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농촌진흥청 초지사료과 이기원 연구사

이기원 연구사
이기원 연구사

 

답리작 안정재배조건 확립...재배특성 평가기술 개발
국내 기후·토양환경에 적합한 알팔파 계통 육성
알팔파 국내 자급률 향상과 축산경쟁력 강화 기여

재배조건이 맞지 않는 국내 토양

“그동안 국내에서 알팔파(사료작물) 연구가 부족했던 건 우리나라 토양이 대부분 산도가 낮고 척박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알팔파는 산도에 민감하고 토양에 필수 미량성분(붕소, 몰리브덴 등)이 부족하다보니 초기 정착에 실패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국내 조사료 생산 기반이 초지 조성과 관리 면에서 상대적으로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우수한 사료작물 재배 위주로 바뀌면서 알팔파에 대한 연구가 미미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알팔파 신품종 개발과 보급은 국내 고품질 조사료 생산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전면 수입개방에 대응해 수입 건초 대체를 통한 외화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초지사료과 이기원 연구사(44)는 국내 기후와 토양환경에 적합한 알팔파 계통 육성과 답리작(벼를 베고 난 논에 작물을 심는 일) 안정재배 조건을 확립하는 등 우수 풀사료 안정재배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 노력해 오고 있는 연구자다.

이 연구사는 그동안 ‘이탈리안라이그라스 국내외 대표 품종 식별용 마커 및 이를 이용한 이탈리안라이그라스 국내외 대표 품종 식별 방법’ 등 산업재산권 등록 9건과 출원 16건을 비롯해 ‘알팔파 스트레스 반응 기작 연구’ 등 80여 건의 학술성과를 이어오고 있다.

이 연구사는 또한 ‘그린마스터 4호’ 등 품종 출원 14건과 ‘근적외선분광법(NIRS)을 이용한 수수-수단그라스 종자 품종 판별’ 등 영농 적용 42건 등 다양한 성과를 이뤄냈다.

재배에 적합한 토양조건 구명

알팔파는 ‘목초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다년생 콩과작물이다. 가축이 좋아하고 단백질, 칼슘, 비타민 등의 영양소 함량도 높다. 게다가 소화율도 우수해 건초, 청예(풋베기), 사일리지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알팔파는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알팔파 건초 수입량은 2012년 약 19만3천 톤에서 2020년에는 약 21만 톤으로 증가했습니다. 조사료 시장의 개방은 2024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2026년 미국, 2028년 호주 순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에서 안정적인 양질의 조사료 생산기반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죠. 젖소와 한우농가에서 가장 선호하는 알팔파를 국내 기후환경, 재배 여건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신품종 개발과 안정재배기술 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의 목초와 사료작물 연구는 이탈리안라이그라스, 청보리, 호밀 등과 같은 화본과(벼과) 품종 개발과 생산성 향상 위주로 진행돼 왔었다. 알팔파의 연구가 없었던 이유는 알팔파는 배수가 양호한 중성(pH7) 토양에서 생육하며, 뿌리가 약 7m 이상 생장하는 심근성 작물이기 때문에 가뭄에 강하지만 습해에는 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국내 재배환경이 알팔파에 적합하지 않다는 잘못된 판단도 한몫했다.

“국내 토양은 pH가 약 5.5~6.0인 약산성입니다. 6월 하순에서 7월 하순 사이에 장마로 인한 습해 때문에 알팔파의 재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었던 것이죠. 또한 산성토양에서 알팔파 재배 시 생육에 필요한 몰리브덴과 붕소 등의 미량원소 결핍 현상이 발생하며, 토양 속 근류균 형성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낮은 생산성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국내 알팔파 재배 확대를 위한 답리작 재배조건 확립과 재배생리 특성 평가 기술을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 우선 토양 pH를 석회, 가축분퇴비 등으로 토양조건을 개선했습니다. 또 벼 수확기와 이앙기를 고려한 파종 적기 구명, 뚝새풀, 냉이 등을 방제할 수 있는 제초제를 선발했습니다.”

생육․생장저해 문제, 
호르몬 처리로 해결

연구 결과, 이기원 연구사와 동료들은 대규모 답리작에서도 알팔파 재배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국내 최초로 알팔파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국제협력사업을 통해 미국, 캐나다, 중국, 케냐 등 외국으로부터 우수한 알팔파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특성을 평가했다. 이후 생육 특성이 우수한 품종들을 선발해 인공교배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 우량계통을 육성해 냈다.

“육성된 우량계통은 국내 지역적응성을 검정한 결과, 수입 품종 대비 생산성이 높았습니다. 이러한 우수한 계통들은 2023년 최종적으로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 출원할 계획에 있습니다.”

이 연구사의 알팔파 우량계통 육성은 국내 재배환경에서 알팔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초기술을 개발해냈다는 데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산성토양에서 알팔파 생육과 생장저해 발생은 식물호르몬 처리로 1.8배 높일 수 있다는 사실도 구명했습니다. 그리고 간이포장시험에서도 알팔파의 성공적인 재배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사는 이 밖에도 알팔파를 산성토양에서 재배할 때의 생산성과 생리·생화학 반응에 관한 연구정보를 수집해 산성토양에서의 작물 재배에 관한 학술정보를 제공했다. 또한 알팔파 육종 기간 단축과 효율적인 세대 진전을 위한 계통 대량증식을 위해 조직배양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안정적인 영양번식을 위한 줄기 삽목 조건도 확립했다. 

“알팔파 유전체 분석을 통한 계통별 고유의 마커 개발과 환경스트레스 내성 유전자 기능 구명 등을 통해 분자육종 원천기술도 지속적으로 확립해 나가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의 알팔파를 이용한 연구에서 기초연구와 육종기술을 융복합해 산업재산권과 품종보호권 등록 등 단계적으로 조사료 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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