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례품 상품성 떨어지면 공산품·도시지자체로 몰릴 우려

지난 추석을 앞두고 국회에서는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홍보행사가 열렸다.
지난 추석을 앞두고 국회에서는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홍보행사가 열렸다.

농촌지자체 주요재원으로 가능성 충분
농업 6차산업 발전 견인차…기업 기부도 고려해야
농촌 활성화 관점에서 농식품부 보다 적극적 역할해야

지난 15년간의 논의 끝에 고향사랑기부제가 올해 1월1일자로 빛을 본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복리 증진 등의 목적으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해당 지자체 주민이 아닌 사람으로부터 자발적으로 모금하는 기부금은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농촌지자체에 큰 보탬이 될 수도 있다. 개인이 연간 500만 원 기부가 가능하고, 기부받은 지자체는 기부액의 30%를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어 농산물의 소비진작에도 일정부문 효과가 있을 걸로 기대된다.

기부금 용도 선택폭 넓어야
12월28일 열린 고향사랑기부제 정착과 활성화를 모색하는 국회 토론회에서 국회도서관 조경희 법률자료조사관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기부를 받기 위해 지자체는 지역 발전전략을 실현하는 지역경영 시대로 전환할 것이다. 돈과 사람이 지역으로 유입되며 수입은 자율적이지만 지출은 책임성을 갖추는 높아진 자치의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게 되려면 우리보다 앞서 고향사랑기부제의 모태격인 고향납세제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이 크라우드펀딩의 제도화를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일반적 모집보다 기부목적이 명확해져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고, 주민들이 왜 고향에 기부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애향심과 책임감을 고취할 수 있을 걸로 내다봤다. 반면 우리나라는 크라우드펀딩에 고려가 부족해 법령과 조례 등에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조 조사관도 “일본은 크라우드펀딩형이 증가하고 있고, 지자체 97.7%가 기부금 용도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주장했다.

제도정착에 넘어야 할 산 많아
재정자립도가 낮은 농촌 지자체에 고향사랑기부금이 단비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지만 답례품 구성, 구체적인 활용처, 낮은 인지도 등 해결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강정현 사무총장은 “답례품이 지역화폐나 공산품 위주가 많을 도시로 기부가 집중될 우려가 있고, 가공식품도 원재료 사용기준이 없으면 수입농산물을 쓰는 답례품이 선정될 가능성도 있어 되도록 지역 농축산물 사용을 원칙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강 총장은 “모금도 중요하지만 사용처에 대한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사업계획 수립과 평가제도가 필요하다. 농식품부도 농촌소멸과 농촌지역 활성화라는 관점에서 주관부처인 행안부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필요한 제도 정비로는 사회적 공헌 확대 차원에서 기업의 참여방안 마련, 세액공제액을 현 10만 원에서 20만 원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답례품 비율도 30%에서 40%까지 늘려야 한다고 강 총장은 제안했다.

12월28일 국회에서는 제도 정착을 위해 필요한 개선점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12월28일 국회에서는 제도 정착을 위해 필요한 개선점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농업의 6차산업 이끌 기폭제로 기대
고향사랑기부제를 농업의 6차산업화로 견인할 마중물로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정책경영연구원 이훈희 원장은 “우리나라는 명실상부 선진국이지만 농어업은 개도국 수준이다. 잠재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1차 생산에만 머물지 말고 가공과 체험 등으로 6차산업 발전을 이끌 수 있다. 먼저 자기 지역을 상품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대도시의 기부자에게 세일즈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경쟁을 막겠다고 민간참여를 가로막는 문제도 제기하며, 일례로 기부자와 지자체, 답례품 생산자를 연결하는 웹사이트를 민간기업 참여를 배제한 채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 위탁운영을 맡기 사례를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일본은 12개 이상 민간기업이 포털사이트를 구축해 운영함으로써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지역의 상품화 전략이 자연스레 고도화된다”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원장이 지적한 고행사랑e음 시스템은 1월1일 오픈돼 기부금 온라인 접수와 답례품 제공, 자동세액공제 등을 종합 지원하는 것으로 구축비용이 약 70억3000만 원이 소요됐다. 243개 지자체가 균등하게 각각 2900만 원을 부담했다.

세수 줄어드는 지자체도 고려해야
원하는 지자체에 기부하게 되면서 세수 감소가 될 수 있는 지역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시도지사협의회 박관규 정책연구실장은 “비수도권 출신 주민이 자신의 거주지인 수도권이 아닌 비수도권에 기부하면 서울과 인천, 경기도 시군은 고향사랑기부금보다 지방소득세 공제에 따른 세입 감소액이 더 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민이 경기 연천에 10만 원을 기부하면 서울은 지방소득세 공제에 따른 세입이 감소한다. 지방소득세입이 없는 특광역시 자치구와 도청 등 지방정부에 대책이 필요하다. 일본은 이런 유사한 사례가 실제 발생해 공제액을 지방교부세로 75% 지원하도록 제도화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