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 여성 귀농·귀촌 실태와 애로점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작년에 처음 도입한 ‘청년여성 농업농촌탐색교육 프로그램(시골언니 프로젝트)’은 시골언니와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년들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한편으로는 여성 귀농․귀촌의 안정적 정착과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인프라 투자와 농촌사회의 성차별적 인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사진은 기사 특정사실과 무관)
농림축산식품부가 작년에 처음 도입한 ‘청년여성 농업농촌탐색교육 프로그램(시골언니 프로젝트)’은 시골언니와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년들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한편으로는 여성 귀농․귀촌의 안정적 정착과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인프라 투자와 농촌사회의 성차별적 인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사진은 기사 특정사실과 무관)

귀농귀촌 정책, 대부분 남성위주로 구성
임금․지역인프라 등에 여성차별적 요소 많아

통계청의 ‘귀농어·귀촌인통계’에 따르면 2021년 귀농가구는 1만4347가구로 전년보다 14.9% 증가했다. 귀촌가구(2021년)도 36만3397가구로 전년보다 5.3% 증가했다. 귀농귀촌 가구는 공식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7년 정점에 달했다가 2018~2019년 연속 감소하더니 2020년부터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 같은 귀농·귀촌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남성위주로 구성된 관련 정책, 경제적 어려움, 복지·의료 인프라 부족, 안전문제 등 여전히 농촌에서 여성들이 살아가는데 버거운 장벽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1인가구 귀농귀촌 증가세
농협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말 이러한 통계를 바탕으로 발표한 ‘여성 귀농·귀촌 트렌드와 시사점’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여성 귀농·귀촌인 총 인원은 2013년 20만 명에서 2021년에는 24만 명으로 늘었는데, 전체 귀농·귀촌인의 46.4%(2021년 기준)를 여성이 차지했다. 특히 최근 여성 귀농·귀촌은 1인가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여성 동반인원 비율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여성 주도적 귀농·귀촌 성향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여성들의 귀농·귀촌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귀농·귀촌 여성들이 농업·농촌에서 다양한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농협경제연구소의 조사(전북 완주, 충남 홍성지역)를 통해 드러났다.

창업을 하지 않은 여성 귀농인의 경우, 농산업에서 성별간 ‘동일업무·동일임금’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점이 경제적 만족도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일자리를 찾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계절 변동성이 높고 임시·일용직이 다수여서 안정적인 소득 창출이 어렵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일자리 지속성 결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귀농·귀촌 정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각종 지역 인프라 부족이 부대비용을 발생시켜 생활비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농촌 생활비가 도시지역에 비해 적다고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크게 적지 않다는 게 현지 귀농·귀촌 여성들의 반응이다.

여성 안전기준에 미흡한 주거환경
주거환경도 짚어봐야 할 문제다. 주거는 귀농·귀촌 선결조건이지만 여성 귀농·귀촌인이 거주할 만한 주택이 태부족하며, 여성 가구에 임대를 회피하는 농촌지역 정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여성 귀농·귀촌인은 안전성이 확보된 주택을 선호하지만, 농촌주택 대부분은 개방성이 높은 반면, 가로등이나 CCTV 등이 매우 부족해 여성 귀농·귀촌인의 안전 보장 기준에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열악한 지역 인프라도 여성들의 귀농·귀촌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촌지역 병·의원은 노인 만성질환 관리에 치중돼 있고, 산부인과 등 여성 특화 병·의원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대중교통체계가 열악한 농촌지역은 의료 인프라 접근성이 낮아 인명사고로 이어질 위험에 노출돼 있다.

농촌지역은 문화 인프라가 실질적으로 전무하고, 지자체의 문화생활 지원사업도 주로 농번기에 실시돼 참여도가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여성 귀농·귀촌인들은 고된 농사일로 쌓인 스트레스를 분출한 창구가 농촌지역에는 없다고 토로한다.

농촌지역 성인지 감수성 여전히 둔감
전통적 성역할 고착은 여성 귀농귀촌인에 이질감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원주민 인식 개선 시급

특히, 여성 귀농·귀촌인이 가장 시급하게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부문은 둔감한 농촌지역 성인지 감수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어린 여자가 있어야 분위기가 산다’, ‘술은 여자가 따라야 제맛’, ‘여자는 결혼해서 출산을 해야 한다’ 등등 여성에 대해 성 수치심을 유발하거나 여성 귀농·귀촌인의 결정권을 침해하는 언행이 일부 지역주민에게서 여전히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오랜 관습과 농촌주민들의 전통적 여성의 성 역할 고착 인식도 여성 귀농·귀촌인이 농촌생활에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다.

‘여성 귀농·귀촌 트렌드와 시사점’ 연구보고서를 낸 농협경제연구소 유형석 부연구위원은  귀농·귀촌인 거주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관련 공기업, 공공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농촌빈집 정비사업’, ‘귀농·귀촌인의 집’ 등을 확충하고 운영 효율화를 통해 귀농·귀촌인 주거지를 추가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안 사각지대에는 가로등이나 CCTV를 적극 설치하고, 지역주민 중심의 ‘공동체 치안제도’ 활성화해 여성 귀농·귀촌인의 안전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형석 부연구위원은 의료 인프라 개선을 위해서는 일부 민간병원에 배치되고 있는 공중보건의를 보건지소에 우선 배치하고, 의과대학 퇴직 교수를 지역거점 공공병원에 연계하는 방안도 모색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는 의료생협을 지자체가 설립과 운영을 지원해 여성의 의료접근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고, 경제적 논리가 아닌 지역소멸 방지라는 국가적인 과제 해결을 위해 지역에 적극적이고 과감한 인프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성맞춤형 귀농귀촌제도 확대 필요 
최근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귀농·귀촌 활성화 정책을 통해 농업·농촌 활력화를 꾀하고 있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이 농촌에서 최장 6개월간 거주하며 일자리, 생활여건 등을 미리 체험하며 지역민과 교류하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사업, 특히, 청년여성들에게 농촌에 대한 탐색 기회를 제공하고, 향후 정착에 필요한 사회적 관계망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 도입한 ‘청년여성 농업농촌탐색교육 프로그램(시골언니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의 운영자나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 대부분은 이 같은 사업에 만족감을 표하며 지속적인 사업 확대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의 귀농․귀농 결행에 아직 걸림돌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정부와 관련 기관, 지자체는 현장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맞춤형 정책을 마련해 추진하는 것이 지역소멸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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