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축산식품부ㆍ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ㆍ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 - 시골언니 프로젝트 성과공유회 사례발표

지난 3일 서울 동대문 DDP 오픈라운지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한 ‘청년여성 농업농촌 탐색교육(시골언니 프로젝트)’ 사업에 대한 성과를 공유하는 ‘시골언니, 서울체크인’ 행사가 열렸다. ‘시골언니 프로젝트’는 농업·농촌을 접할 기회가 적은 청년여성들을 위해 농촌지역에 대한 탐색 기회를 제공하고 향후 정착에 필요한 사회적 관계망을 구축토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농식품부가 올해 처음 도입했다. 이날 행사에는 올해 진행된 전국 8곳의 프로젝트 운영자들이 나와 사업내용과 성과, 개선점 등을 발표하며 더 나은 사업 추진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8곳 중 4개 지역의 운영사례를 요약ㆍ정리했다. 

 

# 농촌에서 2주, 나의 해방일지(울산생태문화교육협동조합/울산 울주)

 

“시골언니 프로젝트는 도․농 잇는 연결고리”

울주는 가장 먼저 장기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한 지역이다. 도시언니들이 ‘나’에 초점을 맞춰 가볍게 농촌생활을 접근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4가지 콘셉트로 기획했다. 먼저 우리보다 ‘나’를 좀 더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했고, 가치 나 의미보다는 재미를, 체험보다는 일상의 즐거움을, 농업보다 텃밭의 개념으로 귀촌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농촌에서 2주간의 ‘나의 해방일지’를 쓰게 하면서 참가자 각자의 삶을 되짚어보게 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일매일 달라지는 몸과 마음을 느끼며 아침마다 명상, 감정스티커 붙이기를 진행했다.

‘나’를 표현하는 용기로 자율적인 규칙을 정하게 하고, 그것을 발표하는 시간을 통해 서로 지킬 수 있게 독려하며 첫 연결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참가자들이 2~3일부터는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으로 숲과 나무와 바람을 맞으며 놀이를 통해 연결된 관계를 맺고, 3~4일 후엔 지역에서 일하는 청년들과의 본격적인 관계 맺기를 시작했다.

마을 목공소 ‘나무극장’ 김산 대표의 협조로 목공을 체험했고, 소호산촌협동조합 서근미 이사장은 시골과 도시를 오가면서 생겼던 불편함을 참가자들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했다.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한새롬 사무국장은 숲이 많은 울주군의 산림을 활용한 일들을 함께 고민했다.

텃밭의 채소를 뜯어 요리해 먹으며 쉽지 않은 농촌생활을 가볍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프로그램이 없을 땐 새벽에 산책을 하고, 화방에서 그림도 그리고, 요리를 해서 함께 나눠 먹기도 하고, 춤도 추고, 노래도 하면서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20년 뒤에 이모들처럼 살 수 있을까?’라는 참가자 편지 내용에 보람을 느끼며 내년 초에 울주 시골언니 후속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설레는 농촌의 낮과 밤의 감성을 느끼고 도시와는 다른 모습의 시골살이가 참가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울주로 다시 발길을 잇게 하는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 시골언니 프로젝트가 주는 참된 의미라 생각한다.

 

# 체인지, 라이프스타일(협동조합 청풍/인천 강화)

 

“시골언니는 새로운 방향 만드는 개척자”

“시골언니는 자기의 속도와 방향을 만들어 나가는 개척자라고 생각해요.”

강화에서 청풍이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이곳에서 발을 내딛고 살아가는 이웃들을 만나 개개인의 일주일이 어떠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나게 되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기획했다. 초기에 가질 수 있는 고민들을 프로그램에 반영해 운영했고, 그에 맞는 결과물로 표출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벌써 내년이면 10년째를 맞이한다.

청년여성들의 존재를 보여주고 만날 수 있게 도우면서 주소지를 옮길 결심을 하지 않아도 로컬 또는 새로운 삶의 형태를 탐색할 수 있도록 했고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했다.

농업이 아니더라도 농촌에서의 자신만의 업과 삶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청년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주소지를 옮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도록 했고, 지역 인근을 오가면서 업이나 삶을 이어가는 이들의 사례를 알려주며 관계인구로서의 가치로도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매일 저녁 9시에 모여 각자의 하루를 나누는 회고로 진행했다. 하루에 같이 보내는 시간은 2~3시간 정도고 필수 프로그램을 제외한 시간들은 각자의 방식과 취향대로 자율적으로 일정을 완성해 갔다.

