하고, 도서관 등의 문화시설이 미흡하다”며 “농촌으로 청년을 유입하려면 최소한의 생활서비스는 마련돼야 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농경연에서는 농촌 주거지에서 생활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거리를 계산한 그래프를 발표했다. 의료시설과 도서관은 청년이 농촌에서 아이를 양육하며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지만, 인프라가 부족해 농촌의 기능이 저하되고 있음을 방증했다.

한 부연구위원은 “정부에서는 난개발을 방지하고 균형발전을 도모해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토계획법을 제정해 도·시군 계획을 실행하고 있지만, 도시중심적”이라며 “농촌지역에서는 계획이 적절하게 수행되지 않아 제도적 공백상태”라고 주장했다.

농촌공간계획 활성화가 농촌 발전의 주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농경연은 내다봤다. 농촌공간계획제도는 계획, 토지이용, 사업, 추진체계를 갖고 정책심의회, 지원조직 등 정책지원기관이 있다. 5년형의 중장기 계획으로, 시군에서 기본계획을 수립해 도지사 승인을 받는다. 기본계획안이 만들어지면 시행계획을 수립한다.

농촌공간계획 성공하려면…
한이철 부연구위원은 “농촌공간계획을 시범사업으로 실시한지 3년이 지나면서, 지역의 사례가 축적되고 있다”며 “앞으로 농촌공간계획을 준비한다면 이런 부분에 주안점을 둬야한다”고 제안했다.

한 부연구위원은 “주민과 전문가가 함께 미래 모습을 제시하고, 세부사업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어젠다를 수립해야한다”며 “‘미래에 우리 마을을 어떻게 보일 것인가?’, ‘우리는 미래마을에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가?’와 같은 우리마을의 장기적 미래모습을 그려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부연구위원은 농촌의 농업유산과 경관보호가 조성된 지역에 농촌공간계획을 시행한다면 훨씬 효과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농촌공간계획은 도와 시군 지역종합발전계획 등 지자체 주도의 여러 발전계획을 연동해 강화돼야 한다”며 “농촌재생을 위해 보다 많은 지원이 패키지로 필요한 사업 위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장기적 관점으로 갈등 해결해야
지역주민과 지자체, 전문가가 농촌공간계획을 진행하다보면 지역 간 많은 갈등이 야기된다. 경남 하동 악양면 평사리 사례를 보면,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평사리 들판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인근에서 시설하우스 짓는 농업인이 사업 추진을 반대하며 농지를 안 판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한다. 현재 해당지역은 갈등이 해결돼 지난 2022년 ‘UN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에 선정되는 영광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한 부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마을의 가치가 높아지고 관광사업으로 확장해 더 많은 경제적 소득을 얻을 수 있다”며 “전문가와 주민과 지자체가 항상 소통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갈등을 해결해가는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이철 부연구위원은 “정부에서는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에 관한 법률안'의 하위법령을 제정하고, 이를 홍보해 국민 전체의 공감대 형성에 앞장서야 한다”며 “지자체에서는 농촌공간시행계획을 통해 지역 여건과 주민 참여를 보장하는 중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향후과제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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