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북 남원 ‘운향농원’ 강선진 대표

강선진 대표
강선진 대표

 

가족건강 이유로 귀농해 친환경농업 도전 
생산만으로 한계...가공․체험 더해 성공궤도

지리산 자락 천혜의 영농적지
전북 남원시 운봉읍은 동쪽에 덕두산, 비대봉 등 해발 1000m 이상의 지리산 자락에 위치해 전국에서도 고랭지 기후가 잘 드러나는 지역이다. 눈이 많이 내리고 여름철도 서늘해 기온이 25℃ 이상 오르는 경우가 드물다. 동쪽의 높은 산에서 넓은 분지로 용산천, 동천이 흘러 골짜기를 만들고, 그 주변은 퇴적물로 넓게 펼쳐져 있다. 이 때문에 풍부한 물로 벼농사가 발달해 전북지역 작황의 예상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운봉읍 공안리는 해발 500m 이상의 고원 지역으로 운봉읍의 중앙에 위치하지만, 도로가 좁고 구불구불해 교통이 불편하다. 그 불편한 도로를 따라 공안리 수철마을에 이르면 유기농 현미를 이용한 쌀과자·누룽지칩 가공공장, 그리고 곤달비, 고추, 호랑이콩, 방풍나물 등을 재배하는 4900여㎡(1500여 평)에 이르는 ‘운향농원’을 만날 수 있다.

운향농원 강선진 대표(50)는 지역의 로컬푸드매장에 농산물과 가공품을 납품하는 것은 물론 블로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등의 입점 판매로도 주변에서 관심과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건강 때문에 친환경 식생활 관심
강 대표의 고향은 경남 의령이다. 학창시절에는 대구와 부산에서 살았다. 이후 직장을 따라 경기도 하남과 일산에 정착했다. 친구의 소개로 남편(황승호·55)을 만나 1999년 결혼했다.

“경기도에서 임상병리사 일을 했습니다. 남편은 엑스레이 연구개발직에서 있었고요. 그러면서 아이도 낳고 평범한 맞벌이 부부로 살았지요. 그런데 남편이 직업병인지는 모르겠지만 탈모가 심해지더라고요. 게다가 아이도 감기와 중이염을 달고 살았어요. 나름대로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환경과 식생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귀농까지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친환경적인 삶을 결심한 부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전국을 돌며 귀농할 곳을 찾아다녔다.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남편의 고향인 강원도 평창과 강 대표의 고향인 의령 등 주변을 모두 둘러봤다.

“처음에는 남편 고향이나 제 고향으로 귀농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강원도와 경상도 쪽을 많이 다녔어요. 그러다 우연히 산청을 거쳐서 운봉 황산 쪽을 지나가다가 잠시 휴식을 가졌는데, 경치가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고원인데도 평야지가 펼쳐지는 모습이 장관이었어요. 그래서 마을에 내려가서 이장님도 만나고 했는데, 그것이 운봉으로 귀농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친환경농업, 쉽지 않았지만...
귀농 적지가 결정되고부터는 남편 황승호 씨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렇게 2010년 8월 운봉 북천마을에 정착하고, 마을 이장의 추천으로 오랫동안 묵혀있던 밭을 얻는 것으로 귀농의 첫걸음을 뗐다.

“북천마을에서 첫 작목으로 옥수수, 감자를 심었어요. 동시에 김제에 있는 전라북도농식품사관학교(현 농식품인력개발원)와 남원시농업기술센터에서 영농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첫 농사는 아주 참담했습니다. 들짐승에다 각종 관리도 엉성하다 보니 수확을 할 수가 없었지요.”

그렇게 첫 귀농지에서 쓴 경험을 한 강 대표는 인근 수철마을로 이사를 하고, 그곳에서 밭 1500여 평을 구입해 오미자 농사에 다시 승부를 걸었다.

“오미자 재배농가가 경상도 지역에는 많이 없어요. 그런데 맛이 새콤달콤 매력 있고, 또 비염, 기관지 등에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결국 오미자도 실패했습니다.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하기에는 병해충 등 싸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던 거죠.”

강 대표는 그러면서 소량다품목을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리고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의 ‘활기찬 농촌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가공 쪽에 집중적인 관심과 연구를 진행했다. 여기에 더해 지자체로부터 약간의 설비를 지원받아 유기농 현미를 이용한 쌀과자와 누룽지칩을 출시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치유농장에 도전”
“가공식품 생산이 귀농해서 가장 잘한 일 같아요. 지금은 친환경으로 생산하는 다양한 농산물에 가공식품까지 찾는 이들이 많아져 판로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강 대표는 이제 귀농 12년째를 맞는 ‘운봉댁’ 사장님이다.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농부로 거듭나기 위해 그동안 지자체와 농업기술센터 등을 찾아 끊임없이 배웠다. 열심히 자격증을 취득해 농촌교육농장 교사양성 심화과정, 농어촌체험지도사 1급, 원예심리상담사 1급, 노인심리상담사 1급, 놀이심리상담사 1급, 장류제조사 등이 강 대표의 노력을 보여준다.

“지난해 ‘유기가공식품인증’도 받았습니다. 올해에는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졌지요. 본격적으로 치유농장을 운영해볼 생각입니다. 씨앗 파종과 수확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마련했지요. 또 친환경농산물 학교 급식, 꾸러미사업 등도 도전해볼 작정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위로받고 행복해지는 치유농장을 꼭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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