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남 고흥 ‘행복마굿간’ 김지혜 대표

 애니메이션 작가에서 ‘말산업 전문가’로 우뚝

“친환경 말똥과 승마체험이 교육이고 놀잇감”

김지혜 대표가 화가 남편 박성욱씨와 함께 개장한 ‘행복마굿간’은 승마체험과 미술이 공존하는 지역의 대표적인 볼거리가 되고 있다.
김지혜 대표가 화가 남편 박성욱씨와 함께 개장한 ‘행복마굿간’은 승마체험과 미술이 공존하는 지역의 대표적인 볼거리가 되고 있다.

운명 같은 재활승마와의 만남
전남 고흥은 여수와 함께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로 유명하다. 나로우주센터와 우주발사 전망대는 해안 절경까지 뛰어나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고흥군 동쪽 바다를 온통 접하고 있는 포두면은 고흥군에서 가장 면적이 넓고, 바다 건너 바로 앞에 나로도가 병풍처럼 펼쳐져 천혜의 경치를 자랑한다. 포두면 신촌마을에는 어느 날 갑자기 들어선 승마농장이 화제가 되면서 이제는 지역의 대표적인 볼거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 주인공은 ‘행복마굿간’ 김지혜 대표(39). 김 대표의 행복마굿간은 6300㎡(1900여 평)에 승마, 놀이, 예술 등의 체험시설이 잘 갖춰진 생태놀이공간이다.

“행복마굿간은 우선 자리한 지형이 승마 관련 시설을 갖추기에 더 없이 좋은 공간입니다. 마을의 끝과 시작점에 위치해 찾기도 쉽고 차분한 공간으로서도 그만이지요. 특히 우리 신촌마을은 동쪽으로 천등산, 비봉산, 동쪽으로 마복산,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다도해공원이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만화가로도 통한다. 광주가 고향인 김 대표는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졸업 후 만화를 그리는 애니메이터로 활동했다. 애니메이션회사 생활을 하다가 나중에는 프리랜서로 제법 활동의 폭을 넓혀가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시기에 우연히 지인을 통해 재활승마 전문가를 만났어요. 그때가 2009년쯤인데요. 재활승마를 진행하는 모습도 보고, 승마장을 둘러보며 말과 사람이 교감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가야 할 길이 이것이라는 본능적인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얼마 후 6개월여를 승마장에서 자원봉사하면서 말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지요.”

말을 배우려면 제주로...
승마를 본격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김 대표는 고심 끝에 말의 고장 제주도로 떠났다.

“제주도에 가면 말과 관련된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만으로 갔어요. 그래서 말 관련 목장이나 관광승마장 등에서 일을 했지요. 그러면서 나중에는 조교와 교관 등으로 활동하면서 실무와 이론을 두루 경험하다 보니 말산업 전반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김지혜 대표는 제주도에서 말 관련 실무를 배우면서 끊임없이 공부했다. 생활스포츠지도사, 승마지도사, 장애인스포츠지도사, 말 조련사, 재활승마지도사 등의 자격증도 차근차근 갖춰나갔다.

김지혜 대표와 남편 박성욱씨.
김지혜 대표와 남편 박성욱씨.

“제주도에서 남편도 만났습니다. 당시 남편은 예술인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화가였어요. 우연히 오가면서 만났는데 정도 들고 하다 보니까 결혼까지 하게 됐네요. 둘 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니까 지금의 말 체험농장을 더 다채롭게 꾸며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요.”

김 대표는 2015년 결혼을 했다. 그리고 2016년 말 관련 창업을 선언하고 전남 고흥군 신촌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귀농을 결심했어도, 말 관련 농장을 하기에 적합한 지형을 찾기도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제주와 기후환경이 비슷한 고흥을 운명처럼 발견했지요. 결정적으로는 땅값이 감당할 수준이어서 2016년에 귀농했습니다.”

승마·놀이·예술의 콜라보
귀농과 함께 말 관련 농장 사업계획을 준비했다. 서두르지 않았다. 각종 정부의 지원사업부터 교육받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준비기간만 3년여가 걸렸다.

“2018년에 농림축산식품부의 청년창업농에 선정됐어요. 3년간 받은 영농정착금으로 말 사료비 등 유지비로 가능했지요. 그리고 마침내 2019년 6월에 1900평 규모의 ‘행복마굿간’을 개장할 수 있었습니다.”

행복마굿간은 예술공간으로도 손색이 없다. 남편 박성욱씨와 김 대표의 작품 전시는 기본이다. 승마와 놀이와 예술이 함께하는 체험생태놀이공원으로 지금은 지역의 대표적 볼거리가 되고 있다.

“말 4마리가 배출하는 마분 양이 매일 평균 25㎏ 정도 됩니다. 마분은 냄새가 없어요. 친환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를 활용한 말똥텃밭, 말똥연구소, 말똥종이 말똥탄 만들기, 그리고 불을 지피는 연료로도 사용합니다. 또 말가면, 말인형은 물론 학교 교육와 연계한 농촌교육장으로도 인기를 모으고 있지요. 내년부터는 재활과 장애인 등을 위한 힐링공간으로서도 더 많은 역할을 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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