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농촌진흥청 특용작물이용과 이영섭 연구사

국산 강황 ‘간건강’ 기능성 구명...농가에 희소식
가공기술 표준화로 기능성분 안정적으로 유지
외국산 ‘밀크시슬’ 성분보다 간 치료효과 탁월

국내 강황산업 부활 신호탄
“강황은 불교와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여러 고문서에 강황을 재배했다거나 종묘제례 등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던 강황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재배되지 않다가 1990년대에 일본에서 재도입된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특용작물이용과 이영섭 연구사(42)는 국산 강황을 활용해 ‘간 건강 기능’ 소재를 개발해 미래 농업소득 기반을 창출하는 등 강황 연구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연구자다.

이영섭 연구사는 그동안 ‘강황 커큐민 분석법 및 지방간 질환에 대한 간 보호 효과’ 등 논문과 학술발표 등 6건의 학술성과를 비롯해 ‘강황 추출물을 포함하는 간 손상 예방 및 치료용 약학 조성물’ 등 4건을 산업체에 기술이전 했다. 

또한 ‘커큐민, 데메톡시커큐민, 비스데메톡시커큐민을 포함하는 강황 추출물 및 강황 발효물의 제조 방법 및 이를 포함하는 비만 예방 또는 개선용 조성물’ 등 7건을 산업재산권에 등록했고, 국내산 강황 가공기술 표준화와 산업화 관련 홍보 등 저변 확대에도 많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기식에 국산소재 활용 확대 위해...
“인구 고령화와 코로나19의 장기화, 서구화된 생활습관 등으로 부쩍 건강관리에 신경 쓰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료 수급 문제와 높은 단가로 인해 수입 원료 사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요. 국내에서 재배한 특용작물 원료를 이용한 기능성 소재의 개발과 국산 원료의 사용은 저조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특용작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고, 건강기능식품 소비가 우리 농촌 진흥을 견인할 수 있도록 국내에서 재배되는 특용작물로 다양한 고부가 기능성소재를 개발해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원료공급이 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꼭 필요한 시점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규모는 5조5천억 원(2021), 세계 보충제 매출액은 1582억 달러(2020)로 매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강황은 전 세계인이 즐겨 찾는 건강식품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 강황은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완산지’ 등의 고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예로부터 강황은 소화와 간 기능에 도움을 주는 한방치료제로 사용돼왔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활습관병입니다. 일반적으로 간 무게의 5% 이상이 지방으로 쌓였을 때 지방간이라 하며, 현재 효과적인 치료법은 없는 상태지요. 저와 동료들은 강황의 이런 효능에 착안해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강황에서 기능성물질 10종을 분리하고 세포와 동물실험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 억제 효과를 분석한 결과, 가장 활성이 우수한 물질은 ‘커큐민’이 아닌 ‘비스데메톡시커큐민’으로 밝혀내면서 간 건강을 위한 새로운 기능 성분을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강황 추출물의 간건강 효과 밝혀
이 연구사와 동료들은 강황 추출물이 지방간과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을 낮추고 지방 분해를 늘려 간에 지방 생성이 억제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특히 비스데메톡시커큐민 등의 성분은 고시형 간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등록된 ‘밀크시슬’보다 효능이 우수함을 확인했다. 

“국내산 강황을 이용한 간 건강 원료 소재로서 ‘비스데메톡시커큐민’을 기능성분으로 설정하고, 제조공정 표준화 연구와 시제품 원료를 이용해 세포와 동물실험을 추가로 진행함으로써 국내산 강황의 우수성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사는 또한 제조공정 표준화 연구를 통해 국내에서 한 해 재배한 강황이 물리·화학적 변이가 적고, 기능성분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과학적인 결과도 밝혀냈다. 

“저와 연구진은 강황에서 기능성분을 추출할 때 온도와 시간, 건조방법 등 기능성분이 열에 파괴되는 문제점을 우선으로 해결했습니다. 국내산 강황의 기능성분 함량을 59.4% 증가시키면서 그동안 외국산 강황에 맞춰진 제조공정을 국내산 강황으로 표준화한 신공정체계를 구축한 것이죠. 특히 연구가 진행되면서 국내산 강황으로 개발한 기능성 원료가 간 손상지수에서 평균 62%, 중성지방은 최대 49% 감소시키고 나쁜 콜레스테롤은 최대 85% 감소시키는 등 기능성이 탁월하다는 것을 새롭게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생산-가공-소비 상생모델 구축 과제
이 연구사 등이 연구 개발한 국산 강황 가공기술은 세계적 학술지(SCI 논문)에 게재됐다. 또한, 기술적 완성도를 산업계로부터 인정받아 2021년 건강기능식품 개발업체에 농진청 최대 기술 이전액을 경신하며 기술이전도 완료해 강황산업 기반을 조성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내산 강황만이 갖는 특별함을 무기로 품질 좋은 강황을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완전하게 갖추는 것이 과제입니다. 우량 종근의 보급과 GAP(농산물우수관리 인증) 재배, 친환경재배 등 소비자 신뢰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또 재배농가의 만성적 불안인 판로 확보를 위해서는 새로운 또는 개발된 고부가가치 기능성을 통해 관련 산업을 견인하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농가소득 향상을 위해서는 계약재배를 통해 농가, 산업체, 소비자 상생모델 구축이 강황산업 발전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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