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ice! Nice! - 제13회 가양주 주인 선발대회 은상 서울 박하영씨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쌀 소비량은 30년 사이 반토막나며 2021년 1인당 쌀 소비량은 67.1kg으로 특히 밥상용 쌀은 56.9kg에 머물렀다. 다소 증가세를 보이는 사업체부분과 달리 식사의 탈가정화로 인해 가구부분의 1인당 쌀소비량은 매년 2% 내외로 줄며 쌀 소비의 지속적 감소를 견인하고 있다. 결국 집밥에 의존해선 쌀 수요 감소를 막을 수 없는 현실에서 다양한 수요처 발굴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 본지는 집밥의 한계에서 벗어나 전국에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는 쌀 소비현장을 찾는다.

박하영씨는 중식셰프로 그에 어울리는 막걸리가 결합된 펍을 만드는 게 꿈이다.
박하영씨는 중식셰프로 그에 어울리는 막걸리가 결합된 펍을 만드는 게 꿈이다.

초심자의 과감한 도전이 예상밖 성과
중식요리 결합된 독창적인 공간이 목표

첫 도전에 거둔 쾌거
지난해 도농문화콘텐츠연구회 주최로 열린 제13회 전국 가양주 주인(酒人) 선발대회에서 재기발랄하고 독창적인 술들이 선보였다. 가양주 주인 선발대회는 2010년 쌀소비 촉진과 전통주 소비확산 목표로 열려 최고 권위의 우리술 경연대회로 자리잡았다. 정부주최가 아닌 민간영역에서 시작된 선발대회는 경기도와 아산시에서 개최돼 왔으며, 지난해는 경북 의성군이 처음으로 인구소멸대응기금으로 대회를 유치해 의성에서 난 쌀로 막걸리를 담가 그 의미를 더했다. 총 204팀의 참가자 중 1/3이 2030 세대일 정도로 젊은 세대들의 도전이 잇따랐던 이 대회에서 전문가들이 외관과 향, 맛 등을 공정하게 평가한 결과, 박하영씨는 첫 도전에도 불구하고 은상을 수상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서울 유명 중식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한 지 6년 차인 그는 막걸리의 아이디어를 중국의 고량주에서 얻었다. 고량주가 세계각국의 중식식당은 물론이고 세계인이 사랑하는 술로 인정받는 것처럼 막걸리가 그런 위상을 갖추길 하는 바람이 도전의 계기가 됐다. 평소에도 집에서 막걸리를 비롯해 술을 직접 담가 먹던 애주가인 그는 울산의 청년마을에서 주류 브랜딩의 기초를 닦았고, 서울 명동의 막걸리학교에서 실습과정을 거쳤다. 거기에 본인만의 철학을 담아 출품한 막걸리가 예상 밖의 결과물로 나온 것에 내심 놀랐다고.

“물과 누룩만 썼어요. 감미료를 절대 쓰지 않는 걸로 차별화하자는 생각에서요. 전통주는 양조 횟수에 따라 단양주, 이양주, 삼양주로 나누는데 저는 이양주와 삼양주를 합쳐봤어요. 선발대회에 내놓은 막걸리는 알코올 성분이 강해 도수가 조금 높았어요. 심사위원단으로부터 끝맛은 부드럽고 단맛은 강조된다는 피드백을 얻었어요. 물론 산미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받았지만 초심자라서 하고 싶은 대로 과감하게 만들어본 술이 좋은 평가를 받아 의외였어요.”

막걸리에 인생 담다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막걸리를 숙성시키기 위해 3주간 집에서 보일러도 일절 틀지 않고, 통풍에 신경 쓰느라 집주인을 막걸리에 내줬을 정도로 열과 성을 다했다. 아직 20대지만 달콤쌉싸름한 경험치를 쌓았다는 그의 인생처럼 막걸리에 그런 풍미와 맛을 담고자 했다.

“선발대회에서 보완해야 할 점으로 산미가 부족하다는 것이었어요. 나만의 누룩을 만들자고 다짐했죠. 누룩은 전통주에서 핵심 중에 핵심이예요. 그만큼 만드는 과정이 고난의 연속이죠.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친 술이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누룩에 진심을 다할 생각이에요.”

그의 도전은 선발대회 입상으로 그치지 않는다. 3년 뒤에 본인의 이름을 단 양조장을 열 계획이다. 전체 주류시장에서 막걸리 등의 전통주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그래서 더 잠재력이 높은 분야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우선 1년을 버틸 자금을 모으는 중이라는 그는 최근 착실하게 근무하던 중식레스토랑을 그만두는 결단을 내렸다. 본인의 꿈에 조금 더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제가 꿈꾸는 양조장은 막걸리와 중식이 결합된 펍같은 콘셉트예요. 중식셰프로 일하며 먹걸리에 어울리는 음식을 많이 고민했죠. 중국이 향신료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장문화 음식권이죠. 막걸리 도수를 거의 소주에 비슷하게 해 중식요리에 어울리는 술로 거듭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위스키처럼 언더락으로 즐길 수 있는 막걸리도 고민하고 있어요. 아직은 먼 꿈이지만 한발한발씩 걸어가면 언젠가 닿을 꿈이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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