자율일정이 많다보니 “잠만 자는 것이 아닐까요?”, “스스로 지역을 탐색하려고 할까요?” 등의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부동산을 둘러보거나, 여행을 하기도 하고 머무는 동안을 글로 기록하며 다양한 지역살이를 하려는 모습이었다. 지원자가 알기 쉽게 프로그램의 지향점을 요약한 키워드를 정리해서 미리 공지했다. 또 사전에 정책들도 만들어 공유했고, 로컬이 도시와 속도가 다르고 감수성이 다르다 보니 성평등을 지향하는 가이드북을 통해 차별 없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참가자 개개인의 용기 있는 삶이 새로운 삶으로 확장돼 가는데 기쁨이 컸다. 이주가 목표가 아닌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부담감이 없는 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 여성로컬미디어주간(고래실/충북 옥천)

 

“농촌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것이 먼저”

‘월간 옥이네’는 옥천을 기록하는 시시콜콜한 시골잡지로 사회적기업 고래실이 2017년 7월 창간했다. 미디어는 남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활동이고, 이를 통해 지역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연결해줬다. 기자가 아니었다면 지역에 대한 이해와 정착이 어려웠을 것. 지역문화활력소 ‘고래실’은 충북 옥천의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콘텐츠를 발굴하고 이를 활용해 시골잡지 발행, 복합문화공간 운영, 마을여행, 출판·디자인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은 시골언니프로젝트가 실질적으로 열렸던 곳으로 전시, 공연, 토크콘서트 등 문화가 흐르는 공간이다.

옥천은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총 3회에 걸쳐 30명의 도시언니가 ‘시골언니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1회차당 10명의 농촌여성들과 지역의 삶을 연결하는 호스트 역할을 했다.

옥천은 지역의 농업인들이 로컬푸드 운동과 농민운동을 했기 때문에 친환경 급식이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이다. 한은미(귀농여성) 시골언니는 다품종 소량생산 유기농업을 하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정착해 살고 있다.

또 지역농산물을 활용해 식생활교육네트워크로 활동하는 백효숙(요리연구가) 시골언니를 모시고 요리교실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 옥천의 시골언니와 소통을 하고 있다. 2030대 청년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농촌에서의 노년의 삶과 지역에서 그들이 어떻게 자아를 실현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 70~80대 여성 노인으로 구성된 시니어기자단이 노인의 시각으로 지역사회의 문제를 발굴하고 노년에 행복을 찾는 기회를 엿볼 수 있도록 했다.

시골언니 프로젝트는 귀촌을 결정하는 기회가 아닌 농촌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는 관계인구(연고없이 유입되는 인구)를 만드는 중요한 기회였다.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 농촌에서의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옥천을 찾아올 때 보람을 느낀다.

 

# 시골 아만보(자연에서 찾은 행복/충남 서천)

 

“시골언니는 도시언니의 비빌 언덕”

주제를 깊이 있게 진행하기보다는 5박6일의 짧은시간 동안 많은 시골언니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농업과 비농업으로 크게 나눠 콘텐츠창업과 문화기획, 직장인, 식가공과 카페, 민간교육기관 등으로 세분화했고, 연고가 있든 없든 각자가 스토리에 맞게 개별적 네트워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서천군은 충남 15개 시․군 중 소멸위험이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한명, 한명이 더 소중함을 느끼고 더 친해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청년커뮤니티 조직력이 약한 서천에서는 기존의 귀농귀촌 교육을 담당해 온 분들과 힘을 모아 지역 내 청년여성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 직업, 여가, 지역문화 자원을 소개했다.

서천 장항읍의 걸어서 3분 거리에 위치한 바다와 해송산책로가 있는 청소년수련관 유스호스텔에서 5박6일을 머물렀다. 또 개인의 기호나 안전하게 취향을 반영해 최대한 한식 백반과 비건 메뉴를 위주로 건강식을 제공했다.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생생한 시골생활 경험담을 나누며 경험해 보지 못한 시골생활의 궁금증을 풀어내는 시간을 가졌다. 구체적으로 실제 운영 중인 농장에서 농산물을 수확하고 가공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숙소 옆의 서해바다 백사장을 거닐며 치열하고 바쁜 도시일상에서 잠시나마 자연과 함께 쉼을 갖게 하고 삶을 계획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첫날은 크리에이터 시골언니의 콘텐츠 창업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 이후에는 카페언니가 알려주는 베이킹 교실에 방문해 직접 체험해보며 서천지역에서의 카페 창업 노하우도 공유했다. 또 지역자원을 활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며, 식품가공과 카페창업에 관심이 있는 도시언니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기도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시골언니는 시골살이 노하우를 알려주고 도시언니는 접하기 어려운 정보를 공유하는 등 일방적이지 않고 양방향 소통하며 비빌 언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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