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농촌진흥청 사과연구소 조영식 연구관

조영식 연구관
조영식 연구관

방제 편하고 안전한 ‘무인약제살포시스템’ 개발
방제시간 1/6로 줄고 비용․노동력도 크게 절감

현장 고민이 문제해결 열쇠
“시설원예에서는 병해충 무인방제가 많이 진행돼 있습니다. 시설 구조물에 주행장치를 활용하면 무인방제가 비교적 쉽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과수원에 대한 무인방제는 다른 시각이 필요합니다. 시설에 사용하는 방제시스템을 과수원에 가져다 쓴다고 해서 같은 방제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에 저희 연구진은 과수원 전용 무인방제시스템 개발 기술이 농업현장에서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현장실증을 통해 기술을 계속해서 고도화시켜나갈 계획입니다. 결국 현장의 고민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조영식 연구관(55)은 손끝으로 병해충을 방제하는 사과원 무인약제살포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사과 병해충 방제시간 절약과 농업인 안전에 노력해오고 있는 연구자로 꼽힌다.

조 연구관은 ‘과수목 무인 방제용 설치구조물 및 그 설치구조물을 이용한 방제 방법(특허출원)’, 동적 노즐(실용신안) 등 산업재산권 등록을 비롯해 기술이전,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시행착오 끝에 각도 조절식 노즐 개발
“농촌인구 감소, 고령화, 긴 작업시간을 개선할 방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사과 재배와 병해충 진단, 방제 과정에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같은 4차 산업혁명 기반의 디지털기술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과산업 종사자가 2016년 약 4만3천 명에서 2027년에는 3만1천여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65세 이상 농가인구 비율을 고려하면 이중에 약 1만5천여 명은 초고령 농업인으로 예측된다. 

“사과 농작업 중 병해충 방제는 연간 15회 이상입니다. 방제 시 고속분무기 등을 운행하면서 사고의 위험과 농약에 지속적인 노출 등으로 농업인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지요. 저와 동료들은 농업인의 안전을 지키고, 더불어 방제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데 연구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조 연구관의 무인약제살포시스템은 사과나무 사이사이에 분무 노즐이 있으면 농약 살포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농약 희석 탱크와 동력분무기, 노즐의 구성은 고속분무기 등 모든 방제장치의 기본 동작원리를 활용했다.

“처음 개발했을 때 미니 스프링클러와 포그(물안개) 타입, 노즐을 수관 상부에서 지면으로 늘어뜨리는 형태로 살포시스템을 구성했는데 곳곳에서 단점이 발견됐어요. 사과 잎의 앞면은 99% 이상의 높은 약제 부착률을 보였지만, 잎 뒷면에는 부착량이 미흡했고, 수관 위의 약액 배관과 이 배관에서 늘어뜨린 형태의 노즐은 바람에 흔들려 잎과 과실에 상처를 줬습니다. 또 가지치기 등 작업도 방해됐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고자 지주 형태의 고정형 노즐을 고안하게 됐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고정식보다는 인위적으로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노즐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이를 실용신안으로 출원할 수 있었지요.”

나무 간격 좁히면 방제효율 높아
농가들은 일반적으로 물을 저장하는 2톤 탱크를 농약 희석탱크로 사용하는데, 조 연구관과 동료들은 필요할 때 병렬로 물탱크를 추가할 수 있도록 하고, 더 크거나 작은 탱크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방제 효과는 발생 병해충, 시기, 나무 모양, 품종, 수령마다 다르지만, 고속분무기를 이용한 방제 효과와 유사합니다. 농업인이 사용하는 기기는 단순하며 고장이 없고 목적에 맞는 효과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지요. 무인약제살포시스템에 사용된 동력분무기, 공기압축기는 고장이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노즐이 막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공기압축기, 약액 살포 잔액을 배출하는 두 가지 밸브를 사용해 동파 우려도 해소했습니다.”

사과 농가들이 쓰던 기존 고속분무기는 사용자가 직접 운전하면서 주행속도, 분무 압력, 분사 노즐 그룹의 개폐 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이때 작업자는 분무된 농약에 노출되고 전복과 충돌 등 사고 위험성이 높다. 살포된 약액의 비산으로 인해 과원 외부환경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받아 왔다.

“무인방제로봇의 살포시스템 효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과 식재 간격을 줄이면 시스템의 방제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수체 관리 변화 시에는 방제작업 이외의 농작업에 투입되는 비용과 노력 절감이 가능하고 노즐부 형상을 달리하면 다른 과수에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조 연구관이 개발한 무인농약살포시스템은 1ha 사과 재배 시 1회 방제 시간을 3분의 1에서 6분의 1까지 절감할 수 있다. 

“과수원 농작업 시 농기계 전복 사고, 유해성 농약 흡입으로 인한 농작업자 피해 등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데, 이번 기술로 이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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