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북 김제 ‘연팜’ 문영순 대표

 귀농 12년차, 남편 고향서 농사․봉사로 인생 2막
 연잎 가공식품 제조․체험과 쌀․보리농사 짓는 대농
“봉사활동과 끊임없는 공부가 귀농 성공비결이죠”

지평선의 고장 전북 김제는 한반도 최초의 저수지인 벽골제가 말해주듯 크고 작은 저수지들이 면과 마을 곳곳에 자리할 만큼 전형적으로 농경문화가 발달한 지역이다. 김제시 진봉면은 동진강 하류에 자리한 평야지대로 한국에서 ‘지평선’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으로 꼽힌다. 

진봉면의 대표격인 진봉산은 높이 72m의 낮은 산임에도 옛 지도인 비변사인 방안지도, 여지도, 해동지도 등은 진봉산을 웅장할 정도로 그려놓고 있다. 이는 평야지대에 유일하게 우뚝 솟은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추측된다. 지금도 호남평야를 얘기할 때 진봉면을 그 중심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진봉면 규동마을은 진봉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앞에는 말로만 듣던 호남평야의 지평선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지는 동네다. 규동마을에서 귀농 12년째를 맞는 ‘연팜’ 문영순 대표(59)는 백련과 지평선의 전도사다.

시아비지와 남편 병환으로 귀농 결심

“규동마을의 ‘규’는 도장(부녀자가 거처하는 곳) ‘규(閨)’ 자 입니다. 그래서 예부터 규동마을을 도장골이라고도 불렀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부녀자들이 조금 튀는 지역인 것도 같습니다(웃음).”

문 대표는 ‘연팜’ 이외에도 마을 이름을 딴 ‘도장골 연근농장’이라는 상호로도 온라인판매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귀농이나 농사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운명이라는 것을 조금은 믿습니다. 시아버지가 갑자기 많이 아팠어요. 거기에다 남편(김양곤·65)도 병이 찾아왔습니다. 큰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그러면서 남편의 고향으로, 시부모님 사시는 곳으로 귀농을 결심하게 됐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귀농을 잘한 거 같아요.”

문 대표의 고향은 충남 부여다. 학창시절도 대부분 부여에서 보냈다. 조금 이른 나이인 스물에 결혼해 남편을 따라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며 생활을 했다. 남편 김양곤 씨는 동대문에서 혼수와 그릇 관련 사업을 했고, 문 대표는 알뜰히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는 주부로 살았다.

“주부로 살았지요. 애들과 남편 뒷바라지가 저에게는 제일 큰일이었어요. 그러다가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난 후에는 생활에 보탬이 좀 될까 싶어서 한정식을 배우고 또 운영도 하면서 10여 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남편이 아파서 갑자기 김제로 귀농 아닌 귀농을 하게 됐지요. 그때 익혔던 한정식이 지금 연팜농장을 운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초보농부에게 농업기술센터가 큰 힘

문 대표는 2011년 여름 그렇게 귀농을 했지만, 처음부터 농사를 짓지는 않았다. 남들이 말하는 문전옥답이 집 앞에 조금 있던 곳에 남의 손을 빌어 연근을 재배했다. 간신히 농사를 이어가는 정도였다.

“처음 연근을 재배할 때는 거의 방관자처럼 농사를 지었어요. 남에게 맡겨서 짓다시피 했지요. 그러다 보니까 이것도 저것도 아닌 모양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농사에 나섰습니다.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했어요. 특히 김제시농업기술센터를 찾은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곳에서 가공산업이라는 것도 배울 수 있었지요.”

현재 문 대표의 ‘연팜’ 연근 재배농장은 약 6600㎡(2000평), 그리고 쌀과 보리 등도 4만6200㎡(1만4000평)를 재배하는 대농이다. 문 대표는 주로 연팜의 체험과 가공을 도맡아 하는 편이다.

“진봉면에서는 우리 농장 규모 정도는 아주 작은 편입니다. 주변을 둘러보세요. 천지가 평야지에요. 저는 주로 연근과 연잎, 연꽃 등을 재료로 하는 일을 많이 합니다. 지평선에서 생산된 쌀과 찰보리, 콩 등을 이용해서 연잎밥, 연잎된장, 연잎장아찌, 연잎차 등을 만들고 있지요.”

왕성한 활동으로 각종 상 휩쓸어

문 대표는 올해로 귀농 12년째를 맞았다. 그러는 사이에 많은 일을 했고, 변화도 많았다. 문 대표의 체험장 안을 들어서면 그동안의 성과와 노력이 한눈에 들어온다. 농촌진흥청장상, 전북도지사상, 김제시장상 등 다양한 업적들이 그동안의 과정을 읽을 수 있다.

“지평선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연잎밥, 연잎차, 약초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합니다. 특히 연잎밥 체험은 고객들이 매우 즐거워하지요. 직접 만들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더 그런 것 같아요.”

문 대표는 다양한 사회활동과 봉사활동, 끊임없는 공부가 귀농 성공비결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도 부녀회, 주민자치회, 적십자회, 복지기동대 등의 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지역민들과 한 몸이 되려고 노력한다.

“귀농을 한 것이 벌써 12년이 됐네요. 나름대로 어려움도 많았지만 많은 일도 했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에서 계속 살았다면 지금의 것들은 생각할 수가 없었겠지요. 많은 사람과 어울리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지역이, 환경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 같아요. 지금의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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