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건강 -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여성의학센터 황덕상 센터장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비결이라는 황덕상 센터장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비결이라는 황덕상 센터장

“여성 건강은 초경을 시작으로 임신과 출산, 폐경에 이르기까지 일생일대에 세 번 정도 심신이 바뀌는 엄청난 지각 변동을 겪게 됩니다.”

3대째 이어오고 있는 한의사인 경희대한방병원 황덕상 한방여성의학센터장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여성이 겪을 만한 일상의 질병들에 대해 연구하고 한의학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특히 여성 건강에 있어서는 단순히 증상에 따른 치료가 아닌 한의학에서는 전반적인 건강을 다스리고 자연에서 얻는 치유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강조한다.

폐경 지난 노인일수록 세심한 몸 관찰 필요

자연에 순응하는 게 건강 지키는 큰 비결

일생일대의 세 번의 지각변동
여성은 초경, 임신과 출산, 폐경 시기에 내분비적으로 각종 호르몬 변화와 신체 변화가 찾아오게 된다. 가장 큰 변화는 출산으로 인해 넓어진 골반은 물론 온몸의 근육과 인대도 늘어나 각종 통증을 유발하고, 폐경 이후로 여러 증상들이 한꺼번에 나타나게 된다.

또한 빈둥지증후군(중년 여성이 느끼는 자기정체성 상실감)과 더불어 우울감이나 상실감, 불면증 등 여러 심리적인 변화도 생기게 되며 자기 회복력도 늦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신체적·심리적 변화에 본인의 체력에 맞지 않는 격한 운동이나 무리한 노동으로 인한 과로는 절대 도움이 될 수 없고, 각자의 상황에 맞게 아주 사소한 만족감이나 작은 성취감들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황 센터장은 조언했다.

특히 폐경이 지난 노인 여성일수록 작은 몸의 변화에도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골다공증, 요실금, 변비, 수족냉증, 산후통 등 골반부위의 근육들이 약해져 겪게 되는 질환이 많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와 운동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흔히 노인여성에게 나타날 수 있는 요실금은 기침이나 재채기 등으로 배에 힘이 들어갈 때 방광과 요도가 밖으로 처져 소변이 새는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야기하기도 한다. 또한 골다공증, 요실금, 변비는 노인 여성이 겪을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단순히 증상에 대한 약물치료보다는 근육을 강화하는 데에 역점을 둬야 한다.

강원도 평창군의 65세 이상 고령자 1343명의 건강실태를 조사한 결과, 근감소증(근육의 양과 근력이 감소하는 질환)이 있는 65세 이상 여성이 그렇지 않은 고령여성보다 사망 또는 요양기관에 입원할 확률이 2배 정도 높다고 황 센터장은 전했다. 이는 근육의 양과 근력을 키우는 것이 노년기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호미로 막을 거 호미로 막자
황 센터장은 모든 병이 오기 전 미병(특정질병을 진단받기 전)인 상태에서 관리하고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성들이 치료 시기를 놓쳐 후회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물론 암과 같은 장기적인 치료 과정에는 서양의학의 표준치료가 필수적이지만 한의학을 더한 통합요법도 활발하게 연구 중이다.

“수천 년이 지나도 농업이 우리 사회의 근본인 것은 불변의 진리인 것처럼 농업이 기계화되고 아무리 좋은 비료나 농약이 개발되더라도 자연의 섭리를 이길 인간은 없어요. 우리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수확을 하듯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흐르면서 나이듦을 스스로가 인정하고 자연의 원리를 그대로 따르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건강의 기본이라고 황 센터장은 강조했다.

월경에서 시작되는 몸과 마음의 변화는 생애 동안 여러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자궁을 생명의 근원이라 보고 자궁과 관련된 질환을 대할 때 호르몬 외에도 몸속 전반의 불균형적 요소를 찾아내 치료하고 있다.

또 비만이나 수족냉증 등 신체적인 질병뿐만 아니라 보통 정신적인 문제로 여기는 불면증이나 화병 또한 오장육부의 유기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보고 한의학으로 허해진 기운을 북돋고 깨진 음양의 균형을 다잡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농촌생활을 하시는 여성분들의 정신건강 수준이 꽤 높습니다. 이는 신체 건강과도 직결된 만큼 미리 검진을 통한 예방과 노동과 별개로 운동을 통해 체력을 보강해 준다면 훨씬 건강한 삶을 유지하실 수 있습니다.”

황 센터장은 “적어도 폐경이 지난 여성들도 일 년에 두 번 정도 부인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며 “여성 건강에서 의학적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소 생활습관의 개선과 기본적인 식습관, 수면에 소홀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